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5082232005
[강원 산불]불량식품에 생활안전까지…재난 땐 역할 못하는 국민‘불안’처
정대연·김상범 기자 hoan@kyunghyang.com 입력 : 2017.05.08 22:32:00 수정 : 2017.05.08 22:34:15
ㆍ안전처 위상 조정·위기대응체계 개선 시급…진화 헬기도 지휘권 분산돼 초동 대응 한계
지난 주말 강원 등 전국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에서 보여준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 비판이 거세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후 ‘종합적이고 신속한 국가 재난 대응’을 강조하며 출범한 국민안전처의 역할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안전처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지난해 경주 지진 때 늑장 대응으로 시민 불안을 키웠다. 당시 뒤늦은 긴급재난문자 전송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안전처는 지난해 11월 기상청이 지진정보를 입력하는 즉시 문자가 발송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하지만 지진을 제외한 태풍·집중호우 등은 오는 15일이 돼야 개선된 시스템이 적용되고, 이번과 같은 화재나 붕괴·폭발 등 사회재난은 주무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요청할 때만 안전처가 발송한다. 안전처 관계자는 “산불 등은 좁은 지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지자체에 발송 권한이 있으면 불필요한 사람이 문자를 받을 수 있어서 안전처로 권한이 일원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안전처 위상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채 출범했을 때부터 잠재해 있었다는 지적이다. 안전처가 다루는 주요사업 중 하나는 ‘생활안전’ 분야다. 최근만 해도 안전처는 ‘바퀴 달린 운동화 탈 때, 이것만은 꼭 지켜요!’ ‘초등학교 주변 위해요인 안전점검·단속 결과 발표’ 등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안전처가 담당하는 ‘안전신문고’는 전용 앱 등을 통해 생활안전, 교통안전, 학교안전 등 모든 분야를 신고를 할 수 있는데 사이버 안전, 성폭력, 성매매, 식중독, 불량식품까지도 포괄한다.
이에 국가재난관리체계를 위기 시 컨트롤타워로서의 ‘청와대(머리)’, 평상시 위기대응체계를 만들고 부처 간 역할을 조정하는 ‘안전처(몸통)’, 현장에서 실제 대응하는 ‘소방·지자체(손발)’ 등으로 구분·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참여정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을 지낸 류희인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는 8일 “생활안전은 대표적인 지자체 업무로 현장기관이 독립적·전문적으로 더 잘 대응할 수 있다”며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집계해 지원 규모를 정하는 정도인 현재 안전처 역할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정부의 통합된 지휘체계 부재로 진화용 헬기 같은 가용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초기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녹색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 “전국 130대가 넘는 진화 헬기 중 초동진화에 제대로 현장에 투입된 것은 50% 남짓”이라며 “산불진화의 핵심인 헬기를 비롯한 장비와 인력의 지휘체계 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산불 진화에 투입할 수 있는 진화용 헬기는 전국에 총 137대가 있지만 산불 대책 총괄을 맡고 있는 산림청이 직접 지휘·통제할 수 있는 헬기는 45대뿐이다. 나머지는 각각 지자체장과 소방서장, 육군 항작사 사령관 등으로 지휘권이 분산돼 있다. 녹색연합은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할 경우 골든타임 30분 이내 다량의 헬기 투입을 통한 초동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림청은 지난달 27일부터 산불 비상대책기간을 선포해 유관기관의 헬기 공조를 강화하는 등 초동진화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녹색연합은 “실제 비상 상황에서 공조체계는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산불진화의 통합관리 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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