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v/20161213183600809

[단독] '자기 사람' 심다가 약점 잡힌 듯.. 비선실세 가림막 역할
조병욱 입력 2016.12.13 18:35 수정 2016.12.13 22:33 

[추적보도 - '정윤회 문건' 보도팀의 취재 메모 ②]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 증언으로 본 김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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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비선실세의 측근 인사로 분류된 ‘문고리 3인방’을 견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동조했다는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며 청와대를 총괄해야 할 비서실장이 비선실세의 가림막 역할을 자처하며 국정농단에 사실상 기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2014년 11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실장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 거다. 그 쪽(문고리쪽)에 붙는 게 낫겠거든, 그래서 (문고리쪽에) 붙어버린 거다”라고 증언했다. 즉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과 비선 세력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문고리 3인방과 타협함으로써 ‘청와대 내 생존’을 도모했다는 얘기다.



2014년 1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정윤회 관련 문건의 초안 성격인 ‘시중여론’ 보고서. 보고서에는 안봉근 전 비서관이 국정원 인사 개입을 시사하는 정황 등이 담겨 있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부분 등은 보이지 않게 처리했다. 하상윤 기자

이 같은 청와대 관계자의 증언은 정치권의 분석과 일치한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도 최근 특별취재팀과 만나 “김기춘 실장이 처음에는 오자마자 잘린다는 설이 있었는데 그 세 사람(문고리 3인방)하고 바로 타협한 것으로 안다”며 “김 실장은 (3인방과) 타협을 했기 때문에 이런 데(인사) 관여를 안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이 비선과 문고리 권력에 힘을 쓰지 못하고 타협한 데에는 그를 둘러싼 말 못할 ‘약점’이 있었던 게 아니나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박 전 행정관은 국세청 이모 서기관의 청와대 입성에 김 실장이 관여했다며 “그것 외에 몇 건이 더 이재만 비서관에게 걸렸다. 코가 꿰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비선실세와 연결된 문고리 권력과 타협한 것으로 분석되는 김 전 실장은 이후 ‘비선의 가림막’이나 ‘지하경제의 창구’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박 전 행정관은 이와 관련해 “항간에 그런 말을 해요. 김기춘을 왜 못 빼느냐. 정윤회 때문에 못 뺀다. 김기춘이라는 가림막을 치워버리면 정윤회가 드러난다. 정윤회가 앞뒤 안 막고 막는다”고 증언했다.

특히 조 전 비서관도 “정윤회와 문고리들이 지하경제인데 이게 나오면 국세청, 검찰이 덤벼들어서 나올 수가 없다. 지하경제에서 만든 돈을 양성화시켜야 되잖아. 그 양성화 창구가 김기춘”이라고 당시 김 전 실장의 역할을 빗대어 설명하기도 했다.

비선실세와 문고리 권력을 견제하지 못한 김 전 실장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막지 못하고 박 정권의 추락을 가져온 게 아니냐는 추정으로 이어진다.



박 전 행정관은 2014년 3월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문고리 3인방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며 “청와대가 문고리에 놀아나고 있다”고 통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 전 비서관과 함께 2014년 11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은) 역적이나 다름없습니다. 비선실세(십상시를 지칭)를 쳐내기는커녕 (문고리 3인방과) 적당히 타협하는 길을 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오히려 (문고리 3인방이) 이를 조사한 우리 쪽과 같이 가지 못하니 잘라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압니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 전 실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실장은 지난 7일 최순실 국정농단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서 최씨와의 관계를 묻는 수차례의 질문에 “당시 조응천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없고 정윤회라는 이름만 있었고, 11월 28일 세계일보의 기사에도 최순실 이름은 안 나왔다”고 강하게 반박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곧바로 ‘최순실’이 적시된 정윤회 보고서를 공개하며 정윤회 문건 첫 장에는 ‘고 최태민 목사 5녀 최순실’ 등이 적시돼 있었고, 더 나아가 “정윤회는 한때 최순실과의 관계 악화로 별거했지만 최근 주위 시선을 의식해 동거는 하지만 각방을 사용하고 있다고 함”이라고 부부관계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된 부분을 보여줬다. 이에 김 전 실장은 “본지 오래되고 나이가 들어 착각했다”는 군색한 변명만 여러 차례 늘어놓으며 발뺌에 급급했다.

실제 김 전 실장은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최순실의 이름이 계속 거론됐다는 점에서 최소 2007년부터 최씨를 알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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