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112/h2011122202362521950.htm

元원장 "식사시간 지켜라"… 관료주의 문화로 급변
[김정일 사망 이후/대북 정보력 논란] 그동안 국정원에 무슨 일이
직원들 "눈치 보여 정보수집 소홀"
MB정부 들어 대북전략국도 해체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입력시간 : 2011.12.22 02:36:25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사실을 북한 방송을 통해서야 확인하는 등 대북 정보력 부재를 드러내면서 국가정보원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이는 원세훈 원장 취임 후 국정원의 일선 정보원 관리 방식이 관료화되고, 대북 정보수집 조직마저 축소되면서 이미 예고됐던 사태라는 지적도 많다. 

21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실과 국정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시 부시장,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 원세훈 원장이 취임한 2009년 2월 이후 국정원 조직 분위기는 급속도로 변했다. 국정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서울시 공무원 출신인 원세훈 원장이 부임한 뒤 '점심식사는 점심시간 내에 마치라'는 내부 지침이 돌았다"며 "직원들이 정보원과 점심식사 한 번 하는 데도 상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일반 행정기관처럼 변질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성과주의에서 나타난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원세훈 원장 취임 후 성과를 내는 요원은 호봉을 올리고 승진에도 혜택을 주는 시스템이 도입됐다"며 "'경쟁 독려'로 좋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정보기관의 특성상 직원들 간에 성과를 놓고 경쟁을 하다 보면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 사망 상황에서 휴민트(HUMINTㆍ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수집)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관료화, 경직화되는 조직 분위기"라며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직원들이 수동적으로 바뀌고 보신주의에 젖어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해외, 국내, 북한 담당 1, 2, 3차장 시스템이 없어지고 북한 정보를 집중 수집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대북전략국마저 해체되면서 이번에 나타난 정보력 '블랙아웃'은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는 지적도 많다. 

문제는 원 원장의 독주를 아무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관계자는 "원세훈 원장의 독단적인 업무 스타일에 내부에서는 불만이 많다"며 "지난 2월 인도네시아 특사단 롯데호텔 숙소 침입 사건이 국정원의 소행으로 탄로 났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던 것도 현재와 같은 문제를 야기한 요소"라고 전했다. 또 원 원장이 특정 고교, 특정 지역 인맥만 중시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의 불만은 원세훈 원장이 '북한의 발표 후 김정일 사망 소식을 알았다'고 밝힌 뒤 더 들끓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게 창피하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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