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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태일 동상’ 방문에 노동자들이 항의한 이유
안철수, 노동자들 항의시위에 전태일 동상 방문 취소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17-05-01 18:18:27 수정 2017-05-01 18:18:27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전태일 동상을 에워싼 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노동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동상 방문을 막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전태일 동상을 에워싼 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노동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동상 방문을 막고 있다.ⓒ양지웅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1일 노동절을 맞아 전태일 열사 동상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동자들이 항의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왜 안 후보의 기자회견을 막아 나섰을까.

안 후보는 당초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청계천에 위치한 전태일 동상 앞에서 청년 노동자들의 애환을 듣고, 노동공약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 후보가 도착하기 30여 분 전부터 노동자 수십여 명이 전태일 열사 동상 주변을 둘러쌌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을 가로막은 노동자들은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통투쟁위원회' 소속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의 빌딩 광고탑에 올라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현재 광화문 광장의 세광 빌딩 옥상에서는 비정규직·해고자 노동자 6명이 18일째 고공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선후보들에게 정리해고,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노동3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노동자들 "안철수 노동공약은 철저히 노동자 외면"
안철수 측, 노동자들 시위에 가로막혀 결국 당사로 차 돌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노동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전태일열사 동상 방문을 막아서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노동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전태일열사 동상 방문을 막아서고 있다.ⓒ양지웅 기자

노동자들은 이날 '노동악법철폐', '노동3권 쟁취'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피켓을 들고 안 후보를 규탄했다. 이들은 안 후보를 향해 "전태일 동상 앞에 설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전태일 열사의 동상이 있는 이곳을 안 후보가 어떤 자격으로 방문하느냐"며 "안 후보의 노동공약을 보면 노동자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안 후보의 공약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를 어디에 담고 있는가"라고 성토했다.

투쟁위원회 차헌호 공동대표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는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가지고 대선후보에 나섰다고 볼 수 없다"며 "대선후보들 모두 전체적으로 노동공약이 선명하지 않지만 안 후보는 유난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차 대표는 "안 후보는 노동자들을 위한 실제 행보는 보이지 않는데 전태일 열사 동상에 오는 것은 쇼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그것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특히 안 후보의 노동 분야 공약을 문제 삼았다.

그는 "최저임금 관련해서도 대부분의 후보들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약속했는데 안 후보는 최저임금 1만 원 목표 시기를 (임기 말인) 2022년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안 후보는) 직무형 정규직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상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기자회견 시간이 다가오자 국민의당 관계자와 지지자들이 하나둘 현장에 나타났다. 일부 지지자들은 시위 중인 노동자들을 향해 "가짜뉴스"라고 매도했다. 고함을 치며 노동자들의 시위를 막아서는 지지자도 있었다.

당 관계자들은 노동자들의 시위에 당황한 듯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의 선거 운동복을 입은 한 남성은 시위 중인 노동자들에게 다가가 거친 말로 항의하기도 했다.

결국 유세차는 원래 행사 장소였던 전태일 동상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유세차에 올라 장내 정리를 하던 당 관계자는 마이크를 잡고 "옆에 신경 쓰지 말고 우리는 오로지 안철수만 외치자"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항의시위가 계속되자 안 후보 측은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현장에서 급히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안 후보 측은 차를 돌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공약을 발표했다.


안철수, 임기 내 최저임금 1만 원·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노동공약 발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노동개혁 공약 발표에 앞서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노동볍령집을 받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종로5가 전태일 동상 앞에서 행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노동자들의 시위에 가로막혀 당사로 자리를 옮겼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노동개혁 공약 발표에 앞서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노동볍령집을 받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종로5가 전태일 동상 앞에서 행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노동자들의 시위에 가로막혀 당사로 자리를 옮겼다.ⓒ뉴시스

안 후보는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 대한 언급 없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다만, 안 후보의 발언이 시작되기 전 당 관계자는 "현장에서 정리해고 현장 노동자들의 동상 점거로 행사를 치르지 못했지만 안 후보는 현장노동자들의 그 아픔을 받아 안을 생각"이라고 대신 전했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안 후보는 "노동절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 국민의 의무이자 소중한 권리인 노동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긴다"며 "그러나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고인의 유언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고 전태일 열사 46주기가 지난 지금 아직도 우리의 노동환경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며 노동 현실 개선을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우선 안 후보는 "청년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며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 월급이 대기업의 80%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중소 벤처 기업을 대기업으로 육성시키고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매년 10% 이상씩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임기 내 1만 원을 반드시 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노동시간 단축 ▲청소년 대상 노동기본권 교육 강화 ▲생명과 안전이 우선되는 일터 등을 함께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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