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74534.html

[단독] 박대통령 1차 사과담화 때도 ‘최순실 옷’ 입었다
등록 :2016-12-14 01:19수정 :2016-12-14 08:39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열어, 최순실씨에게 연설문 등이 유출된 데 대해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열어, 최순실씨에게 연설문 등이 유출된 데 대해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최순실 의상실’ 디자이너 인터뷰
“순방때마다 6~8벌 만들어 ' 순방 한달 전 계획 나와 
최씨 한달에 한번 정도 와 소장님이라고 불려 
대통령 옷 만드는 곳에서 윤전추 행정관, 윗사람 대하는 태도. 굉장히 높은 사람이겠구나 짐작만 
월급여 200만원…4대보험 안돼, 일했던 4명 생계 끊긴 상태”

지난 10월25일 “국정 초기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았다”며 대국민 담화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순간까지도 최순실씨가 만든 옷을 입고 있었다. 목깃을 세운 보라색 재킷이고, 깃에는 나뭇잎 문양이 새겨져 있다. 2014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 동안 최순실씨가 운영하던 의상실에서 일했던 디자이너 ㄱ씨는 “2·3차 담화 때 옷은 대통령이 원래 많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이라 분명치 않지만 첫 담화 때 입었던 옷은 지난해 순방 때 내가 디자인했던 옷을 다시 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고영태(40)씨가 찍은 의상실 몰래카메라에 모습이 담겨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는 ㄱ씨와의 인터뷰는 지난 12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됐다.

-어떻게 대통령의 옷을 디자인하게 됐나?
“의상실에서 먼저 일하고 있던 지인이 급하게 대통령 해외 순방용 옷을 만들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며 잠깐만 일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내가 왔을 때는 고영태씨가 떠난 상태였다. ‘고영태 대표가 안 좋은 일로 떠났다’ 정도의 이야기는 들었지만 자세한 내막은 이번에 알았다. 일을 마쳤지만 계속 일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세월호 문제도 있고 해서 대통령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때고, 처우도 열악했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 옷인 만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수락해 2년을 일하게 됐다.”

-최순실씨와 윤전추·이영선 행정관 등은 얼마나 자주 방문했고 와서 무엇을 했나?
“최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왔고 윤전추 행정관은 그보다 좀 더 자주 왔다. 이영선 행정관이 의상실까지 올라오는 일은 많지 않았다. 우리는 최씨를 ‘소장님’이라고 불렀고, 그가 최순실씨라는 것은 이번에 문제가 불거지며 알게 됐다. 옷 재료들을 구매하고 영수증을 받아서 최씨에게 제출하면 최씨가 그 돈을 내줬다. 늘 현금을 줬다. 두세 번 정도 최씨 대신 윤전추 행정관이 돈을 건넸다. 근로계약서를 쓰지도 않아 고용주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이 공간을 누가 마련한 건지도 알 수 없다.”

-최씨와 윤 행정관은 의상실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나?
“옷 얘기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정에 대한 얘기라면 솔깃했을 텐데 그런 적은 없다. 짧게 머물렀고 최씨는 우리에게는 단 한 번도 사적으로 말을 건넨 기억이 없다. 같이 있을 때 최씨를 대하는 윤 행정관의 태도가 회사에서 윗사람을 대하는 태도였다. 대통령 옷을 만드는 곳에서 행정관이 저렇게 대하는 사람이니 굉장히 높은 사람이겠구나 짐작했을 뿐이다.”

-함께 일한 직원은 몇 명이고 근무형태는 어땠나?
“패턴사, 재단사, 미싱사, 저까지 해서 4명이 일했다. 급여는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인데, 한 달에 200만원을 받았다. 4대 보험도 되지 않았다. 그냥 대통령 옷을 만드니 청와대가 운영하나 보다 했다. 일하기 시작하고 ‘대통령의 옷을 만드는 곳이니 말을 조심해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우리끼리도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지 않았다. 정 어쩔 수 없을 때 가끔 브이아이피(VIP)라는 단어를 쓰는 정도였다.”

-어떤 옷을 어떻게 만들었나?
“대통령 해외 순방에 맞춰 한 번 순방 때마다 6~8벌 정도의 옷을 만들었다. 다른 옷을 만들지는 않았고 국내 공식행사에서도 순방용으로 만든 옷을 다시 입곤 했다. 한 달 정도 전에 순방 계획이 나오면 상대 나라가 선호하는 색, 국기 색 등을 고려해 디자인을 하고 옷을 만들었다. 빠듯했지만 맞춤 옷인 만큼 어떻게든 시일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재단하고 옷을 짓는 분들은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밤을 새우며 일했다. 원단은 몇천원짜리 부터 몇십만원 정도까지였는데 고급은 아니었다.”

-최순실씨의 요구사항이나 간섭이 많은 편이었나?
“그렇지는 않았다. 간단하게 지시사항을 얘기할 뿐이었다. 다만 순방 때 대통령이 깃 세운 옷을 입는 것이 관례에 어긋난다고 생각해 깃을 내려 디자인했던 적이 있다. 그걸 청와대로 들고 가더니, 다시 깃을 올려달라고 수정을 요청했다. 대통령이 원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의 등이 좀 굽은 편이라 깃 세운 옷이 더 잘 어울린다고 본 것 같다. 내 입장에선 그걸 맞춰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왜 인터뷰 제안에 응하게 됐나?
“저야 다른 일들을 해나가면 되지만, 함께 일했던 분들 걱정이 컸다. 생계가 끊긴 상황에 더해 고영태씨가 찍은 몰래카메라가 공개돼 많이 충격을 받으셨다. 의상실이 어떻게 운영됐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우리들이 괜한 오해와 추궁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아는 만큼 이야기하고 오해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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