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_w.aspx?CNTN_CD=A0002356444

화물승강기 타고 황급히... 망가진 공영방송 사장님들
[현장] 제54회 방송의 날 기념식장서 고대영·김장겸 사장과 언론노조 정면충돌
글 유지영(alreadyblues) 사진 권우성(kws21) 유성호(hoyah35) 영상 조민웅(mantung) 안민식(minchic) 편집 김미선(iosono) 17.09.01 21:59 최종업데이트 17.09.01 22:08 

화물승강기 타고 빠져나가는 MBC 김장겸 사장 부당노동행위로 고발 당한 뒤 노동청의 소환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MBC 김장겸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 참석한 뒤,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수행원들에 둘러싸인 채 노조원들을 피해 화물승강기를 통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 화물승강기 타고 빠져나가는 MBC 김장겸 사장ⓒ 권우성

"김장겸은 퇴진하라!" "고대영은 퇴진하라!"

드디어 '공범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KBS·MBC 양대 공영방송사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은 1일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협회 주최 제54회 '방송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김장겸 MBC 사장·고대영 KBS 사장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노조원들은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 행사가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후 4시부터 라벤더 홀에 모여 두 공영방송사 사장을 기다렸다. 

언론노조의 반대 시위가 예고돼 있어 고대영·김장겸 사장이 '방송의 날' 기념식에 참석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두 사장 모두 참석했다. 그러나 이들은 "김장겸·고대영 사장은 물러나라"는 노조원들의 요구에 시종일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노조원들과 취재진이 한꺼번에 행사장 앞으로 몰려들어 강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두 사장은 행사 관계자들과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행사에 꿋꿋이 참석했다. 

묵묵부답 김장겸, 체포영장 발부 소식에 일찍 떠나 

퇴진 요구 받는 MBC 김장겸 사장 MBC 김장겸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자, MBC와 KBS 언론노동자들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고 있다.
▲ 퇴진 요구 받는 MBC 김장겸 사장MBC 김장겸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자, MBC와 KBS 언론노동자들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MBC 김장겸 사장, 잔뜩 굳은 표정 MBC 김장겸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자, MBC와 KBS 언론노동자들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고 있다.
▲ '방송의 날' 행사 중 체포영장 발부 소식 알려진 MBC 김장겸 사장부당노동행위로 고발 당한 뒤 노동청의 소환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MBC 김장겸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 참석한 뒤,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수행원들에 둘러싸인 채 노조원들을 피해 화물승강기를 통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권우성

노조원들이 대기하고 있던 63컨벤션센터 라벤더 홀 로비로 들어선 MBC 김장겸 사장은 전혀 거칠 것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사퇴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반응도 보여주지 않고 경호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김 사장은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 내내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행사를 지켜봤다. 

하지만 행사 도중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는 속보가 전해지자, 김장겸 사장은 이후 예정된 '방송의 날' 축하연 행사에 불참했다. 김 사장은 '수여식' 행사가 끝나자마자 노조원과 취재진을 따돌리고 화물승강기를 타고 빠져 나갔다. '체포 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아느냐'는 취재진에 질문에도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사유는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당했으나 고용노동부의 출석 요청에 3차례 불응한 혐의다. (관련 기사: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 노조 "즉각 법정 세워라") 

몰래 들어간 고대영, 미소 짓기도

반면, 고대영 KBS 사장은 행사가 진행되는 라벤더 홀 로비 앞에 있던 노조원들을 따돌리고 몰래 행사장으로 들어가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 참석했다. 이후 고 사장은 행사장 옆에 있는 대기실로 들어가 다음 행사가 시작할 때까지 약 30여 분간 나오지 않았다. 노조원과 취재진은 방 앞에서 고대영 사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방 안에 있는 고대영 사장 앞에서 "석 달 동안 기다렸지만 사장 모습 한 번 보기 어려웠다. 이제 문을 열고 좀 나오라"고 30분 내내 외쳤다. 

고대영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언론노동자들 MBC와 KBS, SBS 언론노동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연’에 고대영 KBS 사장이 참석하자, 공정방송 회복을 촉구하며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고대영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언론노동자들MBC와 KBS, SBS 언론노동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연’에 고대영 KBS 사장이 참석하자, 공정방송 회복을 촉구하며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고대영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언론노동자들  MBC와 KBS, SBS 언론노동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연’에 고대영 KBS 사장이 참석하자, 공정방송 회복을 촉구하며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노조와의 대치 끝에 경찰의 경호를 받고 나온 고대영 사장은 방송의 날 축하연 행사에도 참석했다. 약 100여 명의 노조원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방송의 날 축하연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고대영 사장을 향해 "고대영은 퇴진하라"고 외쳤다. 

이날 행사의 압권은 고대영 사장의 미소였다. 고대영 사장이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을 때 KBS 조합원들이 "고대영은 퇴진하라"고 외치자, 고 사장은 그들을 향해 몇 초 동안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고 사장은 이어 "좀 소란스럽네요"라고 서두를 꺼내면서 연설을 이어갔다. 

퇴진 요구 받는 KBS 고대영 사장 고대영 KBS사장이 1일 오후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제54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자, KBS노조원들이 “고대영은 물러나라”를 외치며 퇴진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퇴진 요구 받는 KBS 고대영 사장고대영 KBS사장이 1일 오후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제54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자, KBS노조원들이 “고대영은 물러나라”를 외치며 퇴진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우성

퇴진 요구 뒤로한 채 방송의 날 축하연 참석하는 고대영 KBS 사장 고대영 KBS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MBC와 KBS, SBS 언론노동자들의 퇴진 요구를 무시한 채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퇴진 요구 뒤로한 채 방송의 날 축하연 참석하는 고대영 KBS 사장고대영 KBS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MBC와 KBS, SBS 언론노동자들의 퇴진 요구를 무시한 채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유성호

취지 무색해진 '방송의 날' 행사 

한편, 한국방송협회 회장(고대영) 표창 대상으로 선정돼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신동호 MBC 아나운서국장과 김수정 MBC 홍보국장도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홍보국장은 행사에 참석하려 63컨벤션센터를 찾았으나 노조원들의 피케팅 시위를 보고 다시 발길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두 사람은 김장겸 MBC 사장 체제에서 '사측 부역자'로 분류된 인물이다. 

또 한국방송협회 회장상을 받기로 알려져 있던 <무한도전> 김태호 피디와 이영표 KBS 축구해설위원 등을 비롯해 많은 수상자들이 이날 행사장을 찾지 않았다. 이는 최근 KBS·MBC 공영방송 파업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방송의날 수상자, 공정방송이 더 ‘먼저’ 박영훈 목포 MBC 기자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뒤 기념사진 촬영 도중 공정방송 회복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박영훈 기자는 “MBC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계획한 것은 공정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다시 되돌려주자는 것이다”며 “같이 파업에 들어가는 MBC 동료들에게 힘내라는 뜻으로 손현수막을 들어보였다”고 말했다.
▲ 방송의날 수상자, 공정방송이 더 ‘먼저’박영훈 목포 MBC 기자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뒤 기념사진 촬영 도중 공정방송 회복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박영훈 기자는 “MBC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계획한 것은 공정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다시 되돌려주자는 것이다”며 “같이 파업에 들어가는 MBC 동료들에게 힘내라는 뜻으로 손현수막을 들어보였다”고 말했다.ⓒ 유성호

박영훈 목포 MBC 기자는 이날 방송통신위원장 표창을 받은 뒤 "MBC 노조를 지지한다"는 돌발성 발언을 했다. 박 기자는 "MBC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계획한 것은 공정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다시 되돌려주자는 것이다"라며 총파업에 돌입할 MBC 동료들에게 힘내라는 뜻으로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쓰인 손 현수막을 들어보였다. 

이날 제54회 방송의 날 행사는 방송 90주년을 맞아 열린 것이었음에도 정부 주요 인사 다수가 외면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정세균 국회의장에 이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날 행사에 모두 불참했다. 

행사에 참석한 방송통신위원회 허욱 부위원장은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인 국민인데 안타깝게 이런 중요한 사실을 몇 년 동안 외면했다"며 "방송의 공적책임을 다 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송이 돼야 한다"는 '언중유골'의 한 마디를 남겼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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