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55955

주한미군에게 맞았는데...억울해도 참으라고?
[한미 SOFA 개정으로 가는 길④] 까다로운 주한미군 손해배상 청구
14.12.01 10:06 l 최종 업데이트 14.12.01 12:15 l 박진석(minbyun)

2002년 여중생 장갑차 압사사건, 김선일씨 피살사건부터 최근에는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 미군에 의한 평택 민간인 수갑 사건 법률대응, 미군주둔비부담금 특별협정 대응, 기지촌 피해 여성들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소송,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들은 모두 '미군'과 관련이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와 함께 대표적인 불평등조약으로 꼽히는 '한미 SOFA' 개정이 왜 시급한지, 조항별로 꼼꼼히 따져봅니다. [편집자말]
 
한국 국민이 미군에 의해 손해를 입었다. 이런 경우, 피해를 입은 한국 국민은 민사상 어떻게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 우선 누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지 확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피해자는 고민해야 한다. 가해 미군을 직접 상대로 소송해야 하는지? 아니면 미군 당국을 상대로 소송해야 하는지? 그것도 아니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해야 하는지. 

어렵게 대상을 확정한 이후에도 고민은 쉬이 끝나지 않는다.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지? 아니면 한국 정부에 신청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미군 당국에 신청해야 하는지? 무엇 하나 결정하는 게 쉽지가 않다. 가해자가 한국 사람이라면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가해자가 미군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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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 사건사고 상담센터를 안내하고 있는 지하철 홍보물. ⓒ 최은경

피해자로서는 까다롭고 꽤 복잡한 일이다. 그러나 손해배상의 대상을 잘못 선택하거나 손해배상청구 방식과 절차를 잘못 선택하는 경우, 피해자가 그 불이익을 모두 감수해야 하므로 사전에 미리 잘 알아보고 대처하는 게 최선이다. 

그럼 이제부터 미군에 의한 손해 발생을 유형별로 나눠 SOFA에 따른 손해배상의 상대를 결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대해 알아보고, 그와 관련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또 그에 대한 개선책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100% 미군 책임인데 한국 정부가 25% 비용 분담?

공무 중 손해란, 말 그대로 미군이 공무를 수행하다가 한국 국민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이다. 미군이 훈련 중에 손해를 입힌 경우나 공무수행 중인 미군 차량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미군이 공무 중 손해를 입은 한국 국민은 한미 SOFA 규정에 따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한다. 미군 당국이나 가해 미군 개인을 상대로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방법은 두 가지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각 지방 검찰청 산하 지구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을 하는 것. 지구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을 한 경우에도 그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다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공무 중 손해를 입은 한국 국민의 경우, 한국 정부가 그 손해배상을 보증하므로 피해구제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정부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 준 이후 미군 당국에 그 비용을 구상할 때 발생한다. 먼저 한미 SOFA에 따른 공무 중 손해에 대한 미군 당국과 한국 정부의 비용분담 비율을 나타낸 아래 표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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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 중 손해에 대한 미군 당국과 한국 정부 사이의 비용분담 비율. ⓒ 박진석

공무 중 손해에 대한 미군 당국과 한국 정부 사이의 비용분담 비율이 매우 불공평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미군에게 100% 책임이 있는데 한국 정부가 25%의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군에게 공동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구체적인 책임 비율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한국 정부가 50%의 비용을 분담하게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애초부터 미군이 공무를 수행하는 중에 손해를 가한 것이므로 그 책임이 전적으로 미군에게 있거나 대부분 미군에게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아예 없거나 매우 제한적인 경우가 대부분일 테니 말이다. 

한국 정부가 한미 SOFA에 따라 미군을 대신해서 지급하는 손해배상액은 모두 우리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 그러니 미군이 책임질 부분을 한국 정부가 떠안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 중 손해에 관해 한국 정부와 미군 당국 간의 비용분담 비율에 관한 한미 SOFA 규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만 한다.

비공무 중 사고는 왜 손해배상 받기가 어려울까?

비공무 중 손해란, 말 그대로 공무수행과 무관하게 미군 개인이 사적으로 손해를 가한 경우이다. 외박이나 휴가를 나온 미군이 손해를 입힌 경우나 미군이 개인 차량을 사적으로 운행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미군이 비공무 중에 손해를 입혔더라도 한국 국민은 원칙적으로 한국 정부나 미군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는 어디까지나 공무와 상관없는 미군 개인의 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공무 중 손해를 입은 한국 국민은 미군 개인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과거에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미군 개인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에 한국 정부와 미군 당국은 2001년 합동위원회에서 '비형사재판절차에 관한 합의사항'을 합의함으로써 일부 제도개선을 이뤘다.

그 골자는 재판서류의 가해 미군에 대한 송달절차, 가해 미군의 법정 출석 보장절차, 증거수집절차, 확정판결에 따른 미군 당국이 가해 미군에게 지급한 금액에 대한 압류 등 강제집행절차를 마련한 것이었다. 이러한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한국 법원에 미군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피해를 구제받는 것은 여전히 너무나도 어렵다. 실효성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맹점은 재판 도중에 가해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실제로 손해배상을 받을 방법이 막막해진다는 것이다. 가해 미군이 떠나도 재판은 계속 진행될 수 있지만, 승소 판결이 확정되어도 한국 내에 강제집행할 책임 재산이 없으므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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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2년 7월 19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미2사단장 이취임식 중 사열에 참가한 미군병사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러한 맹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사전에 미리 가압류와 가처분으로 강제집행을 할 책임 재산을 묶어두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미군 당국이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적 맹점을 개선하여 미군 개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처분의 가능성에 대한 명문의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또 재판이 진행 중인 자가 한국을 떠나게 될 경우 미군 당국이 사전에 미리 한국 법원에 통지하도록 하고 향후 재판이 확정될 경우를 대비해 재판이 진행 중인 자로 하여금 일정한 책임 재산을 한국에 남겨 두게 하거나 미군 당국이 재판의 집행을 보증하도록 하는 규정 신설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비공무 중 손해의 경우 가해 미군 개인을 상대로 한 소송의 제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사정을 고려하여, SOFA에 차선책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다. 미군 당국의 보상금 지급 절차가 바로 그것. 절차는 이렇다. ①피해자가 각 지방검찰청 산하 지구배상심의회에 비공무 중 손해에 대한 배상금 사정을 신청한다→②지구배상심의회가 배상금을 사정하여 미군 당국에 보고 한다→③미군 당국은 지구배상심의회의 배상금 사정을 참고하여 피해자가에게 보상금 지급을 제안한다. 

비공무 중 손해의 경우, 피해자가 미군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미군 당국의 보상금 지급절차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비공무 중 손해에 대한 미군 당국의 보상금 지급은 시혜적 성격이 강해, 지구배상심의회의 배상금 사정에 전혀 구속받지 않는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즉 미군 당국은 지구배상심의회가 미군 개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여 배상금 사정을 하더라도, 이에 구속받지 않고 보상금을 지급할지 여부와 보상금을 지급할 경우 얼마를 지급할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군 당국은 지구배상심의회가 인정한 배상금을 그대로 인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상당히 감액하여 보상금을 결정하고 있다. 그러니 피해자들은 실제 손해액에 턱없이 모자란 보상금만을 제안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손해액에 턱없이 모자란 보상금이라도 받으려면 피해자가 반드시 '청구를 완전히 충족한다'고 수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럴 경우 미군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아래 조항에서 보듯, SOFA는 청구인이 '청구를 완전히 충족된 것으로 인정'하면 더 이상 가해 미군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제23조 청구권 6 (다)보상금 지급의 제의가 행하여진 경우, 청구인이 그 청구를 완전히 충족하는 것으로서 이를 수락하는 때에는 합중국 당국은 직접 지급하여야 하며 또한 그 결정 및 지급한 금액을 대한민국 당국에 통고한다.
(라)본 항의 규정은, 청구를 완전히 충족시키는 지급이 행하여지지 아니하는 한, 합중국 군대의 구성원 또는 고용원에 대한 소송을 수리할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비공무 중 손해에 대한 미군 당국의 보상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피해자가 미군 당국의 보상금을 수락하더라도 한국 법원에 미군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SOFA는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박진석 기자는 변호사로, 민변 미군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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