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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새정부 출범직전 안봉근 비호 속 '댓글부대' 구축 의심 인사 관련 고발 사건 면죄부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입력 : 2017.05.15 07:04:00 수정 : 2017.05.15 10:41:48
[단독]새정부 출범직전 안봉근 비호 속 '댓글부대' 구축 의심 인사 관련 고발 사건 면죄부
박근혜 정권시절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비호를 받으며 ‘댓글부대’ 구축 시도 의혹을 받아온 인사의 ‘정책용역비 횡령’과 ‘졸속 감사’ 의혹에 대해 경찰이 새 정부 출범 직전 면죄부를 준 사실이 드러났다.
올해 초부터 3개월 넘게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 등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고발사건을 수사해온 과천경찰서는 피고발인에 대한 조서 한 줄 받지 않고 지난1일 각하결정을 내린 후 10일 수사결과를 통보했다. 19대 대선이 치러지기 8일전 수사를 덮기로 결정하고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각하결정을 통보해온 것이다.
14일 과천경찰서는 피고발인 조사 없이 각하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는 경향신문의 질의에 대해 “경찰은 고발내용이 명백히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각하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과천경찰서는 또 “피고발인들 상대로 조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으나 조사는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명백히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피고발인 상대로 조사는 했지만 조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해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은 고발장을 접수받고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충분한 수사시한 확보가필요하다”며 수사기간 연장을 위해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기록 검토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겨 사건 처리 시한(3개월)내 수사를 끝내기 어려우니 다시 고발장을 접수시켜달라고 한 것이다.
당시 고발인 상대로 조서를 받았던 수사관은 “내가 끝까지 수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해보겠다”며 강한 수사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고발인 조사후 문자메시지 등 추가 증거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이 불과 3개월 만에 태도를 바꿔 피고발인 조서도 없이 ‘명백히 죄 안 됨’결정을 내린 배경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 ‘댓글부대’ 구축과 안봉근 전 비서관과 특수관계 여부를 놓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김흥기씨. 사진은 김씨가 2015년말 중국과학원을 사칭한 가짜 수료증 장사 의혹이 불거지자 기자들 몇명만 불러놓고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을 하고 있는 모습.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혹의 한 가운데에는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창업정책포럼 상임의장을 지낸 국정원 출신의 김흥기 전 카이스트 겸직교수가 자리하고 있다. 김 씨는 글로벌창업정책 포럼의 상임의장을 맡으면서 ‘댓글부대’와 관련해 의심을 받아온 인터넷매체 글로벌이코노믹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2012년 창간해 기자수가 10명도 되지 않은 무명의 신생매체에 불과했던 글로벌이코노믹은 김 씨가 등장하면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김씨가 2014년 초 글로벌이코노믹에 현직 장·차관을 상대로 한 파워인터뷰를 연재하면서 해당매체는 네이버 뉴스검색사 예비사업자로 등록됐고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과 공공기관의 광고도 늘어났다. 특히 그린미디어는 2014년7월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3개년에 걸쳐 100억 원 이상 예산 투입을 목표로 추진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수출정보용역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당용역은 전 세계 268개국의 수출정보를 수집해 국내 1만2000개 중소기업들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이 주요내용이었다. KTL은 웬만한 글로벌 통신사도 감당하기 힘든 용역을 당시 기자가 10명도 되지 않고 네이버에 뉴스검색사로 등록도 안 된 무명의 신생매체에 맡긴 것이다. 그린미디어는 2012년 창간할 때만 해도 전 소유주와 1억 원의 인수자금 입금시기를 놓고 1년 넘게 티격태격할 만큼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다. 하지만 김 씨의 등장과 함께 불과 1년도 안 돼 연간 20억 원의 광고 수입과 함께 3개년에 걸쳐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용역을 수주하는 업체로 성장한 것이다.
‘댓글부대’구축 의심을 받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글로벌기술정보 용역팀이 2015년1월 제출한 최종 용역보고서중 한 페이지. 일종의 상황실인 K룸의 한 운영위원이 원격위성으로 정보 이용자들의 핸드폰 이용내역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해당 용역을 수주한 그린미디어 대표 이사는 관련 시스템에 해킹툴을 장착시킬 계획도 갖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린미디어와 김 씨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의혹이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는 추미애 의원 등 야당의원들이 국정원과 연계설에 대해 의혹을 제기,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국정원과 연계설은 사실무근으로 결론을 내렸다. 대신 수출정보용역사업의 문제점은 인정해 그린미디어측 인사 5명과 KTL직원 9명을 사기와 입찰방해 등 기소의견으로 지난해4월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검찰은 1년 넘게 국정원과 연계 의혹은 물론 단순 사기혐의에 대해서도 결론을 미루고 있다.
김흥기씨가 2013년 12월 4500만원의 연구용역비를 받고 미래부에 제출한 정책보고서 표지. 제목이 초안으로 돼 있다.
김 씨의 대담한 행각은 이 뿐만 아니었다. 김씨는 2013년1월 미래부 글로벌창업정책포럼 상임의장이 되기전 중국과학원의 승인 없이 서울 강남에 중국과학원 지식재산 최고위 과정을 개설했다. 김 씨는 해당 최고위과정이중국과학원의 승인을 얻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을 공동 주관기관으로, 특허청과 중소기업청을 후원기관으로 참여시켰다. 당시 정길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사장은 “김 씨가 부탁해서 공동주관으로 타이틀을 쓰도록 허락한 것인데 입학식에 가보니 달랑 중국과학원 교수 한명이 와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잘못 생각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중국과학원 이치장 대외협력담당 부지배인도 경향신문에 수차례 “한국의 최고위과정은 중국과학원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하지만 김 씨의 중국과학원 명칭을 도용한 사기사건 역시 2015년 12월 고발장이 접수된 후 2년이 넘도록 검찰은 결론을 미루고 있다.
김 씨와 관련된 의혹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것은 검·경뿐 만은 아니었다.
김씨는 2013년부터 1년간 미래부 글로벌창업정책포럼 상임의장을 지내면서 1억 원의 예산을 받아쓰면서 아무런 정산서류도 제출하지 않았지만 미래부는 문제를 삼지 않았다.
미래부는 예산 집행근거가 문제가 되자 정책연구용역비 명목으로 예산을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고서 저자들은 편당 100만원 안팎의 원고료 밖에 받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4500만원이 예산이 투입된 2013년 연구용역 경우 11편 논문에 원고료로 고작825만원이 집행됐다. 10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된 세미나 경우 주제 발표자에게는 원고료가 불과 19만원이 지급됐다. 2000만원이 넘는 예산이 배정된 실무운영위(700만원)와 자문운영위(1500만원)는 활동실적이 전무했다. 실무운영위원장으로 위촉된 미래부 정책총괄과장은 “내가 실무위원장으로 돼 있었느냐”며 위촉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 자문운영위원장인 좌승희 박정희 기념재단이사장은 “미래부 국장이 자문위를 맡아달라고 해서 만난 적은 있지만 그 뒤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정책보고서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라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정택영 박사는 “난 보고서를 쓴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2013년 말 미래부가 4500만원을 지급한 정책보고서중 김 씨가 제출한 보고서 제목은 ‘초안’으로 돼 있었다. 사실상 김 씨는 미래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용역비를 멋대로 집행한 것이다.
김 씨에 대한 미래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예산지원은 감사원도 막지 못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김 씨에 대한 미래부의 예산 집행에 대해 공익감사가 청구됐지만 한 달 만에 “위법·부당한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각하결정을 내렸다. 당시 감사원은 “미래부등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한 결과 (김씨의)정책포럼이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정책보고서를 발간한 것이 당초 계획했던 성과에 미치지 못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무운영위원회, 자문운영위 책임자들이 무슨 활동을 했는지 기억조차 못하는데도 감사원은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초안형태의 정책보고서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초안형태의 보고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초안형태의 보고서에 면죄부를 부여한 것은 김 씨가 개인적으로 발간한 정책백서가 근거가 됐다.
하지만 김 씨가 만든 백서는 언제 어디서 만들었는지 인쇄 장소나 발간시점도 나와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구용역비 집행과 무관하게 김 씨가 사적으로 만든 백서라는 점에서 공식 예산집행의 근거가 될 수 없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미래부가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제출한 백서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공식백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보고서가 초안형태가 아니라 완성본 형태로 제출됐다고 믿고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한 책임을 미래부에 떠넘긴 것이다.
졸속감사를 둘러싼 미래부와 감사원의 이 같은 ‘핑퐁게임’은 경찰수사로 비화됐다. 김 씨가 만든 사적백서를 예산집행의 근거로 감사원에 제출한 미래부 공무원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지난 1월 고발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3개월 이상 뜸을 들이다 피고발인 조서 한 장 받지 않고 미래부 공무원에 또다시 면죄부를 부여하면서 엉터리 예산집행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경찰 측은 “미래부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담당 직원이 초안형태의 보고서와 김 씨가 만든 완성본 형태의 백서를 동시에 제출했기 때문에 감사원을 속일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속일 의도가 없었는데 감사원이 사적백서를 공식백서로 착각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했다는 것이다.
미래부와 감사원에 이어 경찰까지 결과적으로 김 씨의 용역비 횡령 비리 의혹에 대해 제대로 손을 데지 못한 셈이다. KTL의 9억 원짜리 수출정보용역 비리, 정부기관을 동원한 중국과학원 사칭 비리 의혹 등 김 씨가 관련된 사건은 모두 사정이 비슷하다.
박근혜 정권 시절 권력기관들이 왜 이렇게 김 씨가 관련된 사건에서 쩔쩔 맬 수밖에 없었는지 이제 진상규명 작업은 새 정부의 검찰로 넘어갔다. 현재 KTL 용역비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중국과학원 사칭비리는 형사1부에 배당이 돼 있다. 미래부 용역비 횡령 의혹과 관련한 고발 사건은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넘어가 지난9일 수사검사가 배당됐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김 씨와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과 유착의혹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김씨가 2015년 국정홍보 월간지 회장에 취임하는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안봉근 비서관의 이름을 거론한 사실을 놓고 김 씨와 월간지 사장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해당 월간지 사장은 “김씨가 2015년 9월 안봉근 비서관을 만나러 청와대에 들어간다는 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다”며 업무일지를 증거로 제출해놓은 상태다. 2015년 당시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안 비서관은 김 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정 대변인은 ‘김 씨가 안 비서관을 이름을 사칭한 것이라면 민정수석실에서 김 씨의 사칭행각을 막아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이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김씨는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활동을 재개했다. 2016년 2월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청년우익단체들이 광화문에서 개최한 대규모 집회에 자유한국당 전희경의원과 함께 공동연사로 출연한 것이다. 4월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막이 내린 후에도 그의 친여 행보는 더 대담해졌다.
김씨는 2016년6월 국회의원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에서 여소야대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했다. 핵심 내용은 174개 보수단체 사이트가 링크돼 있는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홈페이지(애국닷컴)에 청원사이트를 만들자는데 있다. 청원사이트에 청원을 올리면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명과 댓글달기, 모금운동을 통해 보수의 목소리를 한 군데로 결집하자는 것이다. 김 씨는 이를 위해 국회 18개 상임위에 대응하는 오프라인 위원회 구축도 제안했다. 사실상 대선을 겨냥한 보수단체의 ‘댓글부대’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김 씨의 청원사이트 구축 제안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한 가운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김 씨는 그 후 전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선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지난 1일 경찰이 대선 투표일을 불과 일주일 남겨 놓고 김 씨가 관련된 고발사건에 대해 석연찮은 각하결정을 내리면서 김 씨의 존재는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과연 감사원도 경찰도, 검찰도 손을 데지 못했던 김 씨의 실체와 그 배후는 밝혀질 수 있을까. 박근혜 정권시절 국정농단 비리중 아직까지 ‘댓글부대’의혹과 관련된 부분은 전혀 드러난 것이 없다.
[단독]새정부 출범직전 안봉근 비호 속 '댓글부대' 구축 의심 인사 관련 고발 사건 면죄부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입력 : 2017.05.15 07:04:00 수정 : 2017.05.15 10:41:48
[단독]새정부 출범직전 안봉근 비호 속 '댓글부대' 구축 의심 인사 관련 고발 사건 면죄부
박근혜 정권시절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비호를 받으며 ‘댓글부대’ 구축 시도 의혹을 받아온 인사의 ‘정책용역비 횡령’과 ‘졸속 감사’ 의혹에 대해 경찰이 새 정부 출범 직전 면죄부를 준 사실이 드러났다.
올해 초부터 3개월 넘게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 등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고발사건을 수사해온 과천경찰서는 피고발인에 대한 조서 한 줄 받지 않고 지난1일 각하결정을 내린 후 10일 수사결과를 통보했다. 19대 대선이 치러지기 8일전 수사를 덮기로 결정하고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각하결정을 통보해온 것이다.
14일 과천경찰서는 피고발인 조사 없이 각하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는 경향신문의 질의에 대해 “경찰은 고발내용이 명백히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각하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과천경찰서는 또 “피고발인들 상대로 조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으나 조사는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명백히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피고발인 상대로 조사는 했지만 조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해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은 고발장을 접수받고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충분한 수사시한 확보가필요하다”며 수사기간 연장을 위해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기록 검토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겨 사건 처리 시한(3개월)내 수사를 끝내기 어려우니 다시 고발장을 접수시켜달라고 한 것이다.
당시 고발인 상대로 조서를 받았던 수사관은 “내가 끝까지 수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해보겠다”며 강한 수사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고발인 조사후 문자메시지 등 추가 증거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이 불과 3개월 만에 태도를 바꿔 피고발인 조서도 없이 ‘명백히 죄 안 됨’결정을 내린 배경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 ‘댓글부대’ 구축과 안봉근 전 비서관과 특수관계 여부를 놓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김흥기씨. 사진은 김씨가 2015년말 중국과학원을 사칭한 가짜 수료증 장사 의혹이 불거지자 기자들 몇명만 불러놓고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을 하고 있는 모습.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혹의 한 가운데에는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창업정책포럼 상임의장을 지낸 국정원 출신의 김흥기 전 카이스트 겸직교수가 자리하고 있다. 김 씨는 글로벌창업정책 포럼의 상임의장을 맡으면서 ‘댓글부대’와 관련해 의심을 받아온 인터넷매체 글로벌이코노믹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2012년 창간해 기자수가 10명도 되지 않은 무명의 신생매체에 불과했던 글로벌이코노믹은 김 씨가 등장하면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김씨가 2014년 초 글로벌이코노믹에 현직 장·차관을 상대로 한 파워인터뷰를 연재하면서 해당매체는 네이버 뉴스검색사 예비사업자로 등록됐고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과 공공기관의 광고도 늘어났다. 특히 그린미디어는 2014년7월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3개년에 걸쳐 100억 원 이상 예산 투입을 목표로 추진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수출정보용역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당용역은 전 세계 268개국의 수출정보를 수집해 국내 1만2000개 중소기업들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이 주요내용이었다. KTL은 웬만한 글로벌 통신사도 감당하기 힘든 용역을 당시 기자가 10명도 되지 않고 네이버에 뉴스검색사로 등록도 안 된 무명의 신생매체에 맡긴 것이다. 그린미디어는 2012년 창간할 때만 해도 전 소유주와 1억 원의 인수자금 입금시기를 놓고 1년 넘게 티격태격할 만큼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다. 하지만 김 씨의 등장과 함께 불과 1년도 안 돼 연간 20억 원의 광고 수입과 함께 3개년에 걸쳐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용역을 수주하는 업체로 성장한 것이다.
‘댓글부대’구축 의심을 받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글로벌기술정보 용역팀이 2015년1월 제출한 최종 용역보고서중 한 페이지. 일종의 상황실인 K룸의 한 운영위원이 원격위성으로 정보 이용자들의 핸드폰 이용내역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해당 용역을 수주한 그린미디어 대표 이사는 관련 시스템에 해킹툴을 장착시킬 계획도 갖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린미디어와 김 씨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의혹이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는 추미애 의원 등 야당의원들이 국정원과 연계설에 대해 의혹을 제기,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국정원과 연계설은 사실무근으로 결론을 내렸다. 대신 수출정보용역사업의 문제점은 인정해 그린미디어측 인사 5명과 KTL직원 9명을 사기와 입찰방해 등 기소의견으로 지난해4월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검찰은 1년 넘게 국정원과 연계 의혹은 물론 단순 사기혐의에 대해서도 결론을 미루고 있다.
김흥기씨가 2013년 12월 4500만원의 연구용역비를 받고 미래부에 제출한 정책보고서 표지. 제목이 초안으로 돼 있다.
김 씨의 대담한 행각은 이 뿐만 아니었다. 김씨는 2013년1월 미래부 글로벌창업정책포럼 상임의장이 되기전 중국과학원의 승인 없이 서울 강남에 중국과학원 지식재산 최고위 과정을 개설했다. 김 씨는 해당 최고위과정이중국과학원의 승인을 얻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을 공동 주관기관으로, 특허청과 중소기업청을 후원기관으로 참여시켰다. 당시 정길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사장은 “김 씨가 부탁해서 공동주관으로 타이틀을 쓰도록 허락한 것인데 입학식에 가보니 달랑 중국과학원 교수 한명이 와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잘못 생각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중국과학원 이치장 대외협력담당 부지배인도 경향신문에 수차례 “한국의 최고위과정은 중국과학원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하지만 김 씨의 중국과학원 명칭을 도용한 사기사건 역시 2015년 12월 고발장이 접수된 후 2년이 넘도록 검찰은 결론을 미루고 있다.
김 씨와 관련된 의혹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것은 검·경뿐 만은 아니었다.
김씨는 2013년부터 1년간 미래부 글로벌창업정책포럼 상임의장을 지내면서 1억 원의 예산을 받아쓰면서 아무런 정산서류도 제출하지 않았지만 미래부는 문제를 삼지 않았다.
미래부는 예산 집행근거가 문제가 되자 정책연구용역비 명목으로 예산을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고서 저자들은 편당 100만원 안팎의 원고료 밖에 받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4500만원이 예산이 투입된 2013년 연구용역 경우 11편 논문에 원고료로 고작825만원이 집행됐다. 10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된 세미나 경우 주제 발표자에게는 원고료가 불과 19만원이 지급됐다. 2000만원이 넘는 예산이 배정된 실무운영위(700만원)와 자문운영위(1500만원)는 활동실적이 전무했다. 실무운영위원장으로 위촉된 미래부 정책총괄과장은 “내가 실무위원장으로 돼 있었느냐”며 위촉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 자문운영위원장인 좌승희 박정희 기념재단이사장은 “미래부 국장이 자문위를 맡아달라고 해서 만난 적은 있지만 그 뒤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정책보고서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라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정택영 박사는 “난 보고서를 쓴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2013년 말 미래부가 4500만원을 지급한 정책보고서중 김 씨가 제출한 보고서 제목은 ‘초안’으로 돼 있었다. 사실상 김 씨는 미래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용역비를 멋대로 집행한 것이다.
김 씨에 대한 미래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예산지원은 감사원도 막지 못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김 씨에 대한 미래부의 예산 집행에 대해 공익감사가 청구됐지만 한 달 만에 “위법·부당한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각하결정을 내렸다. 당시 감사원은 “미래부등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한 결과 (김씨의)정책포럼이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정책보고서를 발간한 것이 당초 계획했던 성과에 미치지 못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무운영위원회, 자문운영위 책임자들이 무슨 활동을 했는지 기억조차 못하는데도 감사원은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초안형태의 정책보고서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초안형태의 보고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초안형태의 보고서에 면죄부를 부여한 것은 김 씨가 개인적으로 발간한 정책백서가 근거가 됐다.
하지만 김 씨가 만든 백서는 언제 어디서 만들었는지 인쇄 장소나 발간시점도 나와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구용역비 집행과 무관하게 김 씨가 사적으로 만든 백서라는 점에서 공식 예산집행의 근거가 될 수 없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미래부가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제출한 백서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공식백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보고서가 초안형태가 아니라 완성본 형태로 제출됐다고 믿고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한 책임을 미래부에 떠넘긴 것이다.
졸속감사를 둘러싼 미래부와 감사원의 이 같은 ‘핑퐁게임’은 경찰수사로 비화됐다. 김 씨가 만든 사적백서를 예산집행의 근거로 감사원에 제출한 미래부 공무원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지난 1월 고발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3개월 이상 뜸을 들이다 피고발인 조서 한 장 받지 않고 미래부 공무원에 또다시 면죄부를 부여하면서 엉터리 예산집행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경찰 측은 “미래부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담당 직원이 초안형태의 보고서와 김 씨가 만든 완성본 형태의 백서를 동시에 제출했기 때문에 감사원을 속일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속일 의도가 없었는데 감사원이 사적백서를 공식백서로 착각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했다는 것이다.
미래부와 감사원에 이어 경찰까지 결과적으로 김 씨의 용역비 횡령 비리 의혹에 대해 제대로 손을 데지 못한 셈이다. KTL의 9억 원짜리 수출정보용역 비리, 정부기관을 동원한 중국과학원 사칭 비리 의혹 등 김 씨가 관련된 사건은 모두 사정이 비슷하다.
박근혜 정권 시절 권력기관들이 왜 이렇게 김 씨가 관련된 사건에서 쩔쩔 맬 수밖에 없었는지 이제 진상규명 작업은 새 정부의 검찰로 넘어갔다. 현재 KTL 용역비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중국과학원 사칭비리는 형사1부에 배당이 돼 있다. 미래부 용역비 횡령 의혹과 관련한 고발 사건은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넘어가 지난9일 수사검사가 배당됐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김 씨와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과 유착의혹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김씨가 2015년 국정홍보 월간지 회장에 취임하는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안봉근 비서관의 이름을 거론한 사실을 놓고 김 씨와 월간지 사장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해당 월간지 사장은 “김씨가 2015년 9월 안봉근 비서관을 만나러 청와대에 들어간다는 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다”며 업무일지를 증거로 제출해놓은 상태다. 2015년 당시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안 비서관은 김 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정 대변인은 ‘김 씨가 안 비서관을 이름을 사칭한 것이라면 민정수석실에서 김 씨의 사칭행각을 막아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이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김씨는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활동을 재개했다. 2016년 2월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청년우익단체들이 광화문에서 개최한 대규모 집회에 자유한국당 전희경의원과 함께 공동연사로 출연한 것이다. 4월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막이 내린 후에도 그의 친여 행보는 더 대담해졌다.
김씨는 2016년6월 국회의원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에서 여소야대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했다. 핵심 내용은 174개 보수단체 사이트가 링크돼 있는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홈페이지(애국닷컴)에 청원사이트를 만들자는데 있다. 청원사이트에 청원을 올리면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명과 댓글달기, 모금운동을 통해 보수의 목소리를 한 군데로 결집하자는 것이다. 김 씨는 이를 위해 국회 18개 상임위에 대응하는 오프라인 위원회 구축도 제안했다. 사실상 대선을 겨냥한 보수단체의 ‘댓글부대’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김 씨의 청원사이트 구축 제안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한 가운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김 씨는 그 후 전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선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지난 1일 경찰이 대선 투표일을 불과 일주일 남겨 놓고 김 씨가 관련된 고발사건에 대해 석연찮은 각하결정을 내리면서 김 씨의 존재는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과연 감사원도 경찰도, 검찰도 손을 데지 못했던 김 씨의 실체와 그 배후는 밝혀질 수 있을까. 박근혜 정권시절 국정농단 비리중 아직까지 ‘댓글부대’의혹과 관련된 부분은 전혀 드러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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