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43540

가뭄 피해 심각했던 쌍신마을 주민들이 화난 이유
[주장] 보 개방이 문제가 아니었다... 주민들은 '양수시설 가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하소연
17.07.21 09:48 l 최종 업데이트 17.07.21 09:48 l 이경호(booby96)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정안천 양수장 .
▲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정안천 양수장 . ⓒ 이경호

장맛비가 오면서 봄 가뭄이 해갈됐다고 한다. 하지만 세종과 청주 지역에서는 큰 비가 오면서 4대강 보가 되레 홍수를 가중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폭우로 인한 피해가 이슈인 지금, 가뭄 이야기를 하긴 어색하지만, 하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올해 봄, 보 수문 개방이 가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여론이 있었다. 공주보 수문 개방이 발표되자 일부 기관과 지역주민들은 "수문 개방은 잘못된 선택"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6월 23일, 무슨 일이 있었나

가뭄이 심했던 지난 6월 23일 금강유역환경청이 현장조사를 실시했을 때, 현장 농민들의 주장이 '수문개방 반대론자'들의 주장과 상이했다는 게 최근 확인됐다. 공주보 상류에서 가장 가뭄피해가 심했던 쌍신마을 주민들이 "공주보 수위가 20cm 내려간 것에 대한 우려보다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한국농어촌공사가 양수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라며 비판했다. 이 사실은 현장조사에 관여했던 전문가 A씨가 지난 17일 기자에게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확인됐다. 

지난 6월 23일 금강유역환경청은 가뭄이 지속됨에 따라 지하 수위가 지속적으로 내려가자 공주보 상시개방에 따른 영향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는 환경부,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가 공동으로 진행했고, 이 조사에는 시민단체도 함께했다. 

그날 쌍신동 마을회관에서 쌍신마을 주민들과 민관협의체 위원 및 전문가 등이 모인자리에서 주민들이 "한국농어촌공사가 양수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라면서 공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전문가 A씨는 "민관협의체 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쌍신만을 주민들이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를 향해 '양수시설을 설치만 해놓고, 주민들은 가뭄 때문에 애태우는데도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양수시설을) 가동하지 않았다'라며 격노했다"라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공주시청 관계자도 "처음 들은 이야기"라면서 양수시설 가동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공주시 역시 가뭄 피해의 근본적 원인이 어디 있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시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3개의 양수시설이 설치돼 있으며, 이 양수시설을 모두 가동하기 위한 전기가 양수기 용량과 맞지 않아 가동하지 못했다' '이동식 양수기를 돌리는데 필요한 연료가 부족해 가동하지 못했다' 등의 해명을 내놨다고 한다. 그러자 쌍신마을 주민들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마을마다 주민 중 1인을 지정해 양수시설 관리를 맡겼는데, 가뭄이 심각한데도 제 역할을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쌍신마을 주민들이 말하는 양수시설은 한국농어촌공사 공주·세종·대전 지사가 관리하는 농업기반시설인 쌍신양수장으로, 정안천에서 양수한 물을 쌍신마을 농수로로 공급하는 시설이다. 정안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류점에서 상류로 약 2.2km 지점에 보 시설이 설치돼 있다. 쌍신양수장에는 2대의 양수기가 가동되는데, 이번 가뭄에 수중 모터 2대, 이동식 양수기 1대 등 총 3대의 양수기가 추가로 동원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안천 가까이 이동식 양수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가동되지 않고 있다 .
▲ 정안천 가까이 이동식 양수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가동되지 않고 있다 .ⓒ 이경호

현장 조사가 있은 뒤 6월 29일 쌍신양수장을 찾은 전문가 A씨는 "현장 확인 결과, 그때도 이동식 양수기는 가동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선로(연료 공급 선로 3개, 전원선 1개)를 따라가 보니, 정안천 가까이 이동식 양수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또한 2대의 수중 양수기도 설치돼 있었는데 가동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정안천에 보를 설치하고 보 상류에 물이 차면 보 왼편 벽면(양수시설 2기가 구조물 안에 설치돼 있었음)의 주황색 철망으로 물이 들어간다. 그러면 양수시설이 가동되면서 물을 끌어올려 쌍신마을로 보내는 방식이다. 가뭄이 지속되자, 보 시설 하류에서 물을 양수해 보 상류로 물을 보내 기존 양수시설에 물을 공급하려고 했던 것이며, 호스 2개가 연결돼 있었다. 

결국 공주보 수문 개방 조치가 있고 나서 수위가 20cm 내려갔다고 해도, 정안천 쌍신양수시설인 보 시설 아래에는 공주보 수위 변동과 무관하게 금강 본류의 물이 차 있어 양수기로 물을 퍼올려 쌍신양수장을 가동하면 쌍신마을 가뭄이 해소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양수기를 설치만 해놓고 가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주민들의 원성이 높았던 것이다. 1차 현장조사가 이뤄진 이후 확인 차 방문할 때까지도 양수기는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안천 설치된 보와 양수시설 .
▲ 정안천 설치된 보와 양수시설 . ⓒ 이경호

적어도 쌍신마을에서의 가뭄은 한국농어촌공사가 1) 공주보 수위 개방과 무관하게 양수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고 주민들의 가뭄 민원을 키웠고, 공주보 수문 개방 조치와 맞물려, 2) 수문 개방의 정당성과 필요성이 평가절하되면서, 마치 보 수문 상시개방이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는 근거없는 소문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 꼴이 되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지난 2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가뭄을 대비해 3개 양수기를 추가로 설치했고, 가뭄으로 인해 쌍신동에 추가로 양수기를 설치한 것 자체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설치된 양수기 3대 중 2개는 실제 효율이 너무 떨어져 가동을 하지 않았은 것이며, 1개는 기존 양수기와 전기 차이로 인해 번갈아가면서 가동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24시간 가동하지 못한 것에 주민들이 민원이 많았지만, 설치된 양수기를 통해서 물을 대지 못해 농사를 짓지 못한 경우는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농업용수가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약간의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시인했다. 

이런 식으로 현장에 정확한 목소리가 대변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4대강 수문개방과 관련된 가뭄 피해는 현장에 필요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아 생긴 일이다. 하지만 이 결과는 보령댐도수로나 예당호도수로 같은 근본적이지도 않은 정책이 수립돼 막대한 세금 투입으로 귀결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 정확한 상황 파악을 하는 게 필요하다. 

비가 오기 전임에도 정안천에 수량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
▲ 비가 오기 전임에도 정안천에 수량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 이경호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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