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비리, 2년 전 알고 있었지만…포스코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138호] 2015년 04월 24일 (금) 11:40:02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black@mediatoday.co.kr
   
▲ 자본과 기업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주인 없는 기업’ 포스코는 언론의 대표적 광고주다. 소비재 기업이 아닌데도 광고를 두둑이 풀어서인지 언론은 포스코에 우호적이다. 

M&A 비리, 2년 전 알고 있었지만…포스코 주주총회가 열렸던 지난 3월 13일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들이 주주 자격으로 주총에 참석하려다 이를 막는 회사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여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소식은 어느 신문과 방송에도 실리지 않았다. 단순한 사건이지만 그 배경은 꽤나 복잡하다. 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포스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포스코 소속은 아니다. 현행법에 제조업은 파견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내하청은 곧 불법파견이고 실질적인 사용자는 포스코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주인 없는 기업들이 흔히 그렇듯이 포스코는 광고에 후하다. 소비재 기업이 아닌데도 늘 두둑이 광고를 풀고 그래서 언론도 비교적 포스코에 우호적이다. 실제로 “철을 사랑합니다” 같은 광고를 TV에 내보낼 이유가 어디에 있나. 포스코는 늘 크고 작은 뉴스거리를 만들지만 광고 효과 덕분인지 언론 보도가 축소되거나 멀쩡히 나갔던 기사가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3년 12월, 매일경제에 실은 포스코 기사가 사라진 적 있었다. 온라인에 실린 기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건 일상적이지만 이 기사는 간단한 기사가 아니었다. 12월 3일, 매일경제가 보도한 “포스코ICT, 삼창기업 특혜인수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가판에는 실렸다가 다음날 배달판에서는 빠졌다. 포스코의 자회사 포스코ICT가 삼창기업의 기업가치를 세배 가까이 비싸게 사들였다는 내용이었다. 

 미디어오늘이 제보를 받고 확인한 결과 기사를 쓴 기자는 “일부 팩트가 잘못된 부분이 있어 기사가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삼창기업 관련 의혹은 이미 기자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이야기였는데 포스코는 유독 이 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취재 결과 다른 한 일간지의 기자는 포스코 관계자가 “기사는 양껏 쓰시되 모회사 이름은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 삼창기업이 다시 뉴스에 등장했다.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포스코의 인수합병 의혹으로 수사방향을 틀면서 삼창기업과 성진지오텍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삼창기업 이두철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 매입 의혹이 있는 또 다른 기업 성진지오텍의 전정도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이 정준양 전 회장이 포스코 회장이 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고 이 때문에 전 회장의 지분을 턱없이 비싸게 인수한 것 아니냐는 게 검찰이 파헤치고 있는 의혹이다. 만약 1년 반 전 매일경제 기자가 삼창기업 의혹을 좀 더 깊이 파고들었다면 엄청난 특종을 했을지도 모른다. 매일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신문과 방송도 마찬가지고 미디어오늘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포스코처럼 약점이 많은 기업이라도 거대 광고주를 건드리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 기업 내부 취재가 차단돼 있는 데다 실제로 검찰이 움직이지 않으면 기사를 쓴다고 해도 반향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 인수합병 비리 의혹도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표적 수사 과정에서 튀어나온 성격이 짙다. 사건이 터지면 쓰지만 언론의 기업 감시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bl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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