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658319.html?_fr=mt1

‘경제 효과 20조’ 허공 속으로…인천시, 남은 건 빚뿐
등록 : 2014.10.05 15:59수정 : 2014.10.05 21:57


4일 오후 인천 연희동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화려한 불꽃이 주경기장 위를 수놓고 있다. 인천/공동취재사진
 
무리한 투자·흥패 실패로 지역경제 위기 맞아
아시안게임 뒤 부채비율, 재정위기 수준 육박
단체장 ‘업적 쌓기용’ 국제대회 유치가 화 불러
전문가 “시민 의견 적극 반영 장치 마련해야”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14개의 세계신기록과 축구 등 구기 종목의 극적인 승부, 북한 고위급 인사의 폐막식 참석 등으로 역대 대회 못지않은 화제를 남겼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뒤 주최 쪽이 받아든 계산서는 참담하다. “아시안게임으로 한국 제3의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과 20조원의 경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던 인천시의 ‘장밋빛 전망’은 몽상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조원이 넘게 쓰인 이번 대회가 흥행에 실패하는 바람에 지역 경제 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질 위기를 맞고 있다.
 
“아시안게임 뒤 남은 건 빚뿐이다.” 대회가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배국환 인천시 정무부시장은 예산담당 공무원 등 200여명을 소집한 긴급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회에 들어간 돈은 대회 운영비 4800억원을 포함해 무려 2조5000억원에 이른다. 경기장 16곳 신축 등 대회 관련 시설 건설에만 1조5216억원이 들어갔다. 정부는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하라’고 권고했지만 인천시는 이를 무시하고 주경기장을 새로 지으면서 4673억원을 썼다. 감사원이 경기 시설과 무관하다고 지적한 체육공원 부지 매입 비용 1311억원 등 엉뚱한 곳에 혈세를 쏟아부었다. 대회 조직위는 “대회 운영비가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알뜰한 대회였다’고 주장하지만, 비용 절감의 발단이 주경기장을 비롯한 무리한 시설투자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쓰인 돈은 고스란히 인천 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빚’으로 남았다. 대회 조직위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 지원금 2007억원, 시 지원금 1282억원을 비롯해 스폰서십(470억원), 방송중계권(245억원), 티켓판매(265억원), 기타수입(290억원) 등으로 운영비를 충당했다”고 밝혔다. 운영비만 따지면 적자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시설 관련 비용이다. 국고보조금 4677억원 등을 빼고도 1조원이 넘는 돈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막아야 한다. 인천시가 내놓은 ‘경기장 건설비 지방채 발행 및 상환계획’을 보면, 경기장 등 건설 비용을 갚는 데만 내년부터 15년간 해마다 600억~1500억원이 들어간다.
 
치밀한 사후관리계획 없이 만들어진 경기장들은 대회 뒤에도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인천시는 신축 경기장 16곳에서 관리 비용으로 해마다 수백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는 부채 논란에 대해 “주경기장의 경우 위락·쇼핑·문화 시설 등으로 활용해 최대한 적자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의 올해 연말 예상 채무액 3조1991억원 가운데 1조원가량이 경기장 등 아시안게임 관련 시설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이번 대회 여파로 인천시의 채무비율(39.5%)은 안전행정부가 지정하는 재정위기 지자체 기준(40.0%)에 육박하고 있다. 재정위기 지자체로 지정되면 지방채 발행과 주요 지역 사업 집행 때마다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 아시안게임 여파로 300만 시민이 사는 대형 지자체의 핵심권한인 재정운영권을 잃을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피해는 결국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배국환 정무부시장은 최근 버스 준공영제, 출산 장려금·사회단체 보조금 지급 등을 축소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빚 갚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접 맞닿아 있는 복지 사업을 손대기로 한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예고된 실패라는 지적이 많다. 정치인 출신 단체장이 대회의 효과를 크게 부풀려 ‘업적 쌓기용’으로 유치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3선을 노리던 안상수 전 시장은 “아시안게임으로 20조원의 부가가치 효과와 27만여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 아시안게임은 종목별, 나라별 경기력 편차가 심한데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영향으로 스포츠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흥행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데도 대회 위상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것이다.
 
몇몇 인기 종목을 제외하고 지상파 방송사들이 생중계를 외면했고,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와 방송사들의 중계권 협상이 틀어진 것도 흥행 실패에 한몫을 했다.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기업 스폰서와 후원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평창겨울올림픽을 겨냥해 중앙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은 것도 큰 타격을 줬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형 스포츠 대회 유치를 결정할 때 이해 당사자인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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