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가 중국 땅? 중국보다 더한 일본 교과서
[일본 교과서 톺아보기②] 고대사 : 임나일본부의 부활
15.04.21 20:17 l 최종 업데이트 15.04.22 11:49 l 김민화(chollok)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신청을 한 역사교과서 중 '불합격' 된 두 개의 교과서가 있다. 한 교과서는 우익계 교과서, 다른 한 교과서는 진보적인 교과서로 구분된다. 전자는 새역모(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계열 '지유사' 출판사의 교과서이며, 후자는 '마나비샤' 출판사로 일본의 역사교사들의 모임인 역사교육자협의회 구성원들이 만든 교과서다. 

두 출판사가 검정에서 불합격된 사유 역시 극명하게 갈린다. 지유샤와 마나비샤는 문부성의 수정 지침에 따라 수정을 하고 나서야 검정을 통과했다. 두 출판사의 불합격본과 일본 문부과학성의 수정 지침 내용을 보면, 일본의 보수, 진보 세력 사이 역사인식의 차이와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까지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각국의 환경과 조건에 따라 역사인식의 차이는 일정 정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목적으로 역사 인식을 주입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올해 일본의 사회과 교과서(역사, 공민, 지리) 내용에는 현 정권의 역사 인식이 그대로 반영됨으로써, 교과서가 정치 도구화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일 합의로 폐기된 '임나일본부설'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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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지유샤' 출판사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5세기경의 동아시아'지도에서 한반도의 가야를 '임나(가라)'로 표기함. ⓒ 지유샤

조선반도 남부에는 4세기경부터 다수의 나라가 분립한 지역이 있었다. 일본서기에는 '임나', 조선 측의 칭호로는 '가라', 혹은 '가야'라 불리었다. 이 지역은 백제와 함께 일본 열도 사람들과 깊은 교류가 있었다. 임나는 철의 산지이며, 야마토 조정은 이 지역으로부터 철을 수입하여 지방에 배분함으로써 국내를 통일하려 하였다. 
- 지유샤 역사교과서 검정 합격본 p.40

지유샤의 검정 합격본 역사교과서는 4세기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지도와 본문에 '임나'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교과서는 처음에는 검정 '불합격'되어 한 차례의 수정을 거친 후 검정을 통과했다. 검정 불합격본과 합격본을 비교해 봤다. 검정 불합격본에는 임나일본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백제는 야마토 조정에 도움을 요청했다. 야마토 조정은 귀중한 철 자원 공급지이기도 한 반도 남부와 깊은 교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다를 건너 백제를 도와 고구려와 싸웠다. 고구려의 광개토대왕 비문에는 야마토 조정의 군세가 백제, 신라를 복속시키고 고구려를 위협했다고 쓰여 있다. 이 시기, 야마토 조정은 반도 남부의 임나(가라)에 일본부를 설치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 - 지유샤 역사교과서 검정 불합격본 p.48

검정 불합격본에는 임나일본부설이 노골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 부분은 문부과학성의 수정 지침으로 앞서 제시한 서술로 바뀌었다. 학생들이 당시 야마토 조정이 조선반도에서 행사한 영향력을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임나일본부'를 '임나'로 바꾼 것에 불과하며,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내용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 서술되고 있다. 

'임나일본부설'은 한국과 일본의 공동연구로 2010년 공식적으로 폐기된 학설이다.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임나일본부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는 데 합의했으며, 더불어 임나일본부라는 용어도 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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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총 8종 중 4종에서 한반도 가야지역을 '임나' 표기함. 왼쪽부터 '이쿠호샤', '도쿄서적', '문교출판'. ⓒ 이쿠호샤-도쿄서적-문교출판

'임나'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지유샤만이 아니다. 검정을 통과한 역사교과서 총 8종 중 4종에서 '임나' 명칭을 사용했다. 이는 양국 간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공동의 연구 성과와 양국의 합의가 일본 정부에 의해 부정되는 결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교과서 전반에 나타나는 고대 한반도 영역표기 오류

검정을 통과한 8종의 역사교과서에는 고대 한반도 영토 표기 오류도 다수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기원전 3세기부터 서기 8세기경의 동아시아를 그린 지도에서 대부분의 교과서가 중국의 영역을 지나치게 넓게 표시해 당시 한반도 영역까지 넘어와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의 지도 표시가 각 출판사마다 서로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 

'제국서원'의 역사교과서에 실린 '기원 전후의 동아시아' 지도는 중국 한나라 시기와 한반도의 고조선의 시기를 나타낸다. 지도를 보면 한나라의 영역이 한반도 지금의 경상북도 북부와 전남 서부 지역까지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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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제국서원'의 역사교과서. 기원 전후의 동아시아 지도로 한나라의 영역이 한반도까지 넓게 표시되어 있음. ⓒ 제국서원

'시미즈', '이쿠호샤' 출판사의 역사교과서 '3세기경의 동아시아' 지도에서도 오류가 나타난다. 중국의 삼국시대 위나라의 영역이 한반도의 현재 평안도와 황해도, 경기도 일대를 장악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시기 한반도는 고구려, 신라, 백제와 가야, 부여로 구분되는 시기이다. 이 지도에서는 한반도의 삼남 이북지역의 고구려 영역을 위나라와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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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세기경의 동아시아'지도로 위나라의 영역이 고구려의 영역까지 확장되어 표시되어 있음. 왼쪽부터 '시미즈출판', '이쿠호샤' ⓒ 시미즈출판-이쿠호샤

또한 시미즈 출판사 역사교과서에는 8세기경의 발해의 영토와 당의 영토가 하나로 묶여서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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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시미즈출판'의 역사교과서로 발해의 영토가 당나라의 영토와 하나로 묶여 표시되어 있음. ⓒ 시미즈출판

'마나비샤' 역사교과서를 비롯한 다수의 교과서에 실린 또 다른 지도에는 만리장성 위치 오기도 확인되었다. 진나라 시기(기원전 3세기) 지도의 만리장성이 한반도까지 뻗어져 있다. 이는 애초에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 산둥지역의 '산해관'이라고 알려진 것과 차이가 있다.

심지어 동북공정의 결과로 만리장성의 시작 지점을 요동반도 호산산성으로 새롭게 발표해 한국과 논란을 빚은 중국보다, 이번 일본 교과서가 만리장성을 훨씬 아래쪽까지 왜곡해 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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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마나비샤'의 역사교과서. 만리장성이 한반도까지 걸쳐서 표시되어 있음. ⓒ 마나비샤

이에 대해 아시아역사연대 안병우 공동대표는 "한국 고대사의 출발이 일본의 영향 아래서 시작되었음을 나타내기 위한 서술로 한국 역사의 독자성을 부정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 편집ㅣ최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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