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241519001

[단독]삼성, 마사회 돈까지 최순실에 바치려 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입력 : 2017.06.24 15:19:00

5월 23일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5월 23일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재홍 감독-마사회 고위임원 통화기록 단독 입수 

삼성의 독일 ‘정유라 공주 승마’ 지원과 관련, 공기업인 마사회가 일정한 비용을 분담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추진했던 정황이 사실로 확인됐다. 또 삼성이 회장사로 있는 승마협회의 마사회 감독 파견 관련 언론 보도가 논란이 되자, 마사회의 고위임원이 해당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적으로 무마를 시도한 것도 확인됐다. <주간경향>은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지난해 10월 25일 마사회 박재홍 전 감독과 김영규 부회장의 30여분간에 걸친 통화내용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 통화에서 김 부회장은 “승마협회 김종찬 전무가 650억원짜리 액션플랜을 가져와서 이런 천문학적 액수는 마사회에서 부담할 수 없어 가지고 오지 말라고 돌려보냈다”며 “승마협회 쪽에서는 다시 마사회가 150억원, 60억원을 부담하는 안을 가지고 왔고, 계속 돌려보내니 최종적으로 24억원을 부담하는 계획서를 가져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가져온 24억원의 경우 장애물 선수 세 사람에게 8억짜리 말을 사준다는 계획이어서 현명관 회장(당시 마사회 회장)에게 보고했는데, 검토하자고 했다가 없던 일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 김 부회장의 이 언급은 박 전 감독이 전화통화에서 “내가 독일에 가서 최순실과 틀어져 돌아오지 않았다면 마사회에서 60억인가 200억인가 도쿄올림픽 준비한다고 보내게 되었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마사회에서 지금 그나마 이 정도라도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 무조건 사표를 내라고 했다”고 항의하는 것에 대한 답변에서 나온 말이다.

그동안 삼성의 정유라씨 지원을 위해 승마협회가 만든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중장기 마스터플랜’ 작성에 마사회가 관여했다는 의혹과 함께 독일 현지 감독 파견과 관련한 의혹이 나왔다. 하지만 마장마술 종목은 삼성이, 장애물은 마사회가 지원하며 마사회 고위 임원들 사이에서 그 구체적 액수까지 실제로 논의됐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사회의 현명관 전 회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중장기 로드맵 작성은 승마협회가 한 것이며, 승마협회의 요청으로 마사회 감독을 파견했을 뿐 정유라 지원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다 위증혐의로 고발됐다.

김 부회장과 박 전 감독의 통화는 김 부회장이 “박 감독 문제는 마사회를 그냥 사임한 것으로 거의 정리가 돼가고 있으니 내가 보기에는 크게 문제 없이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른 문제가 없으면 이럴 때는 우리가 조용히 참고 견뎌보자”며 마무리된다. 김 부회장은 박 전 감독이 사직서를 낸 경위와 관련, ‘더 명예스럽고 좋은 국가대표직을 맡게 돼서 마사회 감독직을 사직하게 됐다’는 ‘공식 대응논리’를 여러 차례 확인한다. 박 전 감독은 물론 수긍하지 않는다. 개인 이전에 마사회 직원으로서, 자신에게 올 피해를 감수하면서 언론의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는데, 박 감독의 개인 욕심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식으로 마사회에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못참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어쨌든간에 지금은 조용히 있으면서 이걸 빨리 잘 마무리해야 한다”며 이렇게 덧붙인다. “박 감독에게 나쁜 소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박 감독의 입장을 생각해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나는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내가 참고 견디고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내 입장이 얼마나 힘들고 애썼는지 박 감독은 뻔히 잘 알텐데.” 

김현권 의원 측은 “박 전 감독의 비위사실을 알고 있지만 덮고 있다는 식으로 흘리면서 사실상 협박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화가 이뤄진 시기는 독일에서 전지훈련하고 있다는 정유라씨가 타고 있는 말은 누가 구입해준 것이며, 마사회는 소속 감독을 왜 독일 현지로 파견했나를 두고 논란히 한창이던 시기다. <주간경향>도 승마 공주 특혜의혹 및 삼성의 말 지원과 관련한 논란을 여러 건의 기사로 다룬 적이 있다. 박 전 감독은 삼성 출신인 현명관 전 회장이 차기 회장 연임 등을 염두에 두고 ‘비선실세’인 최순실씨를 위해서 독일로 파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던 시기다. 최순실씨와 트러블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박 전 감독이 한국으로 들어온 뒤 마사회에 계속 남기를 원했지만 미운 털이 박혀 사직서 제출을 강요당했고, 그에 불만을 품은 박 전 감독이 퇴직금을 수령하지 않고 있다는 마사회 주변 인사들의 제보가 터져나오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통화에서 나타난 정황에 대해 양 당사자들은 어떻게 말할까. “당시 최순실은 전혀 몰랐고, 규정에 위배해 개인 휴가를 쓰고 나간 박 감독에게 경위서를 쓰게 하는 등 원칙적으로 일을 처리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 김 부회장의 입장이다. 박 전 감독의 귀국 후 사직서를 쓰게 한 것도 독일에서 최순실씨에게 협조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현명관 전 회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마사회 규정에 겸직금지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국가대표 감독직과 겸임할 수 없기 때문에 사표를 받은 것”이라는 것이 김 부회장의 설명이다. “2월 7일인가 협회(대한체육회) 쪽에서 국가대표 코치로 선발한다는 공문이 왔다. 얼마나 잘된 것이냐. 국가대표로 가니까 잘된 것이고, 그러니 마사회 감독은 사임하고 보내는 것이 순리여서 내보냈다. 박 감독은 계약직으로 매년 1년씩 계약을 연장하는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저희 규정을 보면 계약직 연장은 팀장 전결사항으로 되어 있는데, 내가 일하는 스타일이 위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규정을 어기면 안 되는 것이어서 그렇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21)가 6월 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21)가 6월 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그럴까. <주간경향>은 마사회에 겸직금지 원칙과 관련된 마사회 규정 확인을 요청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취업금지 규정이 있다. 다시 말해 마사회 직원이면서 영리기관에 동시에 취업하는 것은 안 된다. 비영리기관의 경우 예외가 있는데 회장 승인 아래 가능하다.” 박 전 감독 독일 파견의 경우 회장 승인이 있었지만, 최종적인 목표는 최순실씨가 만든 영리기관인 코어스포츠에 취업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애매하다. 그런데 김 부회장이 사직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국가대표 코치직은 비영리직이다. 간단히 말해 회장 승인만 있으면 마사회 규정에 비춰봐도 겸직이 가능하다. 이 규정을 근거로 삼는 것은 사후적인, 다시 말해 견강부회 논리로 보인다.

“따로 VIP 지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지만, 마사회에서는 ‘10원짜리 한 장도 지원하지 못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었고, 당시 승마협회에서 공문을 가지고 왔기에 받지도 않고 돌려보냈다.” 승마협회 지원과 관련해 마사회 측에도 지원금액 분담을 요구했다는 통화내용과 관련, 김 부회장이 내놓은 답변이다. 

최종적으로 논의된 24억원 지원과 관련해 김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승마협회 임원진들이 와서 승마협회와 삼성이 2020년 올림픽 로드맵을 만들었다며 서류를 들고 왔는데 거기에 내가 부회장으로 오기 전에 만들었는지 마사회가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중략)…최종적으로 장애물경기용 말 3마리에 각 8억원씩 24억원을 달라고 하길래, 내가 ‘여보슈, 무슨 말이 8억원씩이나 한단 말이오?’라고 말하니 이런 국제대회에 쓰는 말은 정찰가격도 없고, 부르는 것이 값이라고 했다. 어쨌든 회장님(현명관 전 회장)에게 보고하기는 했다. 구체적으로 건네받은 사업계획서는 없었다. 그때가 5월 6월 전반기가 거의 끝났기 때문에 회사의 각 본부에 불용예산이 없어, 후반기 추경으로 검토해보자는 것이 회장의 말이었는데 그 후 없던 일이 되었다.” 박 전 감독이 중간에 중단하고 들어오지 않았다면 관련된 예산이 집행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김 부회장은 2013년 이른바 상주대회 사건 이후 승마계와 마사회 주변에서 돌던 정윤회·최순실 비선실세 승마 의혹에 대해 자신은 “전혀 알 수 없는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전임 이상영 부회장의 후임으로 그는 2015년 8월 7일자로 말산업본부장 겸 부회장이 되었기 때문에 전임 부회장 때 결정된 사항 등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사실 내가 부회장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전임 부회장이 끝나고 공모를 하는데 나는 ‘BH(청와대) 쪽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의 들러리는 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지원도 안할 생각이었는데 현 전 회장이 ‘한 번 넣어보라’고 해서 넣었다. 그 뒤에도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부회장이 됐다고 현 전 회장으로부터 하루 전날 연락을 받았다. 기분은 좋았다. 현 전 회장으로부터 ‘우리 마사회를 좋은 회사로 만들어봅시다’라는 말을 들었다. 공기업 회장이 와서 주어진 일만 적당히 하고 가려고 하는데 이 사람은 역시 삼성맨이니 다르구나 하고….” ‘말’쪽과 전혀 다른 쪽에 있었기 때문에 승마계에 파다했던 ‘정윤회·최순실 실세’ 논란을 몰랐다는 그의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승마협회 회장사가 삼성인 걸 알면서도, 삼성의 정유라 독일 현지훈련 지원 배후에 BH가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그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이 통화녹취 역시 현 전 회장이 물러난 뒤 감사원 감사 등에 제출되었다. 그런데 6월 13일 감사원의 마사회 감사 결과 발표에서 <주간경향>이 보도한 현 전 회장의 특수관계 지인에 보험계약을 몰아준 의혹(<주간경향> 1205호, ‘현명관, 수상한 마사회 보험 체결’ 기사 참조)이나 이 사안은 아예 발표되지 않았다. 김현권 의원 측은 “문의를 해보니 워낙 다른 많은 사안이 있어 다루지 못했다고 하는데, 중요한 문제인데 검증되지 않고 입장표명 없이 넘어가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겸직이라고 하지만 국가대표는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수당제다. 당연히 내가 사표를 내고 싶었겠나.” 6월 22일, 늦은 밤 통화한 박재홍 전 감독의 말이다. 그는 “김 부회장이 ‘현명관 회장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으니 사표를 내고 후일을 도모하자’는 등의 말을 했고, 그 말을 하는 자리에는 나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마사회 관계자 여럿이 같이 있었다”며 “현 전 회장의 경우 ‘자신은 최순실씨를 전혀 모른다’고 발뺌했지만 특검 조사과정에서 나이 70대의 회장이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충성편지 보낸 것이 공개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박 전 감독은 이번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독일에서 최순실의 ‘행태’를 곁에서 지켜본 몇 안되는 핵심 증인이다. “독일에서 본 정유라씨는 올림픽에 나갈 생각도 거의 없는 것 같았고, 결국 독일 현지에 회사를 세운 최순실씨의 목적은 딴 데 있다는 생각에서 감독직을 그만두고 돌아왔다”는 것이 박 전 감독의 설명이다. 

김현권 의원은 “당시 마사회 몫의 지원을 요구하고 금액을 조율한 승마협회 임원진은 삼성전자 사람들이며 승마협회 자체가 사실상 삼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따라서 승마협회가 김영규 부회장에게 마사회 지원을 종용한 것은 삼성이 자사 돈을 최순실에게 건넨 데 이어 공기업 돈까지 최순실씨에게 바치려고 했다는 방증이며, 정유라씨를 매개로 한 삼성과 최순실씨,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수수 정황을 더욱 명백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공기업 돈으로 최순실씨를 지원하려고 했던 삼성의 뇌물 제공 플랜이 성사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은 박근혜 정권의 적폐가 어느 정도였는지 잘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박 전 감독이 감독 제의를 거절하고 국내에 돌아오면서 이 뇌물제공 계획이 어긋나 버렸고, 어찌됐든 이런 과정에서 국내 최고의 승마선수이자 감독이 희생됐다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적폐를 청산하고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이들이 제자리에서 다시 꿈을 이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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