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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탐욕스런 조중동’ 경고했건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공안통치 유혹 우려…
DJ 서거 때는 '마음의 빚' 전하기도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입력 : 2011-12-31  06:52:34   노출 : 2011.12.31  07:16:41
 
“이른바 미디어 관련법 등 다수의 힘으로 관철시키려는 이른바 MB법들이 국민의 합의로 처리되도록 결단하여 주십시오. 더 이상 탐욕스런 조·중·동에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2011년 12월 30일 새벽 별세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힘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한국사회 민주주의를 걱정하며 ‘고언’을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다. 평생을 재야 민주화운동과 한국사회 약자를 위한 정책을 위해 고민해온 그의 삶은 블로그에 연재하던 ‘김근태의 요즘 생각’에 그대로 녹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끝나고 며칠 후인 2009년 6월 2일 김근태 상임고문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긴급 호소문을 전했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탐욕스런 조중동’이라고 표현하면서 대통령이 휘둘려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전임 대통령조차 정치보복의 대상이 되어버린 극단적인 상황, 조·중·동과 검찰에게 참을 수 없는 조롱과 야유를 받아야 했던 사람, 투신 말고 다른 탈출구를 선택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린 사람”이라며 “부엉이바위에 선 노무현 대통령님의 짙은 외로움이 바로 국민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솔직히 말하면 마음으로는 당신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면서도 국민의 선택이 민주주의 최종판결이라는 믿음 때문에 마음으로부터 대통령으로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근태 상임고문은 이렇게 호소했다.

“민주주의자의 한 사람으로서 호소합니다. 대통령님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권입니다. 과거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독재와는 다른 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통령님께서 국민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공안통치의 유혹에 빠지면 무서운 재난이 우리를 덮칠 것입니다. 나는 그것이 두렵습니다.”

김근태 상임고문의 경고에도 이명박 정부의 ‘공안통치’는 이어졌다. 탐욕스런 조중동에 휘둘려선 안 된다면서 미디어법 여야 합의처리를 제안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두 달 만에 한나라당은 재투표․대리투표라는 ‘불법행위’를 통해 7월 22일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실행에 옮겼다. 지금 논란이 되는 ‘조중동 종편’이 바로 그 ‘불법행위’의 부산물이다.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 일기로 타계했다. 권양숙 여사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CBS노컷뉴스

김근태 상임고문은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바른 말’을 하는 인물이었지만, 김근태 정치의 기본은 원칙과 진정성, 그로 말미암은 ‘따뜻한 정치’다. 실제로 ‘김근태의 요즘생각’에는 정치도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글이 많이 담겨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호소부터 정치인을 떠나 ‘인간 김근태’의 마음을 느끼게 하는 글도 담겨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인 2009년 8월 20일 ‘김근태의 요즘생각’에는 안타까움과 존경의 마음이 어우러진 그의 심경이 그대로 묻어난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이제 분노한다는 표현도 더 이상 할 수가 없습니다. 가슴 아픈 눈물도 흘릴 수가 없습니다. 시청 앞 분향소에서 슬픔에 겨운 시민들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 죄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모두가 당신에게 빚을 졌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 민주주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많은 사람은 김근태 상임고문에게 빚을 졌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모두가 빚을 졌다고 말했다. 김대중과 김근태는 삶의 궤적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었다.

한반도 평화라는 공통분모가 그렇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실천이 그렇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당신에게서 떠나지 않았던 민주주의! 죽음으로 다시 시작되는 민족화해의 길! 온 힘을 다해, 거꾸로 가는 역사를 막아내겠습니다. 당신과 함께 이루었던 민주세력의 대연합, 정권교체의 역사를 다시 이루어 내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김근태 상임고문 본인도 불편한 몸이었지만, ‘민주주의’를 다짐 또 다짐했다.

민주화의 대부'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폐혈증으로 타계한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조문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CBS노컷뉴스

김근태 상임고문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관심을 받을만한 인물이다. 그의 별세 소식에 정치인들과 일반인들이 앞을 다투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그를 조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빈소를 찾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우리 모두 이렇게 보내드리기에는 너무 많은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봉하마을의 권양숙 여사와 함께 김근태 상임고문 빈소를 찾아 김근태 상임고문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한편, ‘김근태 계열’로 분류되던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은 감옥에서 별세 소식을 전해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정봉주 전 의원을 면회하고 돌아온 안민석 통합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김근태 의장님 소식에 사모님 붙잡고 펑펑 우셨습니다”라는 내용을 남겼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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