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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의인'님, 학생들은 건드리지 마세요
[게릴라칼럼] 집회 참여 중고생에게까지 '종북' 딱지
16.11.11 17:20 l 최종 업데이트 16.11.11 17:20l 글: 하성태(woodyh) 편집: 장지혜(jjh9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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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열린 '박근혜 퇴진' 집회에서 모금을 하고 있는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청소년들. ⓒ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12일로 예정된 대규모 민중총궐기를 이틀 앞둔 지난 10일, SBS 보도국이 운영하는 <스브스뉴스>는 색다른 내용의 카드뉴스를 소개했다. 이름하야, '광화문에서 만난 고마운 어른들'. 지난 5일 20만 인파가 몰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모금을 하던 청소년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게 꽤나 감동적이다. 

"지방 중고생도 시국집회에 참여하고 싶어요. 지방 대도시가 아니면 참여할 집회도 없대요."
"그럼 우리가 전국 곳곳의 친구들을 초대하는 게 어때요?"

사연은 이렇다. 서울·경기 지역 중고생들이 참여하는 한 청소년 단체에서 이러한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서울 광화문집회에 참가하고 싶어하는 지방 학생들을 돕기 위해 모금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그래서 이들 학생들은 지난 5일 '11월 12일 총궐기 참가 청소년 차비 마련 모금함'을 직접 마련했다. 집회에 참가한 여러 어른들이 자신들의 진심을 믿어줄 거라 생각했단다. 이들은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아래 '희망')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청소년들이다.  

그리고 지난, 5일 광화문 곳곳에서 실제로 이 모금함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다수의 어른들이 격려해주고 모금에 동참해줬단다. 그렇게 40여명의 학생들이 7시간 동안 모은 금액이, 무려 4857만여 원. 희망 학생들은 모금액을 세고 은행에 입금하는 과정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학생들과 어른들이 이뤄낸 작은 기적이라 할 만하다. 희망측은 이 모금액을 기반으로 12일 오후 3시 서울 탑골공원에서 '청소년 시국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40명이 넘으면 가능한 버스 대절 참여에, 지난 7일까지 전국 16개 지역 학생들이 신청을 했다. 참가 학생들은 9천원을 내고, 왕복 버스비와 도시락, 물 등을 제공받게 된다. 이들 청소년들은 "박근혜 하야"를 내건 '청소년 시국대회' 이후 광화문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에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 5일, 희망을 포함해 "박근혜 퇴진"을 외쳤던 수많은 청소년들이 광화문광장으로 몰려 들었다. 그리고 12일 민중총궐기 집회에는 더 많은 청소년들이 광장을 가득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 수능을 며칠 남기지 않은 고3을 비롯한 수험생들이 집회 참가를 원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얘기들도 속속 들려 온다. 

그런데 꼭 어딜 가나 남의 잔치에 재를 뿌리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딱 그런 꼴이다. 광장을 찾아 "민주주의"와 "박근혜 퇴진"을 외친 학생들에게 '종북' 딱지를 붙여야 직성이 풀리는 김진태 의원의 '막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까지 '종북 좌파' 주홍글씨 새기는 김진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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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초동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의 관련 ‘빨간 우의 입은 사람' 등 다른 사인에 대한 의혹을 질의하고 있다. ⓒ 권우성

"우리 법무부장관은 지금 나라가 이 꼴이 돼가고 있는데도 이 사진 봤습니까? 혁명을 하겠다는 거예요. 그냥 지금 이 체제를 다 때려 엎자는 거잖아요. 혁명을 하겠다는데, 그럼 공산혁명, 사회주의 혁명 두 가지 말고 또 뭐가 있어요?"

어지간히 겁이 났나 보다. 학생들이 '혁명'에 나설까봐.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라는 구호의 플래카드를 내건 '중고생 혁명지도부'가 등장해 거리행진에 나섰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김현웅 법무부장관에게 관련 사진을 들이대며 윽박을 질렀다. 이에 김 장관은 "검토하겠습니다"라며 머리를 조아렸다. 

공안검사 출신이라 그런지 '혁명'이란 단어가 그리도 무서웠던 걸까. 왜, 자신이 무턱대고 지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도 그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다"는 명제 아래 5.16 혁명으로 대통령이 되지 않았던가. 혁명이 무서웠던 건가, 그걸 외친 이들이 학생들이라 더 무서웠던 건가. 그런데 김현웅 장관이 언급한 "표현의 자유"도 아랑곳 않고 김 의원이 들이민 논리가 치졸하기 그지없다.  

"세워내자, 우리 장관님은 그런 말 써 본 적 있습니까? 우리가 쓸 때는 세우자 입니다. 저게 바로 북한식 표현이에요. 중고생이 저러고 있는 저 배후에는 종북주의 교사가 있지 않겠습니까. 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까? 중고생연대에 대해서 이적성 조사를 하십시오. 어떻습니까?"

'세워내자'가 북한식 표현이라니. 그럼, '이겨내자'는 어떤가. '밝혀내자'도 있다. 이런 '이현령비현령'식 흑색 해석이 어디 있나. 이 '중고생연대'의 대표 역시 매체 인터뷰를 통해 "북한말이라는 건 몰랐다"며 "구호를 4음절로 끊어 쓰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아니, 또 북한식 표현이면 어떠한가. 그 북한식 표현이 외래어에 덜 오염되고 순우리말 표현에 훨씬 가깝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종북' 딱지를 씌우려는 김 의원에게 그런 배경은 보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김 의원은 '통합진보당'을 끌어 들인다.    

"중고생연대라는 홈피에 들어가서 대표를 하는 사람이 누군가 찾아봤더니, 저 (선동하는) 사람이 최모씨로 나오고요. 이제 만18세. 중고생연대를 하면서 통진당 청소년 비대위원장 하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니까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활동한 겁니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가서 자기가 고등학생인 것처럼 한 거고. 통진당을 했어요. 그럼 이거 뭐예요. 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까? 중고생연대에 대해서 이적 단체성 조사를 하십시오."

"중고생연대에 대해서 이적 단체성 조사를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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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이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마련한 모금액으로 오는 12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하고 싶은 학생들의 참가신청과 여비 지원을 하고 있다. ⓒ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이 무슨 주홍글씨 낙인찍기인가. 법무부 장관이 들먹인 '표현의 자유' 따윈 안중에도 없다. 아차, 김 의원은 얼마 전까지 고 백남기 농민 사건을 두고 '빨간 우의' 배후설을 주장했던 분 아니던가. "얼굴에 물대포를 맞았다고 뼈가 부러질 수 있나"라면서.  

이러한 김 의원의 막무가내식 인식은 작금의 엄중한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자백과도 같다. 뭐 주장은 주장일 수 있지만 때와 상황은 좀 가려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적인 분노와 요구가 '박근혜 퇴진'을 가리키고 있는 이때, 제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꼭 '종북좌파' 낙인을 찍어야 속이 시원하겠는가. 그러기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 그리고 친박 의원들의 원죄부터 사죄하고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의정 활동 내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막말'로 박근혜 대통령과 이 정부를 비호했던 이가 누구인가. 여러 건의 '막말' 관련 송사에도 불구하고 입을 다물 줄 모르는 김 의원이야말로 세월호 유족부터 백남기 농민과 그의 가족, 그리고 소속 지역인 강원도민과 춘천시민들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부터 해야 하지 않겠는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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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 안홍기

지난 10일 어버이연합은 JTBC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최순실 태블릿PC' 입수 경위를 밝혀달라는 것이다. 연일 JTBC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어버이연합. 그러니까 전경련으로부터 돈을 받고 청와대의 지시를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난 그 어버이연합이 이번엔 누구의 지시로 움직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김진태 의원을 '의인'이라 추켜세우는 인물들도 등장했다. 조우석 이사를 비롯한 KBS 여당측 이사들이 그 장본인들이다. 특히 조우석 이사는 최근 극우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김 의원을 두둔했다. 그는 "(김 의원을 가리켜) 거의 거덜 난 대한민국에 의인 한 명이 있어 더 없이 반갑다"며 "대한민국 헌법가치를 구현할 정치인은 박근혜 대통령밖에 없다"고 했다. 이 정도면 보통 강심장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은 박사모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유족들에게 '시체장사꾼'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 물의를 빚었던 양평군 송만기 군의원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에서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인간애적 고리'라고 치부하며 두둔하고 나섰다. 문제는 최근 이 글이 카카오톡 단체방 등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히 박근혜 지지 세력의 발버둥이라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트럼프 당선' 국면에서 외교나 국방을 등에 업고 다시 고개를 들려는 새누리당 내 친박 세력도 다를 바 없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한줌의 권력을 위해 전 국민적인 분노와 민의를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가 자처한 이 난국 속에서, 광장이 민심이다. 게다가 스스로 미래를 써나가야 할 청소년과 청년들의 목소리가 현재를 넘어 미래로 가는 열쇠라 할 수 있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김진태 의원과 같은 '박근혜 비호 세력'은 '종북좌파' 딱지를 붙이려 한다. 아이들은, 학생들은 건드리는 게 아니다. 김진태 의원이 먼저 할 일은 법무부 장관에게 이적성 조사 운운하기 전에 직접 광장으로 나와 민심을 '조사'하는 것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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