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61873

"전형적 혐오범죄...이건 살인미수" "테러 부추기는 종편·일베도 우려돼"
[신은미 토크콘서트 폭발물 테러] 전문가들 "백색테러 다시 등장... 엄벌해야"
14.12.11 17:35 l 최종 업데이트 14.12.11 18:00 l 박소희(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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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린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에서 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인화성 물질이 든 냄비를 품 안에서 꺼내 불을 붙인 뒤 연단 쪽으로 향하다가 다른 관객에 의해 제지됐다. 이 사고로 관객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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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는 토크콘서트가 열린 익산의 행사장에서 고3 학생이 황산을 섞인 폭약을 터트려 행사 스태프 1명이 머리와 귀에 큰 화상을 입었다. ⓒ 문주현

11일 <오마이뉴스>와 통화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전날 전라북도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벌어진 '폭발물 테러' 이야기였다. 

재미교포 신은미씨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는 10일 이곳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그런데 행사 중간 고교생 A씨가 갑자기 신씨에게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했냐"며 항의하더니, 준비해온 인화물질에 불을 붙였다. 이 일로 관객 20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부상자도 나왔다. (관련 기사 : 신은미 강연에 고3 폭발물 투척... 목격자들 "배후에 성인남성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혐오범죄의 신호탄... "한국사회, 심각히 퇴행"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이제 한국에 우익테러의 시대가 왔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개탄했다. 그는 "아직 속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일베(보수성향 온라인커뮤니티 '일간베스트') 등이 좀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징후가 아닌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은 전형적인 혐오범죄라고 진단했다. 인종이나 종교가 다른 상대에게 테러를 가했던 미국 KKK단, 노르웨이 브레이빅 같은 극우세력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이광철 변호사 역시 명백한 범죄로 봤다. 그는 "A씨의 행동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폭력행위를 범한(폭력행위처벌법 위반)' 사례일 뿐 아니라 살인고의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씨가 현장에 소지했던 황산과 폭발물의 양, 피해자들의 부상 정도 등을 종합해 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였다. 이 변호사는 A씨가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집 근처에 신은미 종북 콘서트 여는데 신은미 폭사(爆死) 당했다고 들리면 난 줄 알아라'고 올린 글도 고의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해방 직후에나 있던 백색테러가 다시 등장했다"며 "우리 사회가 위험한 수준으로 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념 차이를 두고 심한 갈등을 보이는 일은 다른 나라에선 대부분 사라졌는데, 한국은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히 갈등이 아닌 테러로 나타났다"고 했다. A씨를 윤봉길 의사에 비유하며 영웅대접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민 교수는 "그건 윤봉길 의사를 욕보이는 일"이라며 "이렇게 부추기는 사람들 때문에 또 다른 A씨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상당히 위험하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엄정한 대처 필요... '부추기는 사람들'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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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동포 신은미(왼쪽)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10일 오후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릴 토크 콘서트를 앞두고 "토크 콘서트는 통일운동의 하나"라며 항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사건이 또 다른 테러를 낳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사안이 아님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이 엄정한 대응을 주문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광철 변호사는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반하는) 국기문란"이라며 "당연히 가해자가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칫하면 '이제는 (반대하는 사람에게) 황산 가져와서 부어라' 하는 위험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동춘 교수도 "(혐오범죄에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민경배 교수는 '위험한 지지'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베에서 노는 사람들이 다 테러리스트는 아니고, 행동하는 사람은 일부"라며 "문제는 그것을 부추기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신은미씨 등을 종북으로 몰며 A씨 지지의사를 밝히는 일베 회원들이나 종합편성채널 출연진들을 보면 A씨 같은 이들을 부추기는 정서가 팽배하다고 우려했다. "엄벌에 처하는 등 경종을 울리는 움직임이 나와야 하는데, 과연 이 정부가 어떻게 다룰지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 역시 '부추기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그는 "종편이나 보수지가 종북은 무조건 사회의 악이라며 (사회를) 종북과 애국세력으로 나눠버렸다는 면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추 사무총장은 "특히 고등학생이 범인이란 부분을 굉장히 심각하게 봤다"며 "이런 극단의 상황을, 이 갈등 구조를 (뒷세대에게) 계속 물려줘야 하느냐,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의당은 11일 논평을 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폭력을 행사한다면 민주주의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또 경찰이 신은미씨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보수단체에게 고발당한 사건과 관련해 예외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것에는 우려를 표했다. 정의당은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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