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6847

문재인 정부, 국책 연구기관과 언론 기득권 깰 수 있나
[손석춘 칼럼] 한국 경제 위기를 풀어갈 거의 유일한 대안은 소득주도 성장이다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20gil@hanmail.net 2017년 05월 16일 화요일
       
소득주도 성장.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대선후보 토론 과정에서 유승민 후보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지만 소득주도 성장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풀어갈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기실 소득주도 성장의 논리와 정책은 5년 전에 진보의 싱크탱크를 자임한 연구원이 정책대안으로 내놓은 책 ‘리셋코리아’에 나온다. 당시 대다수 언론은 ‘리셋코리아’와 ‘소득주도 성장’ 대안을 모르쇠 했다.  

▲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5월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대국민 인사에 참석해 시민 등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5월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대국민 인사에 참석해 시민 등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따라서 새 정부의 정책과 연관성을 주장할 뜻도 없고 그 말을 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더욱 아니다. 물론 리셋코리아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공약과 거의 일치한다. 수출주도 성장에서 소득주도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큰 명제도, 임금과 복지를 높여 내수를 키우는 정책도 같다. 2017년 들어 중앙일보가 대선 보도를 하며 ‘리셋코리아’를 내세운 것도 우연의 일치일지 모른다. 최근 ‘소득주도 성장’을 기획기사로 다룬 진보언론조차 ‘리셋코리아’를 단 한 줄 언급하지 않는 것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새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의 이면에는 오랜 시간 피땀 묻은 돈으로 싱크탱크를 성원해준 민중이 있다는 사실만은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 옹근 12년 전이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 3년째 들어섰지만, 현실은 부익부빈익빈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비정규직과 농민, 영세상인, 청년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민주정부에 회의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컸다. 집권 못지않게, 집권해서 어떤 나라를 만들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몇몇 사람이 뜻을 모아 싱크탱크를 창립하고 ‘수출주도 성장 패러다임’을 대체할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벽은 돈이었다. 120명의 민중이 ‘십일조’를 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군부독재와 맞서 민주화운동에 헌신했으면서도 말 그대로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묵묵히 생활 현장을 지켜가던 30대와 40대가 주축이었다. 월급에서 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십분의 일을 보내는 회원, 강연을 듣고 가족 몰래 보낸다며 100만원을 입금한 민중, 선뜻 거금을 기부한 출판사 대표를 비롯해 감동의 사연이 곰비임비 이어졌다.

괴로움 금전 돈 현금 가난 거지 직장인.jpg

대안 마련은 쉽지 않았다. 상근 연구원들 처우도 열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월 100만원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민중을 염두에 두라’며 닦달을 한 이사장은 말 그대로 ‘악덕 고용주’였다. 젊은 연구원들 스스로 회비를 꼬박꼬박 넣어주는 민중을 생각하며 악조건에서 최선을 다했다. 대안을 보지 못하고 운명한 창립동지도 있었기에 더 그랬다. 개원 5년을 맞았을 때, 앞으로 1년 안에 대안을 책으로 내놓지 못하면 사기를 친 꼴이라고 싱크탱크 차원의 배수진을 쳤다. 중견 경제학자를 영입해 대안을 매끄럽게 다듬으며 마침내 출간한 책이 ‘리셋코리아’다. 책이 나온 날,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연구소에 새 활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싱크탱크를 비롯해 사회단체들을 지금 이 순간도 후원해주는 민중 개개인이 없었다면 ‘소득주도 성장’은 공적 의제가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정부의 핵심 정책의제가 된 것은 더욱 그렇다.

물론, 공약으로 끝날 일은 결코 아니다. 실제 그것이 민중의 삶에 싸목싸목 구현되지 못한다면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 쉬운 일은 아니다. ‘리셋코리아’에 다 담아내지 못했지만, 노동의 창조성을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통일 민족경제’ 형성과 이어져 있어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수출주도 체제의 기득권은 정계와 재계만이 아니라 학계와 언론계까지 자못 견고하다. 혈세를 하마처럼 먹는 국책 연구기관들과 대다수 언론이 그 기득권을 대변한다. 소득주도 성장이 수출을 배격하는 정책이 결코 아님에도 단순 논리로 윽박지를 윤똑똑이들이 여기저기서 나설 터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그 ‘계곡’을 지나 패러다임 변화를 벅벅이 일궈낼 의지로 충만하고 치열한가. 아름다운 민중과 함께 들 촛불을 갈무리해둔 까닭이다. 



Posted by civ2
TAG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