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97617.html

“국방부, 군에서 아들 잃은 부모 두번 세번 모욕”
등록 :2017-06-05 20:07 수정 :2017-06-05 23:42

국방부가 ‘월급 돌려달라’며 소송냈다 취하한 최 일병 아버지 <한겨레> 인터뷰
법까지 바꿔 아들 ‘순직’ 인정받아

지난해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최 일병의 묘. 최 일병 아버지 제공
지난해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최 일병의 묘. 최 일병 아버지 제공

최 일병은 2008년 선임들의 구타와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을 맸다. 그가 숨진 뒤 4개월간 국방부의 ‘실수’로 월급이 지급됐다. 국방부는 지난 4월 “초과 지급된 월급 33만5000원과 독촉절차 비용 6만6000원 등 모두 40만1000원을 달라”며 최 일병 유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 1일 <한겨레> 등이 이 사건을 보도했고, 국방부는 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소 취하’ 하나로 되돌리기엔 지난 9년간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아버지 최아무개(57)씨는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방부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내지 않으면 월급 초과분을 압류할 수도 있다’고까지 했다. 그리고 소송까지 냈다”며 “지난 1일 언론보도가 나자 2시간 만에 소를 취하하더라. 그게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최씨에게 6월은 ‘아픈 달’이다. 23일은 하나뿐이던 아들의 생일이고, 22일은 그 아들의 기일이다. 군에서 괴롭힘당하던 아들은 음식을 먹기만 하면 구토를 했다. 국군병원의 정신과 전문의는 “전역하고 환경이 바뀌어야 낫는다”고 했다. 그러나 2008년 5월 열린 ‘의무조사심의위원회’는 아들의 제대를 기각했다. 상심한 아들은 유서를 남기고 생일 하루 전 목을 맸다. 최씨는 “아버지인 내가 군대에 지원하라고 했었다. 죄책감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아들은 대전 국립현충원에 누워 있다. 군이 ‘일반사망’으로 처리한 아들을 ‘순직’으로 만들어낸 건 아버지의 ‘죄책감’이었다. 최씨는 군 복무 중 사망한 아들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 2, 3심 모두 졌다. 어떤 이유가 있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는 ‘일반사망’이지 ‘순직’이 될 수 없다는 게 법 규정이었다.

최씨는 국회의원들을 쫓아다니며 법을 바꿔냈다. 2011년 통과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 개정안이 최씨 노력의 결과물이다. 개정안은 ‘군 복무 중 구타나 폭언 등 가혹행위로 정신질환이 발생한 사람이 자해를 통해 사망하거나 다칠 경우 원인을 규명해 국가유공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개정 뒤 국방부에 재조사 신청을 냈고, 숨진 지 8년 만인 지난해에야 아들의 죽음은 ‘순직’이 됐다. 최씨는 “8년 만에 아들이 국립묘지에 안장됐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놓이는 것도 아니다. 부모로서 할 도리는 이것밖에 없으니까 이것이라도 한 것”이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국방부는 지난 1일 최씨를 상대로 낸 소송을 취하하며 언론에 “소를 취하하고 관련 법규를 개선하겠다. 유가족께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리고 5일 오전 국방부 관계자가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제도가 그렇게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9년 만의 ‘위로와 사과’였다. 최씨는 “자식을 군대 데려갈 땐 국가를 내세우더니, 사고가 나니 나몰라라 했다. 군에서 아들 잃은 부모를 두번 세번 모욕했다”며 “전역할 때까지 국가 책임이라는 걸 인정하는 데서부터 국방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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