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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채증에 시달린다 “마치 감시당하는 기분”
안전 이유로 현장에서 기자 격리…“취재방해는 국민의 알권리 침해”
입력 : 2014-10-07  21:48:29   노출 : 2014.10.10  09:17:32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집회 현장에서 기자가 다가가도 채증 중인 경찰의 캠코더는 내려가지 않는다. 심지어 기자가 혼자 있어도 마찬가지다. 채증은 대부분 의경이 하고 이들은 채증을 중지할 권한이 없다. 기자들은 이런 상황을 알고 있지만 불쾌한 건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다만 갈등이 벌어질 수 있는 현장에 있기 때문에 불쾌하지만 ‘그러려니’ 해야 한다는 것이다.

A기자는 “기자를 특정해 찍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항의는 못하지만, 현장에서는 일부러 기자증을 목에 걸고 다닌다”고 말했다. 기자이기 때문에 채증하지 말라는 나름의 소극적 저항인 셈이다. B기자도 혼자 있을 때 채증을 당한 경험이 있지만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않았다. 그는 “기분은 나빴지만 의경한테 항의한다 해도 묵묵부답이고 뭐라고 항의할 가치도 없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C기자는 자신을 특정해 찍지 않았지만 해당 경찰관에게 항의했다. C기자는 “다른 취재를 하다 보니 채증하는 사복 경찰이 너무 많아서 내가 저걸(채증) 취재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마치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었고 사복을 입고 채증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찾아가 항의했다”고 말했다. D기자도 “왜 기자를 채증하냐고 항의했고 채증을 중지하지 않아 지휘관을 불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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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경찰이 취재진의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기자들은 도를 넘은 경찰 채증이 취재에도 방해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C기자는 “기자를 특정해서 채증하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며 “항의하러 가느라 취재 현장을 벗어나야 하는 것도 취재 방해라면 방해”라고 지적했다. D기자는 “채증은 범죄가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기자가 혼자 있을 때 채증한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채증과 함께 공공연한 취재방해 문제도 지적됐다. 경찰은 ‘기자의 안전’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기자들은 취재 방해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E기자는 올해 초 철도노조 지도부가 경찰에 자진출석 했을 때를 예로 들었다. 그는 “민주노총 앞 난간에 기자들이 모여있는데 경찰이 위험하다며 기자들을 계속 밀어냈다”며 “취재진이 있어야 하는 자리를 경찰이 차지하는 식이었다. 자질구레한 취재방해”라고 말했다.

최하얀 프레시안 기자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아예 현장에서 끌려나왔다. 최 기자는 밀양 송전탑 움막 철거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세 번이나 현장에서 격리됐다. 최 기자는 “(철거 예정인) 움막 안에서 주민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민들의 상태는 어떤지 기록해야 했다”며 “기자증을 아무리 들이밀어도 경찰은 비켜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관련 취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예 현장 출입이 차단된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의 청운동사무소 농성장이 대표적이다. 경찰들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 역부터 청운동사무소까지 곳곳을 막아서고 신분증을 요구하며 출입을 통제했다. 해당 거리는 1.04km에 달한다. B기자는 “기자증을 10번 넘게 꺼내서 보여줬고 나중에는 아예 목에 걸고 갔다”며 “그렇게 갔지만 결국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에는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통행 제한에 마땅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B기자는 “왜 현장에 못 들어가냐고 물어도 경찰은 대답을 못 했다”며 “지휘관이 어디있냐고 따졌지만 지휘관은 나오지 않았다. 기자들을 막고, 이유 설명조차 안 하는 게 제일 화가 난다”고 말했다. A기자는 “(경찰이) 기자가 들어가면 시민사회단체 사람도 들여보내야 하기 때문에 못 들어간다고 했다”며 “기자라서 특권을 누리는 게 아니라 누군가는 그 상황을 지켜봐야 하고 기록해야 하는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막으니까 답답하다”고 말했다.

공권력의 취재방해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 기자의 기록이 없다면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국민들에게 알릴 길이 없다. E기자는 “정말 안전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취재방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공무수행이라는 이유나 목적이 불분명한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하얀 기자도 “현장에 없는 국민들은 현장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알 권리가 있다”며 “경찰의 취재방해는 국민의 알권리 침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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