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41206.22001212314

[토요스토리] 을숙도 큰고니 주남지로 이사 간 사연
아파트 공사·신항 건설 등 낙동강 하구 오염 가속화로 먹이인 새섬매자기 씨 마르자
국제신문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2014-12-05 21:24:42/ 본지 1면

낙동강 하구의 오염으로 이 지역을 찾던 큰고니가 대거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로 이동하고 있다. 5일 낙동강 하구 명지 갯벌에는 수를 헤아릴 정도로 적은 큰고니가 모여 있지만, 주남저수지에는 떼를 지어 노닐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큰고니들 주남저수지로 이동
예년 배 넘는 1500마리 찾아

'순백의 향연'. 5일 오전 찾은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가 그랬다. 몸길이 1.5m, 날개 길이 2.4m가량의 커다란 철새 떼가 유유히 수면 위를 유영하고 있었다. '백조'로 불리는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 무리였다. 이들이 내뱉는 울음에서 '트럼펫' 소리가 났다. 온몸을 휘감은 순백의 깃털과 S자 모양으로 매끈하게 빠진 긴 목에는 '조류의 귀족'이란 찬사에 어울리는 기품이 서려 있었다.

저수지를 하얗게 뒤덮은 큰고니 떼의 출현에 기가 죽은 듯, 물닭 기러기 등 작은 새들은 깜짝 놀라 자리를 피하기 바빴다. 

철새전망대 2층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천염(70) 조수감시반장은 "주남저수지에서 수십 년 근무했지만 큰고니가 올겨울처럼 많이 몰려든 걸 보기는 처음"이라며 "탐조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장관을 선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겨울 주남저수지를 찾은 큰고니가 1500여 마리에 이르는데, 600여 마리에 불과했던 지난해 이맘때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들뜬 목소리로 전했다. 부모를 따라온 꼬마 탐조꾼들도 큰고니 떼의 군무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올겨울 주남저수지에 왜 큰고니 축제가 펼쳐지고 있을까? 철새 전문가들은 '낙동강 하구의 환경오염'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대단지 아파트 건설, 을숙도대교 공사, 부산신항 건설, 4대강 개발 등 대규모 토건사업이 낙동강 하구에서 장기간 이어지면서 철새 서식환경이 크게 훼손돼 큰고니가 주남저수지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있다는 얘기다. 주남저수지의 향연 뒤에 낙동강 하구의 눈물이 있었던 셈이다.

낙동강 하구의 철새 서식환경 악화는 심각하다. 부산 환경단체 '습지와 새들의 친구'의 탐조기록은 위기에 처한 낙동강 하구를 고발한다. 지난달 말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을숙도에서 관찰한 큰고니는 900여 마리였다. 2011, 2012년 겨울 4200여 마리가 관찰된 것에 견주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백합등 을숙도 명지 등 낙동강 하구의 드넓은 갯벌에 큰고니 떼가 몰려 새하얀 물결을 이뤘던 때가 있었던가, 의심이 들 정도다. 잇단 대규모 개발은 큰고니의 먹이이자 습지 풀의 일종인 '새섬매자기'의 씨를 말려버렸다. 조류 흐름이 변하면서 토사가 쌓여 새섬매자기가 자라기 힘든 환경이 된 탓이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 천성광(55) 대표는 "과거 낙동강 하구의 갯벌은 발목까지 푹푹 빠져들 정도로 부드러워 새섬매자기가 무성하게 자랐는데 지금은 토사가 퇴적되면서 지반이 딱딱하게 굳어진 상태"라며 "이 때문에 새섬매자기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남저수지의 큰고니 축제를 마냥 즐거워하기에는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다. 병색 짙은 낙동강 하구가 눈에 어른거려서다. 거기엔 주남저수지가 언제든 낙동강 하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낙동강 하구와 주남저수지 거리는 46㎞. 길지 않은 이 거리만큼 멀지 않은 시기에 낙동강 하구처럼 '철새 떠나는 철새도래지'의 슬픈 현실이 주남저수지에도 찾아올지 모른다. 갈수록 거세지는 개발 광풍에 밀려 생태와 환경은 맥을 못 추는 게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흔히 '철새가 살 수 없는 곳은 사람도 못 산다'고 말한다. 하지만 낙동강 하구를 떠나는 큰고니는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그 말이 맞느냐고? 진정 공감하는 말이냐고?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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