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70702.html
물 부족하지 않은 곳에 보 설치…가둔 물 88.7%는 쓸 데가 없어
등록 : 2014.12.24 21:47수정 : 2014.12.24 22:27
4대강 조사위 보고서 분석 (상)
쓸데있는 데는 16개보 중 6곳뿐
“운하 건설 전단계로 추진한 탓”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통해 확보한 수량 11억6600만㎥ 가운데 88.7%인 10억3400만㎥는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실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23일 공개한 ‘4대강 사업 조사평가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11억6600㎥의 수량을 확보했으나, 이 가운데 가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은 11.3%인 1억3200만㎥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수량인 10억3400만㎥(88.7%)는 가둬놓기만 했지 현재로서는 전혀 사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보고서는 가뭄 때 물이 부족하면 실제 확보한 11억6600만㎥의 수량 가운데 하한 수위 이상에 있는 최대 6억4800만㎥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한 수위란 하천이 하천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최소한의 수위를 말한다. 문제는 6억4800만㎥ 가운데 5억1600만㎥는 물이 전혀 부족하지 않은 곳에 설치된 보와 댐에 모아뒀기 때문에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은 가뭄 때 물이 필요한 지역에 가둔 1억3200만㎥뿐이다.
이와 관련해 이 보고서는 “수자원 확보 지역과 용수 부족 지역의 위치가 불일치한다. 4대강에서 확보한 물은 본류 인근 지역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 부족 지역과 보의 위치가 일치하는 지역은 낙동강 상류의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강정고령보와 영산강의 죽산보, 승촌보 등 6개의 보 주변 지역뿐이다. 나머지 10개 보가 설치된 지역은 물이 부족하지 않은 곳이었다. 또 4대강 사업과 함께 추진된 영주댐과 보현산댐은 ‘댐 건설 장기 계획’에 포함돼 타당성이 검증됐으나, 안동댐~임하댐 연결수로 사업은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그러면서도 왜 이런 불일치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4대강 마스터플랜’, ‘하천기본계획’ 등 4대강 사업에서 다기능 보의 건설 계획과 관련한 보고서에는 물 이용 차원에서 제시한 보의 위치 선정 기준과 선정 과정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이런 불일치가 발생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물 이용이나 홍수 방지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 아니라, ‘운하 건설’의 전 단계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큰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물 부족 지역이 아닌 본류 지역에 일정한 간격으로 보를 건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보고서는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수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가뭄 피해 지역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용수 공급 계획을 세우고, 용수 공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것은 현재 보가 설치된 지역 중 상당수에서는 물이 필요 없으니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의 물이 필요한지를 조사하고, 4대강 보의 물을 물 부족 지역에 공급하기 위한 물 공급 시설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세종/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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