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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향해 치닫는 특검…“삼성합병 성사 직접 지시”
등록 :2017-01-16 22:57수정 :2017-01-17 01:17

박 대통령, 삼성쪽 청탁받고 안종범 수석 등에 “잘 챙겨라”
삼성은 출연금·정유라 지원, 특검, 박 대통령 ‘뇌물수수’ 검토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앞두고 “두 회사의 합병을 성사시키라”고 직접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대통령이 삼성 합병에 특혜를 준 대가로 이 부회장으로부터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금과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의 승마 훈련비 등을 지원받은 것으로 보고 박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16일 특검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015년 5월26일 두 회사를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로 합병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다음달인 6월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삼성물산 쪽 주주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박 대통령은 삼성 합병에 불리한 여론이 조성되자 같은 해 6월 말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 등을 불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고 지시했다. 특검팀은 최 고용복지수석의 수첩 등에 적힌 메모와 진술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으며, 박 대통령이 삼성 쪽의 청탁을 받고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의결에 도움을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특정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전문성이 부족한 보건복지부 등 다른 행정기관이 의사 결정 과정에 절대 개입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런데도 인사권을 지렛대 삼은 박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는 청와대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의 하위 공무원들에게까지 하달되며 국민들의 노후 자산을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 원칙을 고스란히 무너뜨렸다.

박 대통령의 하명을 받은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5년 6월 하순 조남권 당시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에게 “국민연금에서 합병 찬성 의결을 해 합병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에 조 국장은 6월30일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라”고 문 장관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했다. 조 국장은 ‘윗선’의 개입이 외부에 알져질 것을 우려해 홍 본부장에게 “삼척동자도 다 그렇게 알겠지만, 복지부가 관여한 것으로 말하면 안 된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특정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절차상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안건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또 기금운용본부에서 결정이 어려울 경우 보건복지부에 설치된 독립된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게 돼 있다.

문 전 장관이 이런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 절차를 무시하고 합병 찬성을 지속적으로 압박하자 기금운용본부는 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반박했지만, 문 전 장관은 “삼성물산 합병건은 100% 슈어(Sure)하게 성사돼야 한다”며 이를 묵살하고 투자위원회 심의·의결을 강하게 종용했다. 문 전 장관은 이런 진행 상황을 안종범 경제수석 등에게 수시로 보고했고, 안 경제수석은 이를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에 손실이 생길 것이 명백한 합병 찬성을 위해 대내외적 명분을 쌓으려고 합병비율 및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산정해 수치를 조작하기도 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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