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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박종길 전 차관 “사퇴 압력 받았다”
구교형·박광연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입력 : 2016.11.09 06:00:07 수정 : 2016.11.09 06:01:59

ㆍ“정유라 승마대회 점수 조작 논란에 ‘원칙 처리’ 발언 뒤 취임 6개월 만에 쫓겨나”

[단독]박종길 전 차관 “사퇴 압력 받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호원 출신으로 현 정부 출범 직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지냈던 박종길씨(70·사진)가 최순실씨(60)의 ‘입김’에 의해 사퇴를 종용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상 첫 체육 국가대표 출신 차관이었던 그는 취임 6개월 만인 2013년 9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박 전 차관은 지난 7일 경찰 간부들을 상대로 한 사격 강의에서 자신의 조기 경질 배경에 대해 “(윗선의) 압력이 들어왔다”며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전국승마대회를 언급했다. 당시 이 대회에서 최씨의 딸 정유라씨(20)가 준우승을 차지하자 채점 결과를 놓고 시비가 벌어졌다. 이에 같은 해 5월 문체부는 청와대 지시로 대한승마협회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는데, 감사 결과 “승마협회 내부에서 최순실씨와 관련해 벌어진 파벌싸움을 정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은 그해 8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불러 감사를 주도한 담당 국·과장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지칭하며 교체를 지시했다. 

박 전 차관은 본인도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가 쫓겨났다고 말했다. 박 전 차관이 사퇴할 당시 알려진 이유는 직접 운영하던 사격장 명의를 가족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이다. 

박 전 차관은 1974~1976년 청와대 경호실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경호했다. 이 때문에 현 정권에서 그가 차관에 발탁될 때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어지는 대를 이은 인연이 화제가 됐다. 박 전 차관은 1974년 8·15 경축 행사 당시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에게 저격당해 숨지자 사격 국가대표에서 청와대 경호원으로 특채됐다. 그는 주변에 경호원 근무 시절 ‘4초에 5발’을 쏘는 속사(速射)에 능해 박 전 대통령의 총애를 독차지했다고 말해왔다. 1976년 다시 유니폼에 태극기를 달고 태릉선수촌으로 돌아갔을 때 박 전 대통령이 당시 ‘대통령 부인’ 역할을 대리하던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그가 훈련하던 사격장을 경호원도 없이 불시에 찾아와 훈련 장면을 지켜봤다고 한다.

박 전 차관은 1970~1980년대 아시아에서 적수를 찾을 수 없어 ‘피스톨의 전설’로 불렸다.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때 속사권총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과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까지 3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3년 차관에 임명되기 전까지는 주로 체육행정에 몰두했다. 2011년에는 태릉선수촌장을 지냈고, 2012년에는 영국 런던올림픽 한국선수단 총감독을 맡았다. 

화려한 그의 인생에서 말년에 차관 자리에 오른 것은 오히려 ‘독배’를 마신 격이 됐다. 승마선수인 딸을 지원하려는 최씨의 전횡으로 2013년 9월 러시아·베트남 순방길에 나선 박 대통령이 귀국하기 하루 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박 전 차관은 경찰 간부들을 상대로 한 사격 강의에서 ‘옛일’을 회상하다 “요즘 지인들에게서 ‘아이고 그때 그만두길 잘했다’는 전화가 자주 온다”고 언급했다. 차관 자리에 연연해 최씨의 딸을 비호했더라면 더 큰 탈이 생길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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