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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록 공개” 朴 대통령, 정윤회 문건 유출은 엄단?
정상회담록 공개 방치했던 청와대 이중잣대…“박 대통령 발언 검찰 수사 불신으로 이어질 것”
입력 : 2014-12-01  16:23:59   노출 : 2014.12.01  17:12:07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윤회 국정운영 개입설 의혹을 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동향보고서와 관련해 "이번에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이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밝혔다. 특정 세력이 국기를 문란시키기 위해 '불순한 의도'를 갖고 문건을 유출했다고 단정짓고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국을 강타한 국가정보원의 남북정상회담록 공개와 관련해 청와대는 사실상 이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이중잣대 논란

당시 야당은 "세계에서 정상간 대화를 공개한 적이 없다"며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록 공개를 국기문란행위라고 규정하고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청와대는 "해당 기관(국정원)에서 법적 문제 등을 따져 열람토록 한 것으로 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2013년 6월 22일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태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대화록은)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다. 국정원법과 국회법 조항에 따르기만 하면 (열람이) 가능하다"고 말해, 사실상 청와대가 국가기밀 열람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히 대선 직전인 2012년 11월 22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과 관련해 "대화록이 국정원에 있다면 자꾸 왈가왈부하면서 시간을 끌게 아니라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공개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2012년 12월 5일 삼성 코엑스 앞 유세에서는 "(남북정상) 회담록 공개가 정 어렵다면 적어도 NLL 부분이라도 절차를 거쳐 밝혀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결국 지난해 남북정상회담록상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진위 논란이 일고 사초 폐기 논란으로까지 확대되자 국정원은 대통령 기록물을 보관하고 있다는 이유로 비밀을 해제하고 전문을 공개했다. 남북정상회담록 유출(국정원이 공개한 내용)은 국가기밀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범죄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국정원이 나서 논란의 한복판에 뛰어든 것이다. 

당시 보수언론은 국기문란 행위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록 공개를 부추기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2월23일 <"이젠 '盧 NLL포기 발췌록' 공개해 진실 밝혀야">라는 기사에서 "'NLL 포기' 발언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면서 '이젠 역사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며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은 '대선 전이라면 NLL 발언이 대선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었지만, 이제는 국민에게 역사의 진실을 알릴 의무가 있다'며 '대화록을 비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 분열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후보 당시)과 새누리당은 자신이 유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 앞의 진실’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국가기밀 문건이라 하더라도 공개해 진위 여부를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불리한 내용의 문건에 대해서는 진위 여부를 외면하고 유출 행위만을 국기문란행위라고 문제 삼아 비판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행태를 두고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이다.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해 불신으로 이어질 것

박 대통령이 문건 유출에 대해 강력 처벌을 주문한 것과 관련,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비선실세들이 헌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의혹이 밝혀졌는데,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문건 유출경위에 대한 검찰 수사로 물꼬를 돌려 사태를 모면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청와대가 문건을 ‘찌라시’로 규정하는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쳐놓았는데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 대변인은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해 정국을 강타했던 정상회담록 유출 행위에 대해서는 감싸고 돌더니 이번에는 공직기강비서관이 찌라시를 만드는 일을 했다고 스스로 실토하고, 유출행위를 국기문란으로 질타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유 대변인은 "이 문건이 언론 보도로 드러나긴 했지만 청와대가 만든 문건이고 유출이 시작된 것이다. 청와대가 사건의 당사자"라며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박 대통령이 남의 얘기처럼 말하지만 안방에서 벌어지고 새나간 일에 대해서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
 
문건 내용이 거짓이라는 수사 결과가 나와도 이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박 대통령이 검찰에 힘을 실어줬지만 야당과 국민들은 검찰 수사에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번 의혹이 임기 말까지 끊이지 않을 수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특검을 통한 검증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건 진위 여부와 관련해 사실상 '찌라시' 수준이라고 '확신'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향후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책임을 벗어나기 위한 계산된 면피성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운영 농단 청와대 시스템 작동하지 않았다  

문건의 진위 여부가 거짓으로 드러나도 문제는 남는다. 이미 지난 1월과 4월~5월 청와대 문건 유출 정황이 드러났는 데도 청와대는 뒤늦게 문건 유출을 문제 삼았다. 청와대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문건 작성 시점 이후 정윤회씨는 풍문 수준을 뛰어넘어 국정운영에 개입해왔다는 정황이 계속해서 나왔다. 정치권 일각에선 당시 청와대가 강력 '경고'했다면 이번 사태로까지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3월엔 정윤회씨의 박지만 회장 미행설 보도(시사저널)가 나오고, 4월에는 정윤회씨 딸 승마 국가대표 특혜 의혹까지 불거져 나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정씨의 합의 이혼 보도가 나왔고 세월호 참사 당일 만났다는 역술인 이모씨가 수억원대 투자 사기혐의로 경찰조사까지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지난 8월에는 박근혜 대통령 공식 팬클럽과 함께 독도에서 열린 콘서트에 참석하면서 가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언론의 표현의 자유와도 관련이 있다. 청와대 비서관 8명이 세계일보 사장, 편집국장, 기자 등 6명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청와대 문건을 바탕으로 '감찰' 사실에 대해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한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언론계에서는 청와대가 소송을 통해 향후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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