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586
여당 압승에 ‘이게 모두 황교안 탓’이라는 그 신문들
[아침신문 솎아보기] 4·15 총선 결과 여권 180석 육박…거대 양당 비례대표 싹쓸이 지적, 보수진영서 ‘황교안 책임론’ 맹비난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승인 2020.04.16 09:02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4·15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비례위성정당격인 더불어시민당 몫을 합쳐 180석 가까운 의석이 민주당에 돌아갔다. 총선 다음날인 16일 종합일간지들은 모두 ‘민심이 국정안정을 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보수 성향 신문의 경우 황교안 대표의 책임론을 강하게 물으며, 민주당의 승리가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이날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민주당 ‘단독 과반’…범여권 180석 가능
국민일보: 민주 압승…코로나 민심, 강한 정부 택했다
동아일보: ‘국난 극복’ 힘실은 민심…與 압도적 과반
서울신문: 177석, 역대급 슈퍼여당
세계일보: 민주당 대승…민심은 야당에 등돌렸다
조선일보: 민주당 전례없는 압승…범여 180석 넘었다
중앙일보: 민주당 압승, 코로나 민심은 안정을 택했다
한겨레: 민주 170석 안팎…집권당 최대 압승
한국일보: 여권 180석 근접…코로나 표심 쏠렸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안정적 대처와 제1야당인 통합당의 실책이 고루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겨레 1면 기사(인터넷판: 민주 180석 육박…집권당 최대 압승)는 “조국 사태의 여파와 비례위성정당 창당, 마스크 대란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은 정부의 코로나 방역이 국제사회의 호평을 받으며 흐름을 뒤집었다. 통합당은 선거운동 기간 후반에 터진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잇따른 막말로 판세를 뒤집을 기회를 놓쳤다”고 해석했다. 서울신문은 10면 기사(‘코로나 난국’에 野 자충수 결정타…중도·젊은층 집결했다)에서 여당 승리 요인으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야당의 정권심판 무력화 △중도층·3040결집 △제3지대 약화 등을 꼽았다.
▲ 21대 총선 다음날인 1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모음.
중앙일보는 2면에 “트럼프 ‘SOS’, 막판 재난지원금…민주당 승리 도왔다(인터넷판: 트럼프 ‘SOS’, 막판 재난지원금…민주당 승리 부른 5장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의 ‘코로나 SOS’ △긴급재난지원금 경쟁 △통합당 잇따른 막말 △통합당 공천 파동 △민주당의 조용한 선거 콘셉트를 핵심 요인으로 분석했다. “4·15 총선 결과는 여야가 보여줬던 몇 가지 상징적인 장면에서 유권자 표심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은 공천 내홍과 막말 논란 등이 악재가 되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 등이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공천파동과 막말파동으로 시끄러웠던 통합당과 달리 “민주당이 보여준 ‘조용한 선거’ 콘셉트도 표심에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는 분석도 내놨다. “민주당은 전략 홍보유세 매뉴얼에서 ‘코로나19의 비상상황 속에 치르는 선거’로 규정하면서 “기존 면대면 유세 방식에서 탈피한 조용한 선거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 후보들은 조용한 선거 기조에 맞춰 로고송을 크게 틀거나 선거운동원이 율동하는 것을 자제했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황교안 대표를 누른 이낙연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는 2면 기사(‘정치 1번지’ 종로 입성…대선열차 승강장에 선 이낙연)에서 “종로를 벗어나 수도권, 충청, 부산 등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에 나섰고 후보 40여명의 후원회장을 맡으며 당내 인맥도 넓혔다. 게다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여 180석 확보 발언’ 등 각종 구설수가 터질 때마다 이 후보가 나서 ‘겸손’과 낮은 자세를 강조하며 중도층 민심을 끌어온 것도 성과”라 평가했다.
▲ 4월16일자 서울신문 10면.
한겨레 2면 기사(의석 이상의 상징적 승리…‘이낙연 대세론’ 굳히기) 역시 이 위원장을 두고 “선거 기간 내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를 여유 있게 앞서간 그는 경기·부산·경남·충남·충북·경북을 돌며 경합 지역 판세를 바꾸는 데 힘을 보탰다”며 “이 위원장의 다음 목표는 민주당의 당권 레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는 향후 이 위원장 과제가 “당의 열성 지지층인 친문재인 세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라며 “문제는 차기 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할 경우,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 대통령과 정치적 거리두기가 불가피해진다는 점이다. 친문 세력의 ‘용인’ 아래 문 대통령의 후원을 업고 영향력을 키워온 이 위원장으로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정치적 시험대에 서게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보수 성향 신문들은 통합당 참패의 책임을 황교안 대표에게 돌리며 맹비난을 쏟았다. 조선일보 5면 기사(공천 번복·제명 파동으로 자멸…중원·중도층 다 날렸다)는 “통합당 패배 원인으론 ‘친황(親黃) 공천 파문’ 등으로 당 혁신이 용두사미가 된 점, 선거운동 과정에서 황 전 대표의 거듭된 말실수, 일부 후보의 막말 논란과 이들에 대해 ‘제명’ 조치도 제대로 못 한 황 전 대표의 허약한 리더십 등이 거론된다”며 “선거 직전 잇따른 말실수와 ‘막말 사태’는 결정적 패인으로 거론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에서 김순덕 대기자의 ‘김순덕 칼럼’ 제목도 “황교안 역할은 끝났다”였다. 김 대기자는 “황교안이 진정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결심이었다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도, 유승민 홍준표 김세연과도 손잡고 총선에서 이겨야 했다. 대표직 아니라 정계 은퇴라도 걸고 지지를 호소했다면 감동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황교안은 삭발 뒤 잘생긴 두상을 드러냈을 때 말고는 어떤 감동도 안겨주지 못했다”며 “막힌 꼰대 이미지의 통합당과 황교안은 너무나 비슷해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쳐야 할 수구우파 정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잉 의전을 마다하지 않는 관료 체질에 유머감각은커녕 자신의 말실수를 비판하는 것조차 노여워하는 ‘그릇’으로는 청년과 여성, 3040세대를 끌어들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 4월16일자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특히 “황교안이 박근혜 정부 시절 총리로서 불통의 대통령에게 직언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최순실 씨가 청와대를 출입했다는 의혹도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한 국회 기록이 남아 있다.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정치인을 수권 정당의 대표로, 차기 대통령감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황교안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황 대표가 차기 대권을 꿈 꿔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
중앙일보 3면 기사(대안 없는 보수의 몰락, 중도층 껴안기 실패했다)는 통합당의 해묵은 선거 전략이 민주·통합 간 격차를 벌인 결정적 이유가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국면을 비롯해 20대 국회 내내 지나치게 정부·여당 발목 잡기에 치중한 것도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이재묵(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는 중앙일보에 “여당에 대해 인정할 건 인정하고, 도와줄 건 도와주는 모습이 있었어야 했는데 야당이 사법 개혁이든 경제 개혁이든 간에 사사건건 싸움만 붙었다”며 “코로나19로 민심 균형이 민주당에 기울면서 통합당 입장에서는 대통령 임기 중반인데도 총선에서 패배하는 충격적 결과를 맞았다”고 했다.
통합당 패착에 원인을 집중한 보수신문 분석은 ‘여당 압승이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는 아니다’라는 주장으로 귀결됐다. 조선일보 사설(기록적 與 압승, 전례 없는 이 힘을 국민 위한 정책 전환에 쓰길)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시점에 치러진 선거에서 이렇게 큰 승리를 거두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야당의 지리멸렬에 있다”며 “유권자들이 여권에 압승을 안겼지만 이 무소불위의 권력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사설(국난 극복 위해 여당 손 들어준 민심 겸허히 수용해야)도 “정부·여당은 힘을 실어준 선거의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절대 오만해선 안 된다”며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 정책에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속히 바로잡고, 긴급재난지원금 등 초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해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 사설(엄중한 총선 민의 직시해 낡은 정치 쇄신하라)도 “국민은 문재인정부 국정 운영에 합격점을 준 것일까.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해 기존의 정책 방향을 고수해도 좋다는 의미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부여당의 오만과 독주다. 그동안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성찰과 반성보다는 총선 승리에 취해 국정을 독선적으로 끌고 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경제 문제만 해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깊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 4월16일자 한겨레 5면 .
한편 민주당과 통합당이라는 거대양당의 위성정당이 전체 비례대표 의석 80% 이상을 싹쓸이하며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일보 사설(거대 정당 횡포로 귀결된 비례 위성 정당)은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꼼수와 반칙을 감행한 거대 양당이 비례 의석마저도 싹쓸이해 갔다. 거대 정당의 과잉 대표성을 완화하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는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며 “비례 투표 용지에 기호 1번과 2번 정당이 없고, 모정당과 위성정당이 선거법을 농락하며 꼼수 선거운동을 벌이는 비정상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제3지대가 실종되고, 소수 정당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 상황은 정당 정치의 후퇴이자 실패”라 비판했다.
한겨레 사설(양당 독점 강화한 선거법, 21대 국회서 손봐야)도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비례 위성정당을 만든 건 헌정사에 남을 부끄러운 일이다. 더욱이 ‘의원 꿔주기’ ‘1+1 패키지 선거운동’ 등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유권자를 혼돈에 빠뜨렸다. 두 거대 정당의 이런 행태 때문에 작은 정당의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 선택이 사표가 되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려 도입한 ‘1인 2표제’도 사실상 무력화했다”며 “21대 국회는 즉각 선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다양한 색깔의 작은 정당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를 만드는 데 앞장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 사설(되살아난 지역주의, 개탄스럽다)의 경우 “통합당은 대구·경북의 25개 지역구를 사실상 석권했다. 광주·전남 18개 지역구는 민주당이 독차지했다”며 지역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경향신문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될 정도로 특정 정당의 패권이 계속된다면 그 정당은 오만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주의를 되살린 책임은 대결정치로 일관한 거대 양당에 있다. 미래통합당이 시작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꼼수는 극단적 진영대결을 불렀고, 이것이 지역주의 강화로 이어졌다”며 “양당의 대결정치가 강화될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 지역주의 허물기에 도전한 여야 후보와 지지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거대 양당의 뼈아픈 자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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