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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어찌 맹의를 허구로만 치부할 수 있나
출처 엔터미디어 | 작성 정덕현 | 입력 2014.09.30 10:03

'비밀의 문'의 도발, 성역 없는 수사는 불가능한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진실이나 정의 따윈 관심조차 없는 이 험한 세상이 문제지." SBS 드라마 <비밀의 문>에서 서균(권해효)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딸 서지담(김유정)이 정치적인 희생양이 된 신흥복(서준영)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고 다니는 것에 대한 은근한 지지발언이다.

서균은 당대에는 법으로 금했던 사설 출판으로 '춘향전'이나 '사씨남정기' 같은 소설을 필사해 파는 이른바 '책쾌(오늘날의 서적상)'다. 소설을 필사해 판다니 낭만적으로 느껴지지만, 당대의 이 일은 마치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조가 정권을 잡기 위해 노론과 결탁했다는 증거인 '맹의'를 둘러싸고 벌어진 살인사건. 영조와 노론은 이 진실을 덮기 위해 살인도 불사한다. 반면 사도세자 이선(이제훈)은 억울한 한 백성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그 진실을 알고 있는 서지담은 고민에 빠진다. 진실을 드러내려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세책방'의 존재를 드러내는 대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알려는 자와 그걸 덮으려는 자.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 특검이 세워지지만, 그 이면에는 이를 덮으려는 자들의 갖은 협박과 거짓이 난무한다. 과연 성역 없는 수사는 불가한 것인가.

<비밀의 문>이라는 드라마를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로 접근하면 도대체 왜 저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맥락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즉 <비밀의 문>은 역사가 기록한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뒤집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영조는 성군이고 사도세자는 광인이었다는 역사의 기록은 드라마에서는 거꾸로 영조가 광기를 보이고 사도세자는 멀쩡하다 못해 정의롭기까지 한 인물로 그려진다. 왜 이런 재해석을 시도했던 것일까.

우리는 '특검'이니 '성역 없는 수사'니 '진실과 정의'니 하는 단어에서 수백 년을 뛰어넘어 지금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을 떠올릴 수 있다. 드라마 속 영조는 정통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왕이다. 노론과의 결탁을 뜻하는 맹의. 그 정통성의 부재는 영조를 불안하게 만들고 심지어 광기까지 드러내게 만드는 원인이다.

그저 드라마 속 하나의 이야기, 그것도 수백 년 전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맹의'는 지금 우리네 정치사에서도 무수히 발견됐던 것들이다.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야합과 거짓이 횡행했고, 그 진실을 파헤치려 했던 이들은 심지어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러니 이 '맹의'의 이야기를 그저 수백 년 전의 허구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것은 지금 현재도 진행형인 일들이다. 너무나 많은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럴 때마다 그것이 풀리기보다는 무언가에 의해 덮여지고 지워지는 일들이 반복된다. <비밀의 문>이 영조와 사도세자의 역사마저 뒤집는 파격적인 도발을 통해서 하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진실이나 정의 따윈 관심조차 없는 이 험한 세상'.

이것은 <비밀의 문>이 건드리는 역사적 사실의 재해석을 단지 역사왜곡이라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사극은 그 목적이 과거의 재현에 있지 않고 현재의 환기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소재로 끌어와 지금 현재 어떤 이야기를 건네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 우리 앞에 지금 놓여있는 수많은 '비밀의 문'들. 그것이 가진 진실의 무게를 우리는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또 그 진실은 어떤 희생을 요구하게 될까.

심지어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을 <비밀의 문>은 '진실이 가진 무게'로 해석하고 있다. 이 얼마나 놀라운 도발인가. 이를 두고 역사적 사실에만 몰두한다면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는 우를 범하는 일일 것이다. 죽은 자들의 역사보다 중요한 건 산 자들이 만들어갈 역사가 아닌가.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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