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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반기문 “가족간 일시적 차명거래 위법 아니다” 이상한 해명
강진구·박주연기자kangjk@kyunghyang.com 기자 입력 : 2017.01.26 20:14:00 수정 : 2017.01.27 01:37:33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정지윤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정지윤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외교부장관 시절 아들의 예금이 1억원 이상 증가한 경위에 대해 해명을 내놨지만 오히려 공직자로서 준법의식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본인 재산을 아들 명의 계좌에 입금시켜 재산을 축소 신고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만기적금을 가족계좌에 일시 예치하는 것은 금융실명제 위반에 해당하지 않고 딸 결혼식 비용으로 2억원을 지출한 것은 증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 전 총장측은 26일 <반기문 장관 시절, 장남 예금 1억 넘게 수상한 증가>(경향신문 1월26일 5면 보도) 보도에 대해 뒤늦게 해명자료를 제출하면서 ‘위법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측은 “2004년에 총장 본인의 적금이 만기가 되어 그 금액을 곧 있을 장녀 결혼식 경비로 쓰기 위해 다소 금리가 높은 장남 보유 은행계좌에 예치했다가 장녀 혼례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재산신고상 장남의 예금액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측은 또 “만기적금을 가족계좌에 일시적으로 예치하는 것은 금융실명제 위반(차명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세법의 실질과세 원칙에 비추어 증여할 의사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2005년 공직자재산변동 신고 시 재산을 축소 신고한 것도, 아들 계좌를 이용해 돈을 묻어둔 것도, 아들계좌에서 2억원을 빼내 딸 결혼비용으로 지출한 것도 모두 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해명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전인수식 해석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강문대 변호사는 “차명거래 자체가 금융실명제 위반인데 가족들 계좌를 이용했다고 해서, 혹은 일시적으로 차명거래를 했다고 법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반 전 총장은 2004년 한 번만 만기적금(8300만원)을 일시적으로 묻어두기 위해 아들 계좌를 이용했다기 보다 아들 명의 차명계좌를 통해 매년 상습적으로 재산을 축소 신고한 의혹을 받기 충분하다. 

반 전총장의 재산변동신고내역을 보면 우현씨 예금은 2005년 총 2억9000만원에 달했다. 특히 우현씨 예금은 2004년에 1억5000만원 증가한데 이어 2005년에도 8200만원이 증가했다. 반면 2005년도까지 우현씨의 직장경력은 LG CNS(대졸 초임 연 2600만원)에서 3년간 근무한 것이 전부다. 신입사원이 3년간 받은 봉급을 전액 저축했다고 쳐도 최소한 2억원 이상이 빈다. 반 전 총장이 자신의 소득을 수시로 우현씨 계좌에 입금시킴으로써 매년 공직재산 신고시 본인재산을 축소 신고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반 전 총장측은 이에 대해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이나 그 이후에도 공직재산신고 담당부서로부터 재산신고에 대한 추가 보완이나 정정요청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공직재산 신고 시 지적사항이 없었던 만큼 재산신고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 될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은 다르다. 지윤경 인사혁신처 재산심사과장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재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경우에 증가사유를 확인하고 그 사유에 특별한 점이 없으면 그냥 종결 처리한다”고 말했다. 지적사항이 없었다는 것과 위법 여부 판단은 별개라는 것이다. 지 과장은 “거짓으로 신고한 내역이 있다면 징계나 과태료 처분 대상”이라며 “공직자윤리법 8조2에 따르면 현재 기준으로 3억원 이상 잘못 신고했을 때 과태료가 부과되고 5000만~3억원 미만은 경고 및 시정조치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의 경우 우현씨의 2005년 예금액을 2억9000만원으로 신고했고 이중 최소한 8300만원은 자신의 만기적금이라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최소한 경고를 받을 수 있는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딸의 결혼식 비용 마련을 위해 금리가 높은 아들 예금계좌에 만기적금을 예치한 것은 증여가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만기적금 예치가 딸의 결혼비용 마련을 위한 것이라면 아들이 아니라 딸에 대한 증여로 볼 수 있는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 전총장의 2006년도 재산변동신고 내역을 보면 우현씨의 예금 2억9000만원 중 2억원 가량이 큰딸의 혼례관련 비용으로 지출됐다. 즉 딸과의 사이에서 불법증여 소지가 있는 것이다. 

고희관 동서세무회계 세무사는 “사회통념상 증여세가 면제될 수 있는 혼수비용은 1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며 “혼수지출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많지 않지만 증거가 포착되면 당연히 과세대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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