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앤드류가 '나꼼수' 듣는 까닭은?
[현장 인터뷰] 나꼼수, 존스홉킨스대학 강연회... '설사병'에 걸린 자원봉사자들
11.12.11 14:06 ㅣ최종 업데이트 11.12.11 14:06  최경준 (235jun)

▲ 지난 8일 저녁 7시(현지시각)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나꼼수) 강연회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앤드류 오리웰라(27.SAIS)씨. ⓒ 최경준

지난 10월말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학의 한 건물. 7명의 한인과 1명의 미국인이 빈 강의실을 찾아 한참을 헤매고 있었다. 급히 모이느라 사전에 강의실 사용을 예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찾은 빈 강의실에 둘러앉은 이들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기 사명서'(mission statement)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날 처음 만난 사이였다. 하지만 왠지 서로 낯설지 않았다.
 
당시 모임을 주도한 김한엽(31.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우리 8명이 쉽게 뭉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와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는 사명감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첫 준비모임을 미션스테이트먼트부터 시작했다. '우리가 이것을 왜 하고, 왜 이것이 중요한가.' 이왕 준비하는 것이니,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시작하자는 의도였다."
 
'나꼼수'의 미주 순회공연 세 번째 도시인 워싱턴DC 강연회 준비모임은 그렇게 시작됐다. 자원봉사단 8명은 존스홉킨스대학, 조지워싱턴대학 학생 각각 3명, 그리고 교민 2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사명감과 책임감만으로 행사가 준비되는 것은 아니다. 보수적인 정서가 팽배한 워싱턴DC 한인 사회 안에서 유학생들이 주축이 돼 '나꼼수' 행사를 준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나꼼수' 강연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밤(현지시각), 결국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이 너무 긴장한 탓에 '설사병'이 걸리고 말았다.
 
▲ 미국 순회공연 중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지난 8일 저녁 7시(현지시각)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강연회을 연 가운데, 400여 명의 한인들이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 최경준

"'나꼼수' 이해하려고 10번 이상 반복해서 들었다"
 
지난 8일 저녁 7시(현지시각)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1층 대강의실, 연단 위로 한 명의 한국인 여성과 한 명의 미국인 남성이 올라갔다. '나꼼수' 강연에 앞서 F3(김어준, 주진우, 김용민)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400여 명의 관객들은 당연히 여성이 한국어로, 남성이 영어로 나꼼수를 소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반대였다. 미국인 남성이 유창한(?) 한국말로 나꼼수를 소개했고, 한국인 여성은 영어로 말했다. 의외의 상황에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무대에서 내려온 앤드류 오리웰라(27. SAIS)씨의 목에는 '자원봉사자'(volunteer) 명찰이 매달려 있었다. 그는 '나꼼수' 강연회를 위한 첫 준비모임부터 참여해, 이날도 안내 데스크에서 팸플릿을 나눠주는 일을 맡았다. 미국인인 그가 자원봉사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참고로, 오리웰라씨와의 인터뷰는 한국어로 진행됐다. 다소 어색하지만, 그가 한 말을 최대한 그대로 옮긴다.)
 
"이 행사를 도와주는 친구가 저에게 '나꼼수'를 소개시켜줬다. '나꼼수'에 대해 알게 됐을 때, (나꼼수가) 한국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어서 도와주고 싶었다. 저도 이 학교의 학생이다. 이 학교의 장소를 쓰고 있으니까, 이 학교 학생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 지난 8일 저녁 7시(현지시각)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강연회를 연 가운데, 정봉주 전 의원의 팬까페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워싱턴DC 회원들이 유명한 미식축구팀 유니폼에 메시지를 적었다. 미권스 회원인 파티즌은 "미식축구의 러닝백처럼 정 전 의원이 열심히 달려서 '한미 FTA'를 저지해 달라는 염원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 최경준

- '나꼼수' 방송을 들어본 적이 있나?
"그렇다. 들어보니까,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보이스(목소리)라고 생각했다. 사실 처음에는 너무 어렵고 잘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느낌이나 내용을 대충대충 알게 됐다."
 
- 한국인 친구의 도움 없이 방송을 들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8~9편정도 들었다. 한 편을 여러 번 들어야만 알 수 있다. 10번 이상 반복해서 들었다. 계속 버스 타면서 듣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듣고, 내용이 어려워서 이해하려고 반복해서 들었다. 오래된 것부터 요즘 것까지. BBK도 들었고, 한미 FTA도 들었다. 그리고 팟캐스트 (김어준의) '뉴욕타임즈'도 들어봤다. 완전히 이해는 못했지만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알겠더라."
 
- 한국 사회에서 '나꼼수'의 가치? 예를 든다면?
"보통 우리는 미국 사람으로서 한국말 잘 못하니까, 한국에 대해서 배울 때 한쪽 사이드(측면)만 배우고 포괄적인 정보는 잘 모른다. 저는 ('나꼼수'에 대해) 100%로 찬성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한국 정치의 파노라마를 아는 게 소중한 것 같다. 특히 한미 FTA는 미국에서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만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입장이 미국에 전달되지 않아서 팟캐스트(나꼼수)를 들어봐야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국 정치의 현실에 대해서도 팟캐스트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간혹 완성된 문장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말을 더듬기는 하지만, 오리웰라씨는 한국어에 상당히 능한 미국인이다. 그가 처음 한국에 간 것은 서던 캘리포니아대학(USC)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5년 여름이었다. 대학 장학금으로 여름 내내 서울에 머무르면서 한국과 한국 문화를 공부했다.
 
2년 뒤 다시 한국에 온 오리웰라씨는 3년 동안 영어강사로 일하면서 한국어를 배웠다.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에서 남미학과 금융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남미에 있는 한국 기업에 취업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 한국학을 공부하지 않았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지만 우리 조상들은 쿠바에서 왔다. 분단된 한국은 쿠바에서 피해 온 우리 가족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됐다. 그리고 한국의 문화는 아름답다. 제 꿈은 남미와 한국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보통 한국이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 '나꼼수'는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에도 많이 보도됐다. 본 적 있나?
"제 미국인 친구에게 '나꼼수'에 대해서 말하자마자 그 친구가 <뉴욕타임즈>에서 나꼼수를 봤다고해서 반가웠다. 그 친구와 '나꼼수'에 대해서 많이 얘기했다."
 
- '나꼼수'의 어떤 점이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나꼼수'에 출연하는) 사람들 자체 보다는 이런 개방적인 열린사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쫄지 말게. 편하게. 여권 못 받을 까봐…(쫄지 않는 사회).
 
- 정봉주 전 의원(민주당)이 여권을 발급받지 못해 미국에 오지 못한 얘기를 알고 있나?
"그렇다. 한국이 미국보다 그런 게 좀 심하다. 미국도 그런 게 있긴 있지만 한국이 더 심하다. 한국의 경제 개발은 완전히 된 것 같은데, 민주주의는 아직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진보적인 사람도 보수적인 사람도 편하게…(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 지난 8일 저녁 7시(현지시각)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나꼼수) 강연회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앤드류 오리웰라(27.SAIS.왼쪽)씨. ⓒ 최경준

- '쫄지 말자'는 의미를 아나?
"안다."
 
- '꼼수'의 의미는?
"번역하기 어렵다. 영악하고 느끼한 사람, 크립(creep)한 사람이다."
(참고로, <뉴욕타임즈>는 '나꼼수'가 "나는 옹졸한(petty-minded) 새끼(creep)"라는 뜻이라고 설명했고, '쫄지 말자'는 "Let's not be intimidated!"라고 번역했다.)
 
- '꼼수'가 누구를 지칭하는 지도 아나?
"가카를 지칭하는 말이다. 가카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번에 공부해서 알았다. 원래는 몰랐다. 지나 한 달 동안 ('나꼼수'를) 계속 들었다."
 
청국장 좋아하는 미국인의 조언 "나꼼수, 해외에도 많이 알려야"
 
당초 오리웰라씨가 자원봉사단에서 맡은 역할은 행사 홍보였다. 그런데 제대로 된 홍보도 하기 전, 공지가 나가자마자 강연회를 보겠다는 신청자가 쇄도했고, 순식간에 강의실 수용 인원을 넘어섰다. 결국 행사추죄측은 강의실 밖에 대형 TV까지 설치해야 했다. 오리웰라씨는 "(나꼼수) 인기가 너무 많아서 제가 할 일이 줄어버렸다"며 환하게 웃었다.
 
젊은층과 여성의 비율이 높았던 기존의 '나꼼수' 공연과 달리 이날 워싱턴DC 강연회에는 다양한 연령층이 참석했고, 남성의 비율도 상당히 높았다. '누님 전문 기자'로 불리는 주진우 기자가 강연회 도중 "좀 이상하다. 왜 이렇게 남성분들이 많이 참석했느냐"고 볼멘소리를 하자, 김용민 교수가 "여기에 '존스'홉킨스대학과 '조지'워싱턴대학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자지러졌다.
 
이재수 민주개혁미주연대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보다 더 많은 한인들이 참석했다"면서 "'나꼼수' 강연회를 계기로 워싱턴DC 지역에 진보적인 한인들이 얼마나 많이 잠재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희망적이었다"고 말했다. 오리웰라씨도 자원봉사를 한 소감을 묻자 "사람들이 많이 와서 좋았다"며 "앞으로 외국 분들이 더 많이 (나꼼수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미국 순회공연 중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지난 8일 저녁 7시(현지시각)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강연회을 연 가운데, 400여 명의 한인들이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 최경준

- 외국분들이 '나꼼수'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말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나꼼수'같이 카운터컬처(Counter-culture. 반문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어느 사회에서나 중요하다. 이런 스피커가 있다는 것이 외국인 학생들의 교육 과정에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생각하면 한국은 미국에게 아주 중요한 동반자, 우방 관계여서 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에 대해서 여러 면으로 알아야 한다. 그냥 전쟁에서 함께 싸웠다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앞으로 이렇게 친한 관계에 있으면 좋은 점도 알아야 하지만 ('나꼼수'를 통해서) 복잡하고 나쁜 점, 안 좋아할 점도 알아야 한다."
 
- '나꼼수'는 언론자유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것도 중요한 문제다. 우리(미국)도 (시사 풍자 쇼인) '데일리 쇼'나 '콜베어 르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존 언론에 실망하거나 못 믿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에게도 그렇게 재미있고, 소중한 방송이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도 그런(나꼼수 같은) 쇼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는 한국인 학생들과 함께 일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에 대해 '열정'을 꼽았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 스스로 나서서 발표하는 한국 학생들을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모일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한국 학생들을 보면서 놀랐다는 것이다. 오리웰라씨는 "열정을 가진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학생들에게는 지금이 학기말 시험과 논문 제출이 몰려있어 밤잠을 설칠 만큼 정신없이 바쁜 '파이널' 기간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로 나선 학생들은 그것조차 잊어버린 채 '나꼼수' 강연회 준비에 매달렸다.
 
기자 역시 오리웰라씨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듣고 놀랐다. 그는 "한국 음식의 특성은 발효 음식"이라며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청국장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제가 좀 특이한 것 같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나꼼수' 방송을 듣고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미국인, 한국 사회 안에서 '나꼼수'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그가 "좀 특이한 것"은 사실인 셈이다.
 
▲ 미국 순회공연 중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지난 8일 저녁 7시(현지시각)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강연회을 열었다. 강의실 수용 인원이 넘쳐, 일부 한인들은 강의실 밖에 마련된 대형TV를 통해 '나꼼수'의 강연을 들었다. ⓒ 최경준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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