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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파문’ 보수언론도 청와대에 등 돌리나
조선일보 “국민이 궁금한 건 국정농단 의혹”…“현재 언론은 논조 아닌 특종경쟁 중”
입력 : 2014-12-02  22:05:50   노출 : 2014.12.03  09:04:12  조수경·정철운 기자 | jsk@mediatoday.co.kr    


‘비선실세’로 지목됐던 민간인 정윤회씨가 ‘문고리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핵심 비서관들을 통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보수언론도 이번 사안을 ‘문서유출’이 아닌 ‘국정농단’ 의혹으로 바라보고 있어 청와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정윤회 관련 의혹을 최초 제기한 언론사는 시사저널이었다. 시사저널은 지난 3월 정씨가 박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회장을 미행했다며 ‘정윤회 및 비서3인방’과 박 회장 간의 권력 암투가 그 배경이라고 보도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정씨의 국정농단 의혹까지 불거졌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28일 청와대 내부 문건을 단독 입수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청와대는 세계일보 사장 및 편집국장 등 6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강력 대응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 같이 보도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 같이 몰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나아가 “이번에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은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행위”라며 이번 사건을 ‘문건유출’ 사건으로 규정했다. 


청와대는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화에 나섰지만 2일 조선일보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일까지 문서유출에 초점을 맞춘 조선일보는 2일 정씨 감찰을 지시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지기강비서관을 단독 인터뷰했다. 

조 전 비서관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4월11일 퇴근길에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정윤회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고 정씨와 상반된 주장을 했다. 정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물론 3인 측근 비서관들과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또한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3인방과 오랫동안 연락 끊고 산다고 했던데 ‘왜 이러지?’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고, 정씨와 관련된 보고서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6할 이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지금 가장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문건에 나온 대로 정윤회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과연 어디까지 사실인가 하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이날 이번 일로 충격을 받은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주로 문서 유출과 언론 보도만을 문제 삼았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2일자 머리기사
 
정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찌라시’ 내용에 불과하다는 청와대 입장과 상반된 내용을 조선일보가 보도하면서 청와대가 더욱 수세에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꼽히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1면 칼럼을 통해 이 사건을 반박했다. 또 조선일보는 이 사건 수사를 진두진휘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제기해 채 전 총장의 자진사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위기 때마다 ‘박근혜 정권 구원투수’로 나온 조선일보가 ‘정윤회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내부에서는 ‘의도성’이 있는 기사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조선일보 한 기자는 조응천 전 비서관 인터뷰와 관련해 “지난 3~4월부터 특별취재부에서 ‘정윤회 이슈’를 취재해왔다. 우리는 팩트가 나온 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우리 보도가 정윤회를 죽이자는 건 아니다”라며 “우린 모든 방향으로 취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정윤회 관련 보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정윤회 의혹’과 관련한 조선일보의 ‘방향전환’은 다른 보수언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대통령 발언에 무게를 실었던 문화일보는 2일자 3면 기사 <정윤회 “민정수석실서 조작” 조응천 “6할 이상 사실일 것” 누가 거짓말 하나>에서 정씨와 조 전 비서관 간의 ‘진실게임’으로 사안을 바라봤다. 또한 1·2면을 통해 세계일보를 고소한 청와대 비서관들이 정작 검찰 소사를 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이번 사건에서는 신문 논조를 특정 짓는 게 전혀 의미 없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한겨레나 세계일보나 조선일보 모두 최대한 많은 팩트를 찾아내는 특종경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윤회씨를 단독 인터뷰했던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정윤회씨 주장을 인터뷰로 소개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향후 언론보도를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앙일보가 보도한 정윤회씨의 해명과 조선일보가 보도한 조 전 비서관의 주장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언론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그야말로 ‘정치적 판단’이란 뜻이다. 언론계 일각에선 박근혜 정권이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에 의해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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