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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은 왜 조기대선 직전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를 추적했을까
하성태 입력 2017.05.07 18:29 수정 2017.05.08 19:13 20

[하성태의 사이드뷰] '박정희 비자금' 파헤친 <그것이 알고 싶다>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바깥세상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영욕을 뒤로한 채 수인번호 503번으로 낯선 수감 생활을 시작한 피의자. 그는 며칠 전까지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구속을 앞둔 최후 변론에선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민원 해결에 힘썼다면…'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고 알려집니다. 비극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거침이 없었다. 진행자 김상중은 파면된 전직 대통령을 '수인번호 503번', '피의자', '박근혜'라고 불렀다. 시청자들은 미묘한 감정을 맛봤으리라. 수인번호 503번의 재판은 이제 시작이다. 반면 박근혜 정권에서 급격히 성장했던 한 극우 매체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왜 계속 박근혜냐?"는 기사로 항변에 나서기도 했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둔 6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 <그알>) '대통령의 금고 - 수인번호 503번의 비밀' 편은 다시 한번 전직 대통령 박근혜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날 <그알>이 들려주고 싶은 핵심은 "1979년 대통령 집무실에 있던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있던 금고에 대한 이야기"다. 이 박정희의 금고 이야기는 40여 년간 '경제공동체'를 이뤄왔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일가의 커넥션으로 이어진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박 전 대통령의 재산만을 추적했을 뿐인데, 가는 곳마다 자꾸 최순실씨 일가의 흔적이 발견이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일가가 경제공동체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입증에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김상중도 무척이나 이상했나 보다. "참 이상한"을 강조하는 김상중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렇게 "아버지의 유산과 떼려도 뗄 수 없었던 수인번호 503번 박근혜씨는 가진 재산은 많았으나 경제활동을 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이를 추적하기 위해 제작진은 경기도로, 독일로, 또 과거 미국의 한 청문회 현장으로 내달렸다. 

'박정희 비자금'은 왜 중요할까 

 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1979년, '큰 영애'가 개입됐다고 하자 땅값이 10배 넘게 오른 정황이 포착된다. 그러나 무려 7만 평이라는 크기의 안양 땅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다. 서울 청계천에 있던 공구 상사가 안양으로 온다는 소문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땅을 샀지만 결국 사기를 당한 것이나 진배없었다. 여기에 구국여성봉사단을 이끌었던 최태민씨와 명예총재로 활동했던 '큰영애'가 연루돼 있던 정황은 뚜렷했다. 구국여성봉사단은 땅을 왜 샀으며, 왜 다시 처분했을까. 

피해자들은 지금도 분노한다. 하지만 사기에 직접 연루된 '아세아농산주식회사'는 물론 '큰영애'가 직접 개입한 흔적은 쉬이 찾아 볼 수 없다. 이것도 하나의 정황일 뿐이다. 돈의 행방은 묘연하고, 처벌을 받은 이도 없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렇게 '큰영애'의 주머니로 들어갔을 법한 천문학적인 돈들이 다 어디가 있을까. 그리고 또 하나의 확실한 정황. 

"국장이 끝난 11월 초순에 아버님 집무실을 정리한 적이 있었다. 집무실 금고에는 서류와 편지가 들어 있었고 아버님이 개인적으로 쓰실 용돈도 들어 있었다. 액수는 많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1989년 <월간조선>한 인터뷰에서 밝힌 '박정희 개인 금고'에 관한 내용이다. 고 김계원 청와대 비서실장은 인터뷰 등 증언을 종합하면 이렇다. 1979년 당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개인 금고 안에는 스위스 은행에서 발행된 수표 등 막대한 비자금이 들어 있었다. 

첫 번째 금고에서는 발견된 9억 6천만 원은 청와대를 장악한 전두환 씨가 박근혜 큰 영애에게 전달했다. 더 많은 돈이 들어있어야 하는 두 번째 금고 안은 텅 비어있었다. 열쇠는 10.26 직후 김 비서실장이 큰 영애에게 전달한 뒤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돌려받길 원했다던 박정희 비자금. 당시 '큰 영애'는 이 돈을 내놓는 것에 강렬히 저항했고, 그 돈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는 것이 <그알> 제작진의 결론이었다. 육영수 문화재단, 최순실의 비선 캠프 역할을 했던 한국문화재단, 영남재단과 경남기업과의 유착관계 등등 의혹은 차고 넘쳤다. 

신당동과 성북동 고급 주택의 매입 등 유산과 관련 현재 가치로 환산해 48억에 이르는 돈을 탈세한 정황이 뚜렷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은 적은 30년 넘게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러한 천문한적인 '박정희 비자금'을 최태민씨와 최순실씨 일가가 관리했고, 독일로 빼돌린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국정농단' 사태와 함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알> 제작진이 발로 뛴 결과도 그러했다. 이날 방송된 <그알>이 공분을 불러일으킨 대목은 사실 후반부에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제공동체'로 보이는 '박정희 비자금'이야말로 독재자가 부정하게 착복한 국민들의 땀과 피라는 엄연한 사실 말이다. 

박근혜-최순실의 독일 행적, 국정농단의 축소판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1999년 9월 2일, 독일의 한 유명 음식점 방명록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방문해 남긴 이름 석 자가 또렷이 남아 있었다. 정유라씨의 유학도 그렇거니와 독일에 유독 애착을 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최순실, 정윤회씨 등 최순실씨 일가와 독일을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제작진이 추적한 박 전 대통령의 독일에서의 행적은 '국정농단' 사태의 축소판과도 같았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과 함께 독일에서 마사지를 받고, 모피코트와 고급시계를 사고, 영양주사를 맞으며 돈을 펑펑 써댔다. 계산은 항상 최순실씨의 몫이었다. 스위스 은행에서 독일로 돈세탁을 한 정황도 포착됐고, 독일 회사 법인과 외국인 계좌를 이용한 돈 세탁은 물론 최순실씨가 이탈리아 대사와 인사 청탁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요약하자면, 여기에서도 틀렸고, 독일에서도 틀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의 호화판 생활은 '박정희 비자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제작진은 마지막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독재는 했지만 청렴한 대통령이었다고 기억되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총구를 다시 향한다. 그렇게, 제작진은 1978년 미국에서 열린 '프레이저 청문회'와 '프레이저 보고서'를 연결시켰다.  

프레이저 보고서, 그리고 조기대선을 앞둔 우리의 의지

"그(박정희)는 스위스 은행계좌를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스위스는 지금보다 (비밀계좌를 만들기에) 더 매력적인 곳이었어요. (중략) (스위스 비밀계좌가 박정희 소유라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프레이저 청문회이 조사관이었던 하워드 앤더슨은 이렇게 말한다. 1970년대, 박정희가 걸프사 등 미국 기업들에게 뇌물을 받았단 내용을 조사한 '프레이저 청문회'는 3년간 계속됐고, 150명의 증언을 기록한 속기록과 전 세계 11개국에서 수집한 증거자료가 수록된 11권의 '프레이저 보고서'는 지난 2014년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하 한국에서 알려질 수 없었던 이 프레이저 보고서는 결국 박정희의 통치자금과 비자금을 연원, 그리고 미국 정부와 기업, 박정희 정권과의 유착관계를 담고 있다. 이 프레이저 보고서가 제대로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낳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베트남전에 파병됐던 퇴역 군인들은 미국이 한국 정부에 지급했다던 전투유지비를 정부가 전투 수당 명목으로 빼돌려 착취했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베트남전 파병 군인들은 물론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처럼 베트남에서 근무했던 근로자들의 수당 역시 박정희 정권이 착복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이 같은 외화를 빼돌렸던 박정희 정권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외환위기를 겪기까지 했다. 이 많은 외화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제작진은 그래서 프레이저 보고서가 언급한 대로, '박정희 비자금'이 스위스로 흘러 들어간 건 아닌지, 그 비자금이 결국 '경제공동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손에 다다른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제는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많은 고비를 넘어 국정농단 재판이 시작됐고, 스위스 은행들 역시 우리 검찰이나 국세청이 요청만 한다면 국제조야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국정농단으로 은닉된 재산을 환수하는데 필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의지입니다."

진행자 김상중은 방송 말미, 최순실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구치소에서 거소투표를 신청했음을 알렸다. 거소투표를 거부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두 사람은 이번 조기 대선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는 것이다. 

조기 대선 직전, <그알> 제작진이 '박정희 비자금'을 다룬 이유는 자명해 보인다. 바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국민들이 어떤 대통령을 만들어 내야 할지, 이 은닉된 '박정희 비자금'을 환수하는 수사를 가능케 할 대통령을 만들어 낼 의지를 보여달라는 당부였을 것이다. 이제 사흘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뽑힌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박정희 체제' 종식을 향한 의지는 차기 정부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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