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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명예훼손’ 무더기고발·수사 “심기경호 홍위병”
자유청년연합·심상근, 산케이 외에도 설훈·우상호·경향·한겨레 등 이미 고발… “3년 내내 할것”
입력 : 2014-10-22  09:10:10   노출 : 2014.10.22  09:21:44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의문을 제기했다가 검찰에 불구속기소된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 외에도 설훈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경향신문, 한겨레,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등 매체들이 무더기로 이미 고발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보수논객과 일부 보수단체가 주로 고발장을 접수했으며, 고발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명예훼손 했다고 써놓았다. 특히 검찰과 경찰이 고발된 내용 가운데 일부 사건을 기소하거나 직접 수사에 나서고 있어 ‘보수단체 고발→검경 수사→기소’라는 패턴도 나타나고 있다. 검찰은 전담수사팀까지 구성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수사기관이 대통령의 ‘심기경호’를 위한 홍위병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이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지난 8일 전후로 ‘유사 고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보수논객 심상근씨는 지난 1일 손문상 프레시안 화백을 상대로 박 대통령을 ‘닭’에 비유한 만평을 그린 것을 문제삼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밖에도 심씨는 ‘박근혜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정치인, 학자, 언론사 등을 무차별적으로 고발했다. 심씨는 ‘박대통령 연애는 거짓말’ 발언을 했던 설훈 의원(지난달 16일), ‘도둑심보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비판한 이종걸 의원(지난 1일),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 비판한 우상호 의원(지난 14일) 등 야당 국회의원을 고발했다. ‘박 대통령도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경향신문에 기고한 조국 교수(지난달 18일)를 비롯해, 경향신문과 이대근 논설위원, 한겨레,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등 박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보도한 매체도 고발당했다. 고발 대상자만 20여 건에 달하며, 고발장은 모두 대검에 접수됐다.

이밖에도 자유청년연대의 장기정 대표는 식당 주인에게 박 대통령 욕을 했다가 사과한 백정선 수원시의원을 지난달 26일 명예훼손 고발했다. 그는 산케이 지국장도 고발했다.

이하 작가도 지난 20일 오후 광화문 동화면세점 옥상에 올라가 박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4500장을 뿌렸다가 건조물침입죄로 경찰에 연행됐다. 이 작가에 대해 경찰은 대통령 명예훼손 의도에 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왼쪽)과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오른쪽) ⓒ 연합뉴스, 설훈 국회의원 홈페이지

문제는 이런 고발이 고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수사와 기소’라는 사법처리로 이어진다는 데에 있다. 가토 다쓰야 산케이 전 지국장이 문제의 칼럼을 쓴지 이틀 뒤인 지난 8월 5일 뉴스프로가 번역기사를 내자 그 다음날 바로 자유청년연합, 독도사랑회, 자유수호청년단 등이 고발장을 냈다. 바로 다음날인 7일엔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고, 이틀 뒤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 두 달 만에 불구속기소로 이어졌다. 

이들로부터 함께 고발당한 민성철 뉴스프로 번역가에 대해서도 검찰은 계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현지에서 시위를 벌이고, 뉴욕타임스 등에 박 대통령 비판 광고를 낸 ‘미시USA’에 대해 블루유니온이라는 단체가 지난 6일 국가보안법위반 및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유니온과 독도사랑회는 올해 안행부로 부터 각각 3300만원과 3100만원 지원 대상에 선정된 단체다.

앞서 박지원 의원(‘만만회-박지만·이재만·정윤회 의혹 제기)이 기소된 것도 새마음포럼, 새마음실천중앙회,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등의 고발에서 시작됐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 대통령에 대한 의혹과 의문 제기를 했다고 이렇게 사사건건 이상한 단체와 개인이 고발하고, 검찰은 수사했다 기소하는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 7시간을 국민 대다수가 믿지 않는다고 본다”며 “총체적으로 유신시대, 5공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성남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21일 “박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주둥이 함부로 놀리지 말라’며 한 번 싸워보자는 볼썽 사나운 짓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특히 검찰이 정치권력의 꼴사나운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을 국민이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고발인들에 대해 “시민단체란 민주주의의 모자라는 면을 보충한다는 것이 본래 기능인데도 이들이 하는 일은 ‘홍위병 단체’이거나 수준이하의 ‘정치모리배’ 같은 것일 뿐”이라고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 청와대

수십 건의 고발장을 쓰고 있는 심상근씨는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 자신의 아버지의 대변인 노릇을 해달라고 해, 박정희 전 대통령 대변인 입장에서 고발을 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명예 훼손을 막기 위해 앞으로 남은 임기 3년 동안에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우파 칼럼니스트’라는 심씨는 ‘고발-수사-기소 패턴’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이는 아주 새로운 패턴이며,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다른 단체나 나도 느끼고 있다. 우리 사회 좌우는 타협의 여지도 없으니 법정과 선거 외엔 서로 통하지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심기경호를 위한 홍위병 노릇을 한다’는 지적에 대해 심씨는 “나는 심기경호나 홍위병이라고 전혀 생각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누구든 고발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싶지 않으니 알아서 맘대로 쓰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검찰 조직이 ‘홍위병노릇’에 동원됐다는 비판에 대한 견해를 구하자 21일 보내온 답변서를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야 하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은 확산속도가 빠르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히는 심각한 범죄”라며 “사이버 흉기와 같은 글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대검은 “(최근 들어) 전직 대통령 가족, 국회의원 등 사회 주요 지도층 인사, 연예인, 운동선수, 세월호 유족에 이르기까지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인한 극심한 피해를 견디지 못해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하는 상황에 이르고, 그 폐해도 심각하다고 생각돼 검찰에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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