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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시민들 “촛불이 이겼다”…세월호 유가족 “가슴이 뛴다”
등록 :2017-05-09 23:40 수정 :2017-05-10 04:20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밤 서울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대국민 인사에서 지지자들의 손을 잡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밤 서울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대국민 인사에서 지지자들의 손을 잡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광화문 대통령’이 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밤 광화문광장 무대에 오르자 광장은 “문재인”을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밤 11시45분 문 당선인이 광화문광장 인근 세종로 공원에 설치된 더불어민주당 간이 무대 차량에 오르자 파란색 형광봉을 든 지지자들은 “문재인”과 “대통령”을 번갈아 외쳤다. 직장인 박진양(53)씨는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중학생 아들과 함께 광화문을 지켰다. 박씨는 “촛불을 들었던 보람이 있다”며 “문 당선인이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해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부터 보슬비가 내렸지만 광화문은 저녁 8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 전후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8시 정각 10초 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놓인 방송사 전광판을 초조한 얼굴로 지켜보던 시민들은 다 같이 10부터 1까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들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소리를 질렀다. 역사적 순간을 기념한다는 듯 전광판을 배경으로 ‘인증샷’도 찍었다. 이들은 “처음 촛불을 들었을 때만 해도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자영업자 조성호(51)씨는 “여기서 함성을 지르고 싶어서 일부러 광장에 나왔다”며 “집회 한번 안 나가던 내가 ‘국정농단 사태’에 화가 나 촛불집회에 12~13차례 나왔다. 새 대통령은 기득권 세력을 타파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19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기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19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기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날 밤 안산에서 출발한 세월호 유가족 20여명도 밤 10시20분께 광장에 도착했다. 단원고 희생자 이재욱군의 어머니 홍영미(49)씨는 “국민들이 가슴 뛰는 일이 없었는데, 가슴 뛰는 일이 생겼다”며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직속 세월호 진상 규명 기구를 약속하셨으니까 빨리 기구가 출범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301일째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대 촛불집회가 열린 경북 성주군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사드 배치를 철회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임순분(61) 소성리 부녀회장은 “문 당선인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사드 배치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날 전남 목포신항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지난 3년간의 아픔과 실망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미수습자인 단원고 은화양의 아버지 조남성(53)씨는 “새 대통령이 세월호 현장을 직접 찾아야 한다. 청와대 안에 전담조직을 만들어 날마다 챙겨 달라. 인양까지 3년이 걸린 이유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벌여온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회 고권일 부회장은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덮고 지나가지 말고 진상조사를 해서 사면복권 등을 추진해야 국민과 함께 가는 정부가 될 것”이라며 “제주도의 군사기지화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10여분이 흐른 저녁 8시15분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서울 홍은동 자택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문 당선인은 지지자 20여명의 손을 일일이 맞잡으며 화답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흐느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박수지 박수진 고한솔 기자, 전국종합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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