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naeil.com/News/economy/ViewNews.asp?sid=E&tid=6&nnum=639474

목소리 높이던 MB 서민금융, 부작용 속출
2011-12-13 오후 2:52:52 게재

뇌물·횡령사건에 지원효과 의문
대규모 부실 가능성 … 시장왜곡 우려

"위기가 생길 때마다 미소금융이다 뭐다해서 새로운 금융형태를 만드는 데 이는 결국 기존 금융형태를 왜곡시키고 금융시장만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지난 4월 저축은행 청문회에 불려나온 이헌재 전 부총리. 저축은행 정책 실패를 추궁당하는 자리였지만 그는 오히려 MB정부의 서민금융정책에 대해 준엄히 꾸짖었다. 금융을 정치적인 이유나 금융 외의 목적에 따라 활용하면 결국 커다란 후유증을 낳게 된다는 경고였다. 금융감독원장과 재정경제부 장관, 부총리 등을 역임하며 우리 금융을 이끌어왔던 그의 경고는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자는 더 어려워져

당장 MB정부의 대표적 서민금융정책인 미소금융에서 비리사건이 발생했다. 친정부 성향 단체가 미소금융재단으로부터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받았고, 이 자금의 일부를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미소금융 중앙재단 간부가 1억여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의 현장방문 지난 8월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인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재래시장을 방문한 모습.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서민금융정책인 미소금융은 최근 발생한 비리사건으로 빛이 바랬다.

문제가 된 단체는 2007년 8월 설립된 민생포럼으로 창립 당시 대통령선거 후보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해 화제가 됐던 곳이다. 민생포럼의 초대 상임대표인 유선기 대한생명경제연구소 고문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진영의 외곽조직이던 선진국민연대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겨 활동하기도 했다. 

민생포럼은 2009년부터 법인등기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금을 타냈다. 2009년부터 3년간 미소금융재단으로부터 받아간 자금은 50억원에 달한다. 민생포럼 대표는 또 다른 사단법인을 만들어 지난해 10억원의 지원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미소금융에 대한 감독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뒤늦게 감사에 착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스템상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기존 금융기관과 달리 지역밀착 사업을 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 사업자를 필요로 하다 보니 일부 부자격자가 참여하는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일회적이거나 개인적인 비리에 불과한 것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자금이 친정부 단체에 부당하게 지원됐고, 이 돈이 엉뚱한데 쓰였다면 뻔한 이야기가 아니겠느냐는 것. 앞으로 더 많은 비리가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소금융은 저신용, 저소득층에게 소액 창업자금을 무담보로 빌려주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을 본 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부터 신나는 조합, 사회연대은행 등 민간단체가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싹을 틔웠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휴면예금을 재원으로 정부가 주도하면서 민간사업자들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대기업과 은행들의 자금을 미소금융이 빨아들이면서 후원금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정부 성향 단체들에 밀려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지원규모가 축소돼 10여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이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반면 민간사업자가 빠진 자리는 친정부 성향 단체들로 대체됐다. 또 중앙재단 지점에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당수의 지역 인사나 정치인들이 참여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미소금융 지점은 남의 돈으로 지역 서민들에게 생색내기 좋은 자리여서 지방선거 등에 관심 있는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기업이나 은행이 직접 운영한 지점은 나름대로 관리를 하고 있지만, 재단 지점은 시스템도 부실해 부실과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처음부터 많았다"고 말했다. 

◆"차라리 기부금 내는게 속편해"

미소금융과 함께 MB 서민금융정책의 한 축을 이뤘던 햇살론은 최근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 햇살론은 정부와 농·수협 등 상호금융회사와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회사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보증 재원을 토대로 저신용, 저소득층에게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지난해 7월 처음 선보인 이후 지난해 말까지 1조3861억원이 판매되는 등 인기를 모았지만 올들어서는 실적이 급감했다. 지난 9월말까지 대출 실적은 3881억원에 불과하다.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금융기관들이 대출 취급을 꺼린 까닭이다. 

금융위가 금융회사 담당자들을 불러놓고 햇살론 실적을 높이라고 주문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당국의 눈치도 봐야하고 부실도 걱정해야 하는 금융회사들은 난처한 상황이다. 햇살론을 취급하는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영업점에서는 한번 부실이 발생하면 대출 취급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며 "막무가내로 몰아 부칠 수도 없고, 당국의 주문을 무시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회사 관계자는 "햇살론의 문제는 금융회사 영업의 근간이 되는 대출전략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한다는 점"이라며 "차라리 돈을 많이 벌어 기부금을 내라고 하면 속이 편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MB 서민금융정책이 꼬인 것은 처음부터 정책목표가 제대로 설정되지 못한 채 급하게 추진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지와 금융지원이라는 정책적 목표가 혼재된 상태에서 급하게 추진되다보니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목표와 타깃을 정하지 않으면 영속성 있는 사업이 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남의 돈으로 생색은 다 내고 뒷감당은 금융회사가 지게 될 것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결국 미소금융이나 햇살론이나 '퍼주기'가 될 수밖에 없어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금융당국이 밝힌 미소금융과 햇살론의 연체율은 각각 3%와 5%대에 불과하지만 실질 연체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거치기간이 지나지 않은 대출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연체율은 이미 두자리수 대를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내년 하반기 대규모 부실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마치 군사작전 하듯 대출 목표를 정하고 금리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는 서민금융 시장을 조성하는 수준에서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동차 보험 실효성 논란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거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일부 대형 손해보험사에서 출시한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의 가입자가 수백명도 안되자 10월엔 보험료의 할인율을 평균 8%에서 17%까지 높이고 전 손보사로 확대했다. 

그러나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재 서민우대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1000여명 정도다. 금감원은 재차 판매 부진이 보험사의 의지 부족에 있다고 보고 독려하고 있다. 손보사별로 서민우대 자동차보험 판매 계획을 내라고 하는가 하면, 가입조건 완화를 타진하기도 했다.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려면,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만 35세 이상이면서 연간 가계소득이 4000만원 이하의 저소득 계층이면 가능하다. 그러나 저소득 계층은 만 20세 미만의 부양자녀가 있어야 하고, 10년 이상 경과한 1600cc 이하의 비사업용 승용차 및 1톤 이하의 화물차량을 1대 갖고 있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가입 대상자가 70여만명에 달한다고 하지만, 이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기초생활수급자는 대부분 자신의 명의로 된 자동차가 거의 없다. 가족 등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된 자동차가 있을 수 있으나 해당이 안된다. 

또 4000만원 이하 저소득 계층 가운데, 10년 이상 경과한 1600cc 자동차를 갖고 있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다. 차령이 10년이면 폐차 직전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가입조건을 완화하면 가입자는 늘겠지만, 이제 겨우 안정화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라갈 수 있다"며 "별도의 서민우대 상품을 내놓기보다는 개선된 자동차보험 수익을 갖고 모든 가입자의 보험료를 인하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연례화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수수료율 인하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 매출 2억원 미만의 중소가맹점과 서민생활 밀접 업종에 한해 매년 한 차례씩 수수료율을 내려주거나 적용 범위를 확대해왔다. 그때마다 신용카드사들은 마지못해 이를 수용해왔다. 

그런데 올 11월에 금융당국의 의도와 달리 대형가맹점인 현대자동차가 카드사에게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해줄 것을 압박했고, 카드사들은 모두 백기 투항했다. 지금도 중소가맹점보다 낮은 현대차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신용카드는 1.75%에서 1.70%로, 체크카드는 1.5%에서 1.0%로 인하됐다. 그러자 르노삼성과 한국GM 자동차 등도 현대차와 같은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낮춰달라고 카드사에 요구중이다. 

권혁세 금감원장이 대형가맹점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으나,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갈등의 온상으로 전락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중인데, 대형가맹점이 얼마 안되는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인하 압박을 가하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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