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1102244005&code=910203

‘트럼프 쇼크’마저 위기탈출용 카드로…청 ‘위험한 여론전’
이용욱·허남설 기자 woody@kyunghyang.com 입력 : 2016.11.10 22:44:00 수정 : 2016.11.10 22:45:40

ㆍ‘안보·경제 불확실성’ 빌미 야당에 ‘국정 수습’ 협조 압박
ㆍ외교안보 통수권자 부각…“퇴진 않으려 정치 술책”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에 앞서 청와대 본관 앞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에 앞서 청와대 본관 앞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 리더십’이 붕괴된 대한민국에 ‘트럼프 쇼크’가 덮쳤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경제·안보 환경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국정 전반의 틀을 다시 짜야 할 상황이 닥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국정 진공’ 상태에 빠져 있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가능성도 없다. 수습 능력도, 자격도 없는 청와대 등이 트럼프 쇼크를 국면전환용 카드로 악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박 대통령이 외교무대에서 주도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 박 대통령과 최씨의 비정상적 관계가 국제사회의 비난 대상이 됐는데 박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자가 10일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동맹을 확인했다고 청와대는 밝혔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민심의 탄핵’을 받은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 얼마나 무게를 둘지는 미지수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내치를 못하는 사람이 외치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 조정자 역할을 상실한 것도 위기를 키우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도 수습하지 못하는 박 대통령이 분야별 환경 변화에 따른 국가적 정책들을 조율하고 큰 방향을 정해나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용복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 내부의 신뢰가 붕괴된 상황에서 외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국내외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 때문에 민심은 박 대통령 ‘퇴진’ 등 조속한 거취 결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친박세력은 예상을 깬 트럼프 당선을 위기 탈출의 기회로 삼고 있다. 

실제 청와대는 트럼프 당선으로 안보와 경제 분야에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국정공백이 없어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의 외교통수권자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당선자와의 전화통화 외에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2건의 외교 일정을 소화했는데, 내치를 국무총리에게 넘기더라도 ‘외치’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그러면서 트럼프 쇼크 대응을 위해 한시바삐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야권을 압박했다. 야권이 총리 추천을 거부하면서 국정공백이 길어지고 위기 극복도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퇴진·탄핵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전날까지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 성사에 매달렸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들도 “국정혼란 수습에 협력하라”며 야권을 공격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야당이) 거리로 나간다는 것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이장우 최고위원은 “당리당략에 올인하는 야당의 모습은 어느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등 집권세력이 트럼프 쇼크 등 외부환경 변화를 빌미 삼아 퇴진·탄핵 민심과 맞서는 ‘위험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복 교수는 “(트럼프 쇼크로) 현재 내부 문제를 호도하거나 무마하려는 건 다분히 정치적 시도”라며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려는 정치적 술책을 쓰면서 국민 분노는 더욱더 커지게 하는 실책을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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