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65787.html
[단독] ‘친이계’ 의원들 “4대강 국조 없을 것”…MB “그렇게 돼야지”
등록 : 2014.11.24 00:56수정 : 2014.11.24 08:21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김윤옥씨가 9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외아들 이시형(36)씨의 비공개 결혼식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MB에 새누리당 상황 보고 원내지도부와 조율 거쳐
공무원연금 개편 등 앞두고 지도부 당 분열 우려
MB측근 “현정권 위기 모면 위해 지난 정권 끌어들이는 건 옳지 않다는 게 이 전 대통령 뜻”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아랍에미리트(UAE) 방문길에 오르기 며칠 전, 새누리당 친이명박계 의원들로부터 당내 상황 보고를 받았다. 야당이 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등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국정조사를 강하게 요구하고 새누리당 지도부도 일부 수용 가능성을 내비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친이계 의원들은 “지도부가 4대강 국정조사를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 마시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래. 그렇게 돼야지”라는 반응을 보인 뒤 류우익 초대 대통령실장,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과 2박4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행 비행기에 올랐다.
친이계 의원들이 “4대강 국정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전한 것은 원내지도부와 조율을 거친 결과다. 친이계는 “4대강 사업은 이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처음부터 이를 ‘실패’로 규정해온 야당 요구에 맞장구치는 건 안 된다”는 의견을 지도부에 강하게 피력했다. 현재 이재오, 조해진, 권성동 등 친이계 의원들이 4대강 국정조사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원내지도부도 4대강 국조 수용으로 친이계의 반발을 살 경우, 당이 분열되면서 공무원연금 개편, 공기업·규제 개혁, 각종 법안 처리 등 국정현안 추진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이계는 4대강에 비해 자원외교 국조는 상대적으로 당내 분란 소지가 적고 야당 공세에 대응하기도 수월하다고 보고 있다. 자원외교는 이 전 대통령과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차관뿐 아니라, 친박근혜계로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친이·친박 인사가 두루 걸쳐 있다. 친이계의 한 중진 의원은 23일 “자원외교는 성격상 성과를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모든 투자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라며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파헤친다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사람들도 국조에 불러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자원외교는 취임 초기부터 총리실 등에 맡기고 청와대는 컨트롤하지 않았다”며 “청와대가 몰랐던 엉뚱한 데서 비리가 나올 우려는 있지만 크게 걱정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당내 친이계가 ‘4대강 국조 거부’로 의견을 모아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 쪽은 국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긴장을 놓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통령을 최근 만난 한 핵심 측근은 “4대강이든 자원외교든 비리가 있으면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에 대해 감쌀 생각이 없다는 게 이 전 대통령 생각”이라면서도 “그러나 ‘전 정권 국책사업에 대해 (야당이) 정치적 공세를 벌이거나, 현 정권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지난 정권을 끌어들이는 건 옳지 않다’는 게 이 전 대통령의 뜻”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 전 대통령은 ‘국조를 하면 하는 거지, 공무원연금 개편이랑 바터(주고받기)한다는 게 무슨 말이냐’며 불쾌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주변에선 “더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강경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친이계 중진 의원은 “4대강이든 자원외교 등 전직 대통령 망신 주기를 위해 국조를 한다면 당의 분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안착을 위해 발언을 자제해 왔지만, 상황에 따라 더이상 침묵하지 않고 할 말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쪽은 회고록 작업을 위한 정례 회의와 각종 친목 모임 등을 통해 재임 시절의 장차관, 대선 캠프 및 청와대 참모, 전·현직 의원 등과의 주변 결속력도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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