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826221140574?s=tv_news

[단독]국정원 댓글부대까지? 늘푸른희망연대 9년 추적기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입력 : 2017.08.26 16:48:01 수정 : 2017.08.26 19:34:05 

2008년 9월 4일, 이명박 대통령·김윤옥 여사로부터 청와대 오찬에 초청받은 늘푸른희망연대 회원들이 춘추관에 들어서고 있다. / 이명박과아줌마부대·늘푸른희망연대 카페
2008년 9월 4일, 이명박 대통령·김윤옥 여사로부터 청와대 오찬에 초청받은 늘푸른희망연대 회원들이 춘추관에 들어서고 있다. / 이명박과아줌마부대·늘푸른희망연대 카페

국정원 사이버외곽팀 수사, ‘MB청와대’ 윗선 밝혀질까 

“이런 전화 받는 것 불편하다. 나는 검찰로부터 연락받은 적 없다.”, “단지 한나라당이 좋아서 가입만 했을 뿐 댓글은 물론 어떤 활동도 한 것이 없다.” 8월 24일, 기자가 연락해본 늘푸른희망연대 참여인사들의 말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과 아줌마부대’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이 단체가 2009년 사단법인화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늘푸른희망연대다. 

국정원 ‘사이버외곽팀’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30여명의 민간인 팀장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차미숙 늘푸른희망연대 회장은 8월 23일 새벽 부산 광안대교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8월 24일 오전, 기자가 차 회장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을 때 전화는 꺼진 상태였다.

늘푸른희망연대의 경우 이번 국정원 댓글팀 이전 기사를 검색해보면 <주간경향>의 기사들이 거의 전부다. 

■ ‘우엠다’ 늘푸른희망연대도 ‘댓글공작’ 

검찰 조사를 받은 차미숙씨(56)는 2008년 7월 30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이명박과 아줌마부대’는 원래 ‘이명박과 실용정부’ 카페 멤버 중 여성들만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아 총선과 대선에서 뛴 것”이라고 밝혔다. 단체와 관련해 논란이 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른바 ‘우엠다’ 논란이다. 2007년 대선 이틀 뒤 방영한 MBC 특집 다큐멘타리 <올인>에 출연한 단체의 여성회원이 자신의 힘들었던 나날을 회상하며 ‘(우리) MB가 다해주실 거야’라는 말을 남긴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이 아주머니의 근황이 논란이 돼 취재했다. ‘우엠다’ 발언의 주인공이 차미숙 회장이라는 잘못된 설명이 지금도 인터넷에서는 종종 언급되고 있지만, 실제 저 발언의 주인공은 인천에서 관광버스 임대 사업을 하던 김은옥씨(51)다. 

둘째는 ‘이명박과 아줌마부대’의 실제 운영자 관련 논란이다. 차미숙씨가 회장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아줌마부대를 만들고 이끈 이는 ‘민생지킴이’라는 닉네임을 쓰던 김문식씨다. 김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96년 총선에서 종로구에 출마했을 때 민원팀장을 역임했다. 2008년 인터뷰에서 차씨는 “아줌마부대라는 이름을 쓴다고 남자가 있으면 안 되나. 실제로 유세를 하러 돌아다니려면 버스 운전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활동내용을 사진 찍어줄 사람도 필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른바 ‘우엠다’(우리 MB가 다 해주실거야)로 유명한 이명박과 아줌마부대 회원의 인터뷰 영상. 영상의 주인공이 차미숙 늘푸른희망연대 회장이라는 설명이 지금까지 인터넷에 돌고 있지만 문제의 발언은 당시 회원이었던 김은옥씨가 한 것이다. /MBC 영상캡쳐
이른바 ‘우엠다’(우리 MB가 다 해주실거야)로 유명한 이명박과 아줌마부대 회원의 인터뷰 영상. 영상의 주인공이 차미숙 늘푸른희망연대 회장이라는 설명이 지금까지 인터넷에 돌고 있지만 문제의 발언은 당시 회원이었던 김은옥씨가 한 것이다. /MBC 영상캡쳐 

‘우엠다’ 발언을 한 김은옥씨는 이후 내분에 휩싸인다. 김문식씨는 현재는 폐쇄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김은옥씨가 “버스 임대료를 이중으로 받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김은옥씨는 늘푸른희망연대에서 떨어져 나간 ‘천심녹생성장4대강살리기 실천연합-사단법인 청지실천연합’ 쪽으로 넘어가는데, 이 버스 임대료 횡령건 등을 포함해 단체 간 고소·고발이 오갔다. 차미숙씨는 2015년 기자와 통화에서 “청지실천연합 쪽에서 총 9건의 고소를 했는데, 모두 이겼다”고 말했다.

“분란의 핵심은 결국 돈이었다.” 논란과정에 관여된 인사 ㄱ씨의 말이다. 지부 결성, 사무실 마련, 그리고 4대강 사업 찬성 지원활동 등에 들어간 개인부담금이나 차입금에 대해 차 회장은 “청와대와 국정원으로부터 받아 갚아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ㄱ씨는 “여러 차례 면담에서 차 회장은 ‘내가 청와대 정문 앞에서 소복 입고 입에 칼을 물고 1인시위를 해서라도 받아주겠다’고 장담했으나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늘푸른희망연대 활동은 중지되었고, 인터넷 카페 역시 2013년 이후 업데이트는 멈춘 상태다. 게시물 대부분은 열람이 제한돼 있다. 인상적인 것은 이 카페와 연결되어 있는 다른 인터넷카페들이다. ‘자전거하이킹 동호회’, ‘민생정부 홍보마당’, ‘강쥐사랑 mini0D0’ 등이다. 현재 전부 폐쇄돼 있는 이 카페들에는 A부터 D까지 코드(mini0A0~mini0D0)가 부여돼 있다. 이 카페들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주간경향>은 일부 회원 공개로 게시돼 있는 게시물들에서 익숙한 닉네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관폭도. 윤희구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 의장의 닉네임이다. 지난 2011년 4월, 윤씨는 <한겨레>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MB정부의 여론조작 행동대장이었다”고 폭로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MB가 죽였다’는 글이 확산되자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직접 사무실로 찾아와 ‘이거 큰일났다. 빨리 맞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며 ‘온라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반박 여론작업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댓글과 오프라인 집회 등을 사주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그 근거로 대통령실 행정관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 A0, B0, C0, D0… 수상한 ‘카페’ 용도는? 

“당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은 한 자도 빠짐없이 모두 사실이다.” 8월 23일 <주간경향>과 통화한 윤씨의 말이다. ‘늘푸른희망연대’에 정치시사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 그는 “글을 쓰는 입장에서 정식 언론, 종이신문에는 글을 쓰지 못하지만 카페들의 경우 나름 회원 수나 조회 수 등을 고려하면 주목을 받는 면이 있다”며 “알고 지내던 사이라서 글을 준 것이지, 글을 올린 대가로 돈을 받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씨가 2011년 인터뷰에서 언급한 청와대 행정관은 선진국민연대 대외협력팀장 출신으로 나중에 MB정부 국민소통비서관까지 올라간 김석원씨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이른바 국정원 사이버외곽팀 활동과 관련한 민간인 팀장급 30명 명단 중에는 사망한 인사들도 있다. 지난 2012년 사망한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나 ‘낭만신사’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서병근씨(2015년 사망), 역시 ‘명랑소녀’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서정애씨(2012년 사망) 등이다. 이른바 사이버외곽팀 활동과 관련해 봉태홍 대표는 국가쇄신국민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두 서씨는 ‘대한민국지킴이연대’라는 카페를 만들어 아고라 댓글, 추천 조작활동을 했다. MB정부 시절 보수단체 활동에 깊숙이 간여했던 한 인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봉 대표가 자신의 배후에 국정원이 있다는 식으로 주변에 자랑한 것은 기억이 난다. ‘사람을 모아오면 (그쪽과) 연결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병근씨는 다음 아고라의 모든 토론방에서 ‘낭만신사’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했다. 2009년 3월 당시 <주간경향>이 체크했던 글 수는 1581건이었다. 서씨는 당시 기자에게 “하루에 1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충분히 올릴 수 있는 글 수”라면서 “다 자기 일이 있기 때문에 최단 시간에 최대한 능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일일이 답글을 달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서씨의 생업은 부동산업이었다. 대한민국지킴이연대 카페 활동을 통해서는 “푼돈에 불과한”(서씨의 표현) 부수입을 얻고 있었을 뿐이라고 당시 그는 말했다. 

윤희구씨는 현재 수사 중인 국정원의 사이버외곽팀 활동과 관련하여 “명시적으로는 여론 주도세력 교체, 다시 말해 조작을 내세웠을지는 몰라도 내가 볼 때 그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실 전직 국정원 출신자들, 양우회가 개입되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들었다. 이 사람들은 여론을 조작했다기보다는 사실은 그런 명분으로 돈을 타서 나눠먹기를 한 것으로 보면 더 맞을 것이다.”

“어제(8월 23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는 말을 들었다. 나야 상근하지 않으니 누가 불려갔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임헌조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이사의 말이다. 민생경제정책연구소(민생련) 역시 이번에 사이버외곽팀 관련으로 거론되었다. “…알다시피 국정원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그런 데서 실제 그런 팀을 만들어 운영했다면 당연히 법에 의해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문제가 있다. 언론을 통한 여론몰이다. 우려되는 것은 지금 문재인 정부가 건강하게 활동하는 보수진영조차도 궤멸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민생련의 경우 지속적으로 우수한 단체로 평가를 받은 미소금융 운영단체다. 한두 사람이 관련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처럼 단체 전체가 국정원의 사주를 받아 조작활동을 했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하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 윗선 청와대 비서관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솔직히 MB정부 시기에 ‘우파운동을 국정원이 지원한다’는 소문이 많이 돌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공연한 비밀인데, 소위 진보진영의 경우 서울에만 자기들 명의로 건물이 다섯 개가 있지 않나. 반면 우파진영은 태동시기가 늦게 되면서 척박한 조건에서 출발했다. 활동가 월급 같은 것은 생각도 못했고, 예컨대 집회 행사비조차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시청 앞 같은 데서 큰 규모의 집회를 열 때 들어가는 비용을 다 갹출로 마련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것저것 다 걸면 안 걸려드는 것이 없을 것이다. 정권이 어디냐에 따라 전경련 같은 데는 지원대상이 바뀌지 않았겠나. 간단하다. 법을 어기고 지탄받을 일을 했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으면 된다. 대신 무고한 사람이 다치지 않게끔 권력을 운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이 정부가 합리적이고 엄정하게 움직인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신중히 해야 한다.” 민생련의 경우 8월 25일 현재 검찰에 소환된 인사는 ㅂ씨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오전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의 서울 서초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오전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의 서울 서초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이버외곽팀’ 수사는 윤석렬 서울중앙지검팀이 총괄하고 있다. 윤 지검장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팀’ 특검 수사 당사자다. 현재까지 진행되는 수사는 2013년 특검이 집중했던 2012년 대선 댓글공작이 아닌 2009년 2월 원세훈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진행되었던 국정원 심리전단 관련 외곽팀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국정원 적폐TF팀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에 따른 것이다. 원 원장 취임 전인 2008년 12월 만들어졌던 이른바 ‘알파팀’-한국자유연합과 관련한 활동 수사는 일단은 후순위로 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은 전형적인 공무원이다. 심리전단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 댓글을 어떻게 다는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밑에서 이렇게 해서 여론이 바뀌었다고 하면 그냥 믿을 사람이다. 결국 과잉충성이 문제였다. 여러 경로를 통해 그 사람을 중용해서는 안된다고 의견을 올렸지만 묵살당했다.” 시민사회 소통을 담당했던 당시 정부 고위인사 ㄴ씨의 견해다.

관심이 가는 것은 앞으로 검찰 수사가 ‘사이버외곽팀’의 윗선을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결국 청와대가 나오지 않겠는가.” 당시 한나라당 핵심 고위관계자 ㄷ씨의 말이다. “이래저래 지시를 하고 사람들을 동원할 수는 있지만 돈을 주는 것까지 청와대에서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국정원을 동원하고, 전경련 같은 경제단체들을 동원한 것이다. 배달사고는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들을 달래기 위해 행안부 비영리 민간단체 사업 같은 것도 몰아줬고.”

김석원 전 국민소통비서관은 24일 저녁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노무현 사망과 관련해 반대여론 독려를 위해 윤희구씨의 사무실을 방문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그 단체에서 와달라고 해서 갔을 뿐, 우파 쪽 단체는 내 담당이 아니었고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파 쪽 담당자는 누구였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정확히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국정원과 일을 하지 않았다. 말씀하시는 내용이 잘 이해가 안간다”며 전화를 끊었다. 알파팀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는 “한국자유연합은 민간인 댓글팀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언론이 국정원과 검찰이 우리와 관련이 있다고 오보를 계속 확대하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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