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797629.html?_fr=mt1

사드 환경평가 회피하려 ‘부지 쪼개기’ 꼼수 썼다
등록 :2017-06-05 21:50 수정 :2017-06-05 22:56


청와대, 국방부 조사결과 발표
전체 부지 70만㎡ 규모 첫 확인, 지금까지 32만㎡만 밝히고 숨겨와
발사대 추가반입 삭제 지시한 위승호 국방정책실장 직무배제, 지난 정부 황교안 대행엔 보고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가 지난달 30일 오후 하늘을 향하고 있다.  성주/연합뉴스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가 지난달 30일 오후 하늘을 향하고 있다. 성주/연합뉴스

국방부가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부지를 주한미군에 제공하면서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법적 기준에 미달하도록 부지 전체를 둘로 나눈 뒤 단계적으로 제공하려 했던 정황이 청와대 조사 결과 확인됐다. 부지 면적이 33만㎡ 이상일 경우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법 규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전체 70만㎡ 규모인 부지 가운데 1단계로 32만8779㎡만 제공하고 나머지 37만여㎡는 추후 제공하기로 하는 편법을 썼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미군에 제공하기로 한 전체 부지가 70만㎡라는 점도 이날 처음 확인된 것으로, 그동안 “32만8779㎡”만 밝혀온 국방부의 은폐 의혹도 제기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5일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반입 보고 누락 경위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방부가 지난해 11월25일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국방부가 1단계 부지를 33만㎡ 이하로 제한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받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때문에 1단계 부지 모양도 거꾸로 된 유(U)자 형으로 기형적으로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배치가 국민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하도록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시도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추가로 파악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윤 수석은 ‘미군 공여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미국 동의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소파(SOFA·주둔군지위협정)에 (그렇게) 규정돼 있더라도 (공여 약정서에) 면제 조항이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았으면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어렵다는 게 그간의 판례와 법제처의 유권해석”이라고 말했다.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이 지난달 31일 업무보고를 위해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는 5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진행한 결과, 위 실장이 관련 문구를 청와대 보고서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이 지난달 31일 업무보고를 위해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는 5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진행한 결과, 위 실장이 관련 문구를 청와대 보고서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또 청와대는 보고 누락과 관련해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을 직무배제했다. 윤 수석은 “보고서 초안에 적시돼 있던 발사대 수와 보관 장소가 빠진 것은 위 실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지난 정부에서 발사대 추가반입 사실이 엔에스시(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보고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새 정부 출범 뒤 첫 청와대 공식보고에서 미군 측과 비공개 합의를 이유로 해당 내용을 삭제하고 구두보고도 하지 않은 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발사대 추가반입 과정 전반에 대해 부처 자체조사와 함께 필요하면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받을 것을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이날 청와대를 예방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제임스 시링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에게 이런 내용을 설명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정 실장은 “사드 관련 민주적·절차적 정당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국내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드 배치 관련 재검토 과정은 국익과 안보에 대한 최우선적 고려하에, 한-미 동맹의 기본 정신에 입각하여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브룩스 사령관과 시링 국장은 이런 설명에 사의를 표하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신뢰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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