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00238.html

현대판 사노비? 군인권센터, 육군 소장의 폭행·갑질 폭로
등록 :2017-06-26 13:39 수정 :2017-06-26 20:11

공관병 뺨 때리고…당번병에 대학원 과제 시켜
육군 제39사단장 문병호 소장의 갑질행위 폭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6일 오전 서울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제39사단장 문병호 소장의 폭행·가혹행위 및 병영부조리 사건을 공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6일 오전 서울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제39사단장 문병호 소장의 폭행·가혹행위 및 병영부조리 사건을 공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술을 마시던 중 공관병의 뺨을 때림. 수시로 공관 내 텃밭·난 관리 지시’, ‘공관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자 얼어죽게 생겼다며 공관병을 향해 폭언’, ‘본인이 경영대학원에 진학하자 당번병(지휘관실근무병)에게 과제를 위한 자료 조사를 시킴’.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제39사단장인 문병호 소장이 장병들을 대상으로 벌인 갑질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며 문 소장 밑에서 공관근무병 등으로 일했던 전역 병사 4명의 증언을 간추려 발표했다.

군인권센터 설명을 종합하면, 문 소장은 제보자들에게 사적 지시를 수시로 내렸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폭언·폭행을 일삼았다. 문 소장은 지난 3월31일 업무시간 뒤인 자정께 공관에서 휘하 간부들과 술을 마시기 위해 공관병 ㄱ씨에게 술상을 차리라고 지시했다. 문 소장은 술을 마시던 중 자신의 질문에 원하는 답을 하지 않는다며 ㄱ씨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ㄱ공관병은 “공관 내 텃밭과 30여개 되는 난 관리 등 사적 지시가 비일비재했다”고 주장했다. ㄱ씨의 전임자였던 ㄴ씨는 “지난해 2월께 문 소장이 공관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지금 얼어죽게 생겼다’고 화를 내며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당번병 ㄷ씨에게는 자신의 경영대학원 입학시험 및 과제를 위해 영어지문 해석과 자료 조사 등을 지시했다고 한다. 운전병 ㄹ씨는 “사적인 일정에 관용차를 몰도록 했다. 폭행도 자주 있었다”고 증언했다. 제보자들은 “문 소장이 담배를 피울 때 전속 부관에게 재떨이를 들고 옆에 서 있게 했고, 사무실에서 부관에게 ‘공관에 가서 사복을 가져오라’고 한 뒤 가져온 옷이 마음에 들 때까지 3~4회 지시를 반복하는 걸 목격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문 소장의 비위에 대한 군 자체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ㄱ씨는 제대 뒤인 지난 5월 국민신문고에 문 소장의 이런 행태를 신고했지만, 육군본부 감찰실은 “(‘뺨을 맞았다’고 주장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다른 이들의) 진술은 다르다. 사적 지시에 대해서만 경고 조치했다”고 답변했다.

현재 장성급 지휘관에게는 부사관급 전속 부관이 배치된다. 운전병은 물론, 집무실과 공관에도 각각 지휘관실근무병(당번병)과 공관병을 둔다. 연대장 이하 지휘관들은 통신병 혹은 운전병이 당번병 직무를 겸직하는 형태다.

지난 2015년에도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이 본인은 물론 아들까지 운전병을 사적으로 부리다가 갑질 논란을 빚었다. 2005년에는 한 특공여단장과 부인이 비닐하우스 관리를 못하고, 멸치를 잘못 보관했다는 이유로 공관병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청년들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군 복무를 하러 갔지, 사노비 생활을 하려고 젊음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 소장의 즉각적인 보직 해임에 더해 장군 공관병, 개인 운전병 제도를 즉각 폐지하라”라고 주장했다. 육군은 “신속하게 확인 조처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 처리하겠다”고 했다. 황금비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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