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138248

비상사태도 선포했는데, 낙동강은 왜 잠잠하나
[투명카약-낙동에 살어리랏다⑤] 박창근 가톨릭 관동대 교수
김종술 기자 쪽지보내기 | 15.08.27 16:49

독자들의 성원으로 '김종술 투명카약 선물하기' 프로젝트 목표액이 달성됐지만 모금은 계속합니다. 오는 8월 31일까지 모인 후원금은 김종술 기자의 4대강 취재비로 전달합니다. 김종술 기자가 낙동강을 지키는 정수근 기자에게 카약을 선물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투명 카약 2대'로 진화했습니다. 두 기자는 8월 24일부터 2박3일 동안 낙동강을 취재합니다(오마이뉴스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 공동 프로젝트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지금 문제는 속도전이고, 전광석화와 같이 착수하고 질풍노도처럼 몰아붙여야 한다." 

2008년 12월, 4대강사업을 두고 당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한 말이다. 그 뒤 밀실에서 6개월 만에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지고 4개월 만에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는 등 각종 절차를 형식적으로 완료했다.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인 2009년 11월 마침내 4대강사업이 착공되고 밤낮없이 공사를 강행하여 2011년 말 대부분 보 구조물이 준공됐다. 속도전으로 보면 4대강사업은 가히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그러나 4대강사업은 편익은 거의 없고 온갖 부작용으로 내일이면 무너질 '바벨탑'이 될 운명이다.

낙동강 물은 먹을 수 있을까?

4대강은 우리나라 국민의 '생명의 젖줄'이다. 그러나 4대강은 녹조가 창궐해 물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시궁창 냄새가 나는 오니가 강바닥에 깔려있고 괴상망측하게 생긴 큰빗이끼벌레가 강을 점령할 태세다. 강물이 흐르고 모래가 반짝이는 옛날의 낙동강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1㎍/L을 먹는 물 감시기준으로 설정했는데, 낙동강 원수에선 조류독소가 최대 56.0㎍/L까지 검출됐다. 상황이 이러니, 낙동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환경부의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 1300만 명의 식수원인 낙동강은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으로 오염된 상태에 이르렀다.

현재 환경부가 운영하고 있는 조류경보제는 매우 엄격하게 설계돼 있어서 조류경보를 발령하기가 까다롭다. 지난 6월 22일 낙동강 일원에서 녹조가 대규모로 발생해 녹조제거선이 녹조제거를 하고 있지만 현행 조류경보제에 따르면 조류 '출현 알림' 단계에 이르지도 못했다. 즉 일반 국민은 낙동강이 이러한 상황인데도 조류 발생 자체를 모르고 있고, 원론적으로 조류경보가 발령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돗물을 만들 때 통상적인 정수과정만 거친다.

▲ 지난 2015년 6월 22일 낙동강 도동서원 부근 ⓒ 박창근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 이리(Erie) 호의 경우 대규모 녹조가 발생하자 50만 명의 식수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으로 오염된 물을 먹은 동물(새·물고기 등)이 죽은 사례가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과학적 보고는 없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있다. 호주의 경우 대규모 녹조가 발생하자 주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책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독성물질이 포함된 남조류가 하천에 창궐하면 그 독성물질이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녹조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녹조발생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면서 미봉책만 내놓고 있다. 국민의 건강이 더 위험해지고 있다.

4대강에서 생물체가 살아갈 수 있을까

지난 7월 20일 낙동강 현장조사 때 하류지역 어민들을 만났다. 당시 접한, 낙동강의 수중생태환경을 피부로 느끼는 어민들의 증언은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상황보다 훨씬 심각했다. 

예년에 비해 어획량이 1/10 수준이고 죽은 물고기가 그물에 걸리고 어구에 악취가 나는 시커멓게 변한 물이 올라온다고 증언했다. 4대강사업으로 여울과 웅덩이 그리고 수초가 사라져 물고기의 서식처와 산란처가 대부분 훼손됐다. 낙동강은 물고기조차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전락했고, 그만큼 어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 강정보 상류에서 채취한 하천바닥 저질토 ⓒ 2015 낙동강 국민조사단

유기물질인 조류는 죽으면 하천의 밑바닥에 퇴적된다. 이렇게 퇴적된 유기물질과 외부로부터 유입된 유기물질을 미생물이 분해하면서 수중의 용존산소(DO, 溶存酸素)를 다량 소비할 뿐 아니라, 다시 수중으로 무기영양물질을 공급하게 된다. 

만약 이러한 상태에서 외부로부터 영양물질이 계속해서 공급되면 하천에 용존산소가 줄어들게 된다. 적절한 양의 용존산소는 하천의 생태계에 아주 중요한데, 부영양화가 극도로 진행되면 수중의 용존산소는 모두 고갈돼 산소를 이용하는 모든 수중의 생물은 죽게 된다. 용존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모든 유기물질은 혐기성 세균(무산소 조건에서 생육하는 세균)에 의하여 부패돼 물은 썩고 악취가 난다. 

강정보에서 채취한 하천바닥 저질토는 시커멓고 시궁창 냄새가 진동을 했다. 함안보, 합천보, 강정보 등 낙동강의 모든 보에서 저질토에 포함된 오염물질이 강바닥에 침전돼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정보 상류에서 수심별 용존산소(DO)를 측정한 결과를 살펴보면 강바닥에서 용존산소는 없고 수심 6m 지점에서 용존산소는 4ppm이었다. 강바닥에는 산소가 없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공간으로 변했고, 이러한 현상은 물의 흐름을 차단한 영산강 하굿둑 상류 지역 등에서도 관측됐다. 4대강 강바닥이 무산소층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의 어류가 생존하기 적합한 용존산소는 5ppm 이상이어야 한다. 4ppm 이하에선 어류들이 활동에 제한을 받거나, 내성이 없는 민감한 어종은 폐사한다. 최근 금강과 낙동강 등에서 발생한 물고기 떼죽음 역시 물속의 용존산소 부족이 그 원인으로 밝혀졌다.  

▲ 강정보 상류지점의 DO와 수온 ⓒ 박창근

4대강에 설치한 보는 안전할까

보 하류부에 대규모 세굴현상이 발생해 바닥보호공이 유실됐고 합천보 등 일부 보에서는 물받이공이 유실됐다. 더구나 대부분의 보에서 파이핑 현상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보의 구성요소는 보 본체, 물받이공, 바닥보호공으로 이뤄지는데,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이 유실됐다는 것은 공학적으로 보가 훼손됐다는 뜻이다.

더구나 보 직하류에 대규모 세굴이 발생해 커다란 웅덩이가 생겼고, 이러한 세굴이 보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보의 안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서는 함안보의 사례를 살펴본다.

함안보의 경우 바닥보호공이 적어도 세 차례 이상 유실돼 보강공사를 했다. 최근에 보강공사한 내용을 살펴보면, 2015년 5월 인근 야산에서 약 2톤 크기의 사석 수천 개를 채취해 유실된 바닥보호공을 다시 설치했다. 함안보 하류지역에서 수심측량을 한 결과를 살펴보면 계획상의 준설선(하천바닥)은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는데 준공 후 몇 번의 홍수를 거치면서 최대 23.5m 깊이까지 모래가 파여 나갔다. 

함안보 상하류 약 4m의 수위 차로 인해 파이핑 현상이 생겨 보 아래에 있는 모래의 일부가 유실된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보의 수명은 10년 내외인데 함안보를 포함한 4대강에 설치한 16개 보의 수명은 약 100년으로 설정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보호공 유실, 세굴 등으로 보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보수보강을 해야 하는 상태에 처해 있다. 

▲ 함안보 하류부 세굴 대규모 세굴현상 발생 (2015.7.20 측량) ⓒ 박창근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시설물이 상태에 따라 안전등급을 A(우수) 등급에서 E(불량) 등급으로 나눴다. A등급은 '문제점이 없는 최상의 상태'이고, E등급은 '주요부재에 발생한 심각한 결함으로 인해 시설물의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을 해야 하는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4대강에 설치한 보는 모두 A등급 즉 '문제점이 없는 최상의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보의 현상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보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점들이 발생한 것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부분의 보에서 보 공사를 완료한 후에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생겨서 하자보수 공사를 하였다. 하자보수 공사기간이 12개월에서 길게는 24개월에 이르고, 각 보마다 공사비는 적게는 약 50억 원에서 많게는 300억 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그럼에도 보의 안전성 문제는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내성천의 모래는 사라지지 않을까

4대강사업의 마지막 공사장은 경북 영주 내성천에 건설하고 있는 영주댐이다.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서를 살펴보면 영주는 물 부족 지역이 아니고 홍수는 댐 상류지역인 봉화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댐으로 개발한 물은 낙동강 오염 희석수로 이용할 계획인데 전체 편익의 약 90%에 이른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 8억 톤의 물을 확보했는데 확보한 물의 사용처는 없고 수질이 나빠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영주댐 물을 흘려보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영주댐을 건설하는데 국민세금 약 1조 원이 투입된다.

영주댐이 들어서는 내성천은 우리나라 모래하천의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하천이다. 회룡포는 백사장과 어우러진 물길이 360도 휘돌아가는 국가명승지이고 무섬마을은 백사장으로 둘러싸인 정겨운 마을이다. 

그러나 영주댐 건설이 시작되자 댐은 상류로부터 유입하는 모래를 차단하고 하류로 공급하지 못하게 됐다. 홍수가 발생하면 상류로부터 모래를 공급받지 못한 무섬마을 백사장의 모래는 하류로 쓸려 내려가기 때문에 자갈만 남은 하천이 됐다. 이런 현상은 모든 댐하류지역에서 발생하는 장갑화 현상이라 한다. 

▲ 영주댐 건설로 무섬마을의 백사장 모래가 급격하게 유실되고 있음. ⓒ 박용훈

현재 영주댐 공사는 거의 완료 단계에 있다. 댐으로 확보한 물을 갈수기 때 방류해 낙동강 중하류부 수질개선용으로 사용한다는 황당한 논리에 근거한 영주댐 건설은 부적절했다. 

댐으로 확보한 물의 사용처가 있을 때까지 한시적으로 댐의 담수를 중단하고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표적 모래하천인 내성천의 모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댐으로 유입하는 모래를 하류로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사례가 많다. 또한 우리나라 강원도 양양 양수댐에서도 댐상류에 쌓이는 모래를 인위적으로 하류로 공급해 하류 지역의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고 있다.

▲ 영주댐 반대 퍼포먼스 ⓒ 박창근

4대강은 본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구미보 하류 우안지역에서 감천이 낙동강과 만난다. 4대강 사업으로 합류부에서 수심 4m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준설을 했다. 하천의 역동성을 고려하지 않고 운하용 수로를 계획하다 보니 지천인 감천에서 유입하는 모래가 다시 낙동강 본류에 쌓였다. 헛준설을 한 셈이다. 

수심은 얕아지고 거대한 모래톱이 되돌아온 낙동강은 철새를 다시 부르고 물고기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모래에 의한 수질을 개선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현장조사에서 실제로 흰목물떼새, 백로, 왜가리, 민물 갈매기, 흑두루미, 재두루미 등이 다시 찾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하늘에서 낙동강과 감천 합류부 모습(2015.7.15) ⓒ 신병문

▲ 낙동강과 내성천 합류부 하류지역 삼강전망대에서 촬영. 수심 4m를 확보하기 위하여 준설을 했지만 모래가 다시 쌓여 백사장이 복원된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다. ⓒ 박창근

함안보 하류의 남강 합류지점, 합천보 상류의 회천 합류지점 등 낙동강과 지천이 만나는 지점에서는 재퇴적 현상이 발생해 모래톱이 새롭게 생성되고 있다. 또한 삼강전망대(위 사진 참조) 아래에 있는 만곡부, 낙동강 제1경인 경천대 만곡부에서도 재퇴적 현상이 일어나는 등 낙동강의 곳곳에서 모래가 다시 쌓이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모래가 다시 쌓여 백사장이 형성되고 수심이 얕은 모래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새가 다시 찾아온다는 것은 강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은 이렇게 스스로 재자연화를 이뤄내고 있다. 

22조원짜리 '대국민 사기극'

감사원은 2013년 1월 감사결과에서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 사업이었고, 2013년 7월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이름만 바꾼 것이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만약 그렇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사업이 22조 원의 예산으로 진행한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는 뜨거운 감자를 가지고 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국무총리실 산하에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를 꾸려 4대강 사업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고 문제점이 발생하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위원회에겐 조사권한이 없는데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만들어주는 자료를 책상 위에 놓고 갑론을박 하다가 결국 국토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평가결과를 내놓을 것이 예견돼 시민사회단체는 위원회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자 총리실은 중립적 인사로 구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지원자를 모집했다. 4대강사업에 대해 그동안 의사표현 한 마디 하지 않았던 전문가들이 스스로 중립이라고 주장하면서 위원회에 들어갔다. 결국 국가를 위한 대규모 사업을 하다 보면 다소 잘못은 있을 수 있지만 일정 부분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고 평가했고, 그것은 4대강사업 추진세력에게 광의적인 면죄부를 준 꼴이다. 마틴 루서 킹 목사는 "사회적 전환기에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곱씹어볼 만한 경구다.

한 번 거짓말을 하면 그것을 감추기 위하여 계속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고,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그러한 거짓말에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거짓말은 계속될 것이다. 

이것은 밀실행정이 가져다주는 전형적인 폐단이고 4대강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이라도 국토부는 거짓말로 진실을 감추려하지 말고 4대강 관련 문제점들을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더 큰 재앙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다.

지금 현시점에서 정부는 최우선으로 국민들이 먹는 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행정력을 모아야 한다. 호주 등 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녹조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보의 수문을 열어 물을 소통시키는 것이 단기적인 대책이다. 장기적으로 4대강에 설치한 보들의 철거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보를 철거하려면 환경적, 공학적, 경제적, 사회적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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