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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예산과 야권 공조 '맞바꾼' 민주당
박상희 기자 psh@vop.co.kr  입력 2011-12-14 14:46:00 l 수정 2011-12-14 14:59:03

이야기하는 민주당 지도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정장선 사무총장이 1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민주당이 14일 끝내 국회 등원을 결정했다. 당 안팎의 비난 여론을 간과하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는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시작된 등원 움직임은 내년 총선을 앞둔 현역 의원들마저 동조하게 했다. 지역구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야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속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의총에서 '강경파'와 '온건파'의 마찰이 불거졌지만, 최종 등원으로 결론지었다. '조건부' 등원이라고 설명하긴 했으나 당 안팎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특히나 한미FTA비준안 무효를 위한 공동 투쟁 등을 약속했던 다른 야당과의 공조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태 특검 도입과 반값 등록금 예산 반영 등의 요구 조건이 수용되면, 임시국회에 등원하기로 했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오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외 병행 투쟁을 하자는 것이 의원총회에서 모아진 중론"이라며 "한나라당에 제시한 조건들이 관철될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김 대변인은 "원내대표단을 다시 한번 신뢰하고 김진표 원내대표에게 등원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온건파인 김 원내대표는 재신임을 수용하고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 등원 결정을 할 전망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다시 회동을 갖고 의원들이 요구하는 등원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협상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 내에선 김 원내대표가 결정한 등원 합의를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간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이종걸 의원은 "지금 등원을 논의하는 것은 11일 전당대회에서 한미FTA 무효화 투쟁을 결의한 당원에 대한 배신이며 당 최고의원기구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날이 갈수록 촛불의 숫자가 늘어나는 지금 등원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한미FTA 무효화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조배숙 최고위원도 "김진표 원내대표가 지도부와 상의없이 임시국회 개최를 합의해 준 것 잘못됐고 (김 원내대표가 주도한)설문진행도 잘못됐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금 등원에 합의한다는 것은 야권통합을 위한 디딤돌을 걷어차는 것이다. 총선 대선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 3일간 의원 전원을 상대로 실시한 비공개 설문조사 결과, 다수가 국회 등원에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국회 등원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단 한 관계자는 "많은 의원들이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해 한미 FTA 후속 대책같은 시급한 현안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조건부' 등원 결정에 다른 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같은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민주당이 지금 등원해 한나라당 산소호흡기 대주면, 총선 야권연대 가능성 없애는 것"이라며 "말로만 명분찾고 행동은 따로하는 야권연대는 더 이상 의미 갖지 못한다"고 잘라말했다. 노회찬 당 대변인도 "민주당이 한미FTA 무효화 장외투쟁을 접고 등원할 경우 진보당과의 정책 기조는 깨진다"며 "내년 총선에서의 선거 연대 (파기)까진 아니지만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같은날 한나라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등원 결정 여부와 상관없이 오는 15일 임시국회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 등을 처리하겠다고 압박했다.

박상희 기자ps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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