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656836.html?_fr=mt1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 6시(현지시각) 미국 뉴욕 현지 주요 외교안보연구기관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모두발언을 갑작스레 취소하는 바람에, 사전에 배포된 자료를 바탕으로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문화일보>는 큰 오보를 내고 말았다.
보도자료 뿌려놓고…박 대통령, 모두발언 통째 생략
등록 : 2014.09.25 16:18수정 : 2014.09.25 23:24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 6시(현지시각) 미국 뉴욕 현지 주요 외교안보연구기관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모두발언을 갑작스레 취소하는 바람에, 사전에 배포된 자료를 바탕으로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문화일보>는 큰 오보를 내고 말았다.
“한국이 중국에 경도됐다는 건 오해”
“위안부 피해자 살아계시는 동안 일본 정치인들 명예회복 조처를”
3시간 전 배포한 자료에 담겨
실제 발언에서는 빼 양국 신경 건드릴까 우려한 듯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뉴욕 방문 마지막날인 24일 오후 6시(현지시각) 현지 주요 외교안보연구기관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미리 배포한 발언을 갑작스레 취소했다. 기자단에 사전 배포된 자료에는 중국과 일본을 자극할 수 있는 예민한 발언들이 들어 있어,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위야 어찌됐든 몇 시간 만에 예정된 발언을 취소한 것 자체가 전략이 없는 ‘갈팡질팡 외교’라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과 코리아소사이어티, 아시아소사이어티, 미국외교협회, 미국외교정책협의회, 미국외교정책협회 등 뉴욕 소재 5개 연구기관 대표들의 간담회를 3시간여 앞두고 발언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청와대는 기자들이 기사 작성에 미리 참고할 수 있도록 유엔총회 연설 등 주요 행사 4차례의 발언도 사전에 제공했다. 그러나 간담회가 끝난 뒤 청와대 쪽에서는 “박 대통령이 미리 배포된 자료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알려왔다.
자료 배포 시점과 간담회가 열리기까지 3시간 동안 어떤 상황과 판단 변화가 있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간담회 사전 자료를 보면 유엔총회 기조연설 내용에 이어 ‘연타석으로’ 중국과 일본의 신경줄을 건드릴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어 청와대가 부담스러워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뉴욕 한 호텔에서 방미 기간 마지막 일정으로 미국 주요 연구기관 대표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중국과 관련해 간담회 자료는 “일각에서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었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한-미 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우리는 중국의 부상이 국제규범에 따라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 아래 대중 외교를 펼치고 있다”며, ‘미국이 설정한 규범을 지키라’는 미국의 중국 견제 논리가 들어 있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탈북자 송환 문제에 대해 중국의 지원을 촉구한 것에 뒤이어 나온 것이다.
또한 사전 간담회 자료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거론됐다. 박 대통령은 “과거사의 핵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있고, 일본 정치지도자들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 계시는 동안 그분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전시 여성 성폭력’을 언급하며 위안부 문제를 쟁점화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엔총회에 이어 간담회에서도 위안부 문제를 거론할 경우 한-일 관계 복원 기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간담회에서는 실제 발언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청와대가 수정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박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동북아 정세, 한-미 동맹,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 북핵 문제 등 도전과제에 대해 창의적인 대응과 다원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돼 있다. 이쪽저쪽 눈치만 보다 ‘부담 없는’ 북핵만 거론하고 만 셈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간담회 시작 후 박 대통령이 인사말을 시작했는데 중간에 참석자가 말을 하고 들어와 대통령이 막지 않았다”며 “미국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하는 분위기여서 그렇게 흘러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인 기자, 뉴욕/석진환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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