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38183

말레이시아·슬로바키아보다 못한 대한민국 뉴스 신뢰도
[미디어 톺아보기 21] BBC 절반도 못 따라가는 국내 공영방송 수준
17.06.30 17:31 l 최종 업데이트 17.06.30 17:31 l 글: 박주현(parkjh) 편집: 김도균(capa1954)

'한국에서 가장 디지털 이용률이 높은 브랜드는 네이버(64%)와 다음(35%), 공영방송 KBS(18%)와 MBC(13%)는 포털에 비해 뉴스 이용률이 매우 낮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영국 옥스퍼드 대학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2017년 디지털 뉴스 리포트> 보고서 결과다. 국내 공영방송의 위기 실태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모두 36개국에서 7만 1,805명(우리나라 2,002명 포함)이 참여해 실시한 조사결과란 점에서 무게를 싣는다. 이 조사는 지난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한 달여 동안에 걸쳐 유고브(Yougov)가 실시했다. 

BBC 절반에도 못 미치는 국내 공영방송 이용률 '창피'

그런데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와 함께 공동으로 조사한 영국에선 디지털 뉴스 이용의 중심축이 공영방송에 있다는 점이 큰 대조를 이룬다. BBC의 경우 전체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영방송들은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같은 공영방송이라도 이렇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니 부끄럽고 자괴감이 앞선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이용자층에도 편향성이 확연히 드러났다. 조사결과, 우리나라 공영방송 이용자층은 '다소 보수 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제기돼 왔던 공영방송의 편파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여 장래가 더욱 우려스럽다. 

이에 반해 47%의 디지털 뉴스 이용률을 보이고 있는 BBC는 이용자들의 정치 성향도 진보·중도·보수 전체를 골고루 아우르고 있었다. 디지털 환경에서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뉴스 이용의 중심축에서 멀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용자가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파의 희귀성을 띤 공공재란 점만 들더라도 공영방송이 권력이나 이념적 편향을 극복하고 국민 전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성을 제기해 준 결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번 보고서에서 나타난 수치스러운 것 중 또 다른 하나는 뉴스 신뢰도 면에서 우리나라는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대상 36개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는 뉴스 신뢰 문항에 대해 '동의한다'고 한 응답자의 비율이 23%에 불과했고, '반대한다'는 27%로 나타났다. 불신 응답이 신뢰 응답보다 4%포인트 높게 나타나 이 역시 충격이다.

다른 나라의 뉴스 신뢰 응답 비율을 순위별로 보면, 신뢰 응답('동의한다')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핀란드(62%), 브라질(60%), 포르투갈(58%) 순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검열제도 등으로 여전히 언론자유가 취약한 말레이시아(29%)와 정부와 언론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슬로바키아(27%)보다도 뉴스 신뢰도가 낮게 나타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한 가지 보고서 내용 중 눈여겨 볼만한 내용이 있다. 뉴스 신뢰도가 소득 수준과 무관하지 않다. 36개국의 조사결과를 보면, 뉴스 신뢰 응답에 고소득층이 48%, 중산층이 44%, 저소득층이 38%에 해당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신뢰 응답에 고소득층 26%, 중산층 22%, 저소득층 20%로 나타났다. 반면 불신 응답은 고소득층 25%, 중산층 28%, 저소득층 31%였다.

이는 우리나라 언론들이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주류언론과 공영방송들은 이러한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편파성과 이용률 하락은 전 세계적으로도 우셋거리가 아닐 수 없다.

공영방송 저널리즘 붕괴 원인, '간부들의 맹종' 탓

그럼에도 국내 양대 공영방송(KBS·MBC)은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좀처럼 개선의 기미가 보이질 않고 내홍이 오히려 갈수록 깊어만 가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우선 KBS 내부의 뿌리 깊은 갈등은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KBS 기자협회가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잘 묻어났다. 방송사 간부와 평기자를 포함한 기자협회 소속 5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기자들 10명 중 9명은 '현재의 고대영 사장을 포함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사장 체제 아래 KBS 저널리즘이 무너졌다'고 응답했다. 

또 10명 중 8명은 '사장과 고위간부 퇴진 등 인적 쇄신을 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KBS 저널리즘 붕괴에 따른 가장 큰 피해로 응답자의 76.3%는 '기계적 균형을 가장한 불공정·편파 보도로 인한 시청률 신뢰도, 영향력 등 추락'을 꼽았다. 

저널리즘 붕괴 원인으로는 '국장과 부장 등 보도본부 간부들의 맹종'을 꼽는 응답자가 전체의 45.5%로 가장 많았고, '정치 권력의 외압과 사장 등 경영진의 내부 통제'가 43.3%로 뒤를 이었다. 'KBS 저널리즘'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고대영 사장이 퇴진해야 한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다. 

공정성, 신뢰성 회복 위한 지배구조개선 등 여건 마련 시급

언론노조 KBS본부 등 구성원들은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자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지만, 현재의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은 권력을 위한 방송을 하고 자본에 휘둘려 KBS를 망가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MBC도 마찬가지다. 본사를 비롯한 전 지역 대부분의 노조와 구성원들이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과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 말기인 지난 2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선임된 MBC 김 사장이 거센 퇴진 요구를 받는 이유는 공영방송의 보도 공정성을 후퇴시켰다는 점이 가장 크다. 

이처럼 우리나라 양대 공영방송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 원인을 치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뒤틀린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권력이 아닌 국민의,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는 여건만 조성된다면 공정성과 신뢰성은 금세 다시 회복할 수 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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