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5061412021

정권교체 뒤엔 세월호·사대강 비리 제대로 파헤칠까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입력 : 2017.05.06 14:12:02 수정 : 2017.05.06 14:17:41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있는 지난 4월 17일 오전 전남 목포시 호남동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코리아쌀베지 직원들이 워킹 타워를 이용해 세월호 우현에 올라 수습작업에 앞서 선체 위해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 박민규 기자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있는 지난 4월 17일 오전 전남 목포시 호남동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코리아쌀베지 직원들이 워킹 타워를 이용해 세월호 우현에 올라 수습작업에 앞서 선체 위해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 박민규 기자

4대강, 방산비리, 자원외교, 세월호 참사, 메르스 대응 실패…. 보수정부 9년 동안 불거진 부패의혹 사건과 정책 실패가 제기될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사건은 덮고 기록은 봉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의 보고문서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최대 30년까지 열람에 제한을 두도록 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도 거부했다. MB 정부 시절 주요 국책사업과 얽힌 부패는 여전히 제대로 파헤쳐지지 않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17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국가별 청렴도 지수는 2010년 39위에서 2016년 52위로 추락했다. 덮이고 묻힌 사건을 꺼내 해결할 책무는 다음 대통령이 지게 됐다.


■세월호, 완전히 새 국면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개입해 해결을 중지시킨 사건들은 대통령의 교체와 불개입으로 새로운 해결국면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 단적이다.

다음 정부에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2기’가 만들어진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진상조사 등의 내용을 담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 지난해 12월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돼 있다. ‘신속처리 안건’은 계류 기간 330일을 넘기면 오는 11월 18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르면 올 11월 세월호 2기 특조위가 만들어진다. 1기 특조위에서 문제가 됐던 야당 6인, 여당 3인의 위원 추천방식, 무제한 특검 구성 신청권, 시행령(대통령령)을 없애 정부 개입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예산 지급 지연 등 박근혜 정부에서의 방해가 1기 특조위의 가장 큰 장애였던 만큼, 제약이 사라진 2기 특조위는 상당한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 선체 조사로 1기 때와 달리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2기 특조위에 부여될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다. 

‘세월호 7시간’ 관련 대통령 기록물 열람은 암초를 만났지만 대통령과 집권당의 의지에 따라 해결하지 못할 사안은 아니다.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 고등법원의 영장 발부 등이 있지 않은 이상 최장 15년(사생활 관련은 최장 30년)까지 비공개된다. 탄핵정국이 재현돼야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녹색당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통령기록물을 지정할 권한이 없다고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낸 상태다. 이 경우 헌재의 판단에 따라 새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결정된다. 국민들의 이슈 피로도가 어느 시점에 올 것인지와 보수언론의 공세를 넘어서는 것이 관건이다. 새 대통령이 야당뿐 아니라 국민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세월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연정’은 가능할까. 4대강 문제 해결이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3당은 지난달 20일 환경단체들과 4대강 보 해체를 포함한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실행계획(로드맵)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4대강 보의 수문을 상시적으로 개방해 수질을 개선하고, 4대강 사업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평가로 생태 파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정밀한 생태환경 조사를 거쳐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책협약이 이뤄진 것은 4대강 사업 처리, 에너지 전환, 유해물질 관리 등 3개 분야다. 정파성이 약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토대로 내릴 수 있는 결정이라 비교적 협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 전면 철거’ 여부는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은 4대강 보 전면 철거, 국민의 당은 ‘4대강 재자연화 및 엄격한 조사를 거친 뒤 철거’를 정책공약에 담았지만 문 후보의 공약에는 빠져 있다. 그러나 정당 간 정책협약이 이뤄진 이상 이 세 정당의 후보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추진은 필수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MB정부 시절의 비리에 대해서는 전면 재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적폐청산특별조사위를 설치해 소위 ‘4자방’ 비리를 재조사하고, 부당한 이득이 있을 경우 재산 환수까지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상태다. 4대강 사업의 불법성이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불거진다면 ‘보 철거’와 같은 정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의 강력한 로비를 청와대에서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검찰이냐 위원회냐 

자원외교는 전면 재조사할 사안으로 꼽힌다. 2015년 국회에서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결성됐지만 의혹의 핵심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부르지 못하고 끝났다. 국조특위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무리한 사업과 막대한 세금 낭비를 일정 부분 밝혀냈지만, 사업을 추진한 핵심 인사들에 대한 국회 차원의 책임 규명은 결국 하지 못하게 됐다. ‘특검’이나 국회 산하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전 대통령의 BBK 의혹, 천안함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건의 재조사’를 통한 ‘적폐 청산’은 딜레마가 있다. 대통령이 가장 손쉽게 동원할 수 있는 칼은 ‘검찰’과 ‘국세청’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검찰 권력을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적폐’로 지적된다. 각 후보들이 내건 ‘검찰개혁’ 공약과도 충돌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검찰 수사를 동원한 개혁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총리 등의 임명동의를 부결하는 방식으로 야당이 비협조할 가능성이 있다. 4대강, 자원외교 등 과거 사안은 ‘특검’을 통해 수사해야 하는데 이 역시 야당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대통령과 국회의 공조, 다당제 구도에서 여야 간 공조가 해결의 핵심적 열쇠다. 야권의 한 중진 의원은 “작정하고 한 당이 총리 인준을 부결해야겠다고 나선다면 방법이 없다. 타협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으면 국민이 기대하는 만큼의 빠른 적폐 청산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의 부활이 새로운 모델로 점쳐지고 있다. 세월호특조위처럼 여야가 합의한 기구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검찰이 독점하던 기소권을 분산시켜 결과적으로 검찰 권력을 분산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반면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위원회에서 사건의 재조사는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당 간 이해관계가 위원회에 불똥을 튀길 가능성도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뛰어난 협상력과 의지를 갖고 돌파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매일 촛불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혼자 해결하기에는 아슬아슬한 얼음판 같은 정국이 펼쳐진다면, ‘견제된 대통령’이 ‘끈기’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 기회이기도 하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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