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58303

"4대강이 비단강 명성에 똥칠했다"
[동행취재] 충남문화재단 ‘이제는 금강이다’ 옛길 걷기와 문화·예술·역사 탐방
17.09.08 08:36 l 최종 업데이트 17.09.08 08:36 l 글: 김종술(e-2580) 편집: 홍현진(hong698)

 ‘이제는 금강이다’ 탐사대가 충남 공주시 청벽 옛길을 걷고 따라 걷고 있다.
▲  ‘이제는 금강이다’ 탐사대가 충남 공주시 청벽 옛길을 걷고 따라 걷고 있다. ⓒ 김종술

풀잎엔 이슬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4대강 사업으로 호수로 변한 강물은 잔잔하다. 녹조로 물들었던 강물은 지난밤 빗줄기에 사라졌다. 수줍은 물안개가 핀 강물 위로 물고기 한 마리가 뛰어오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시작된 충남문화재단의 '이제는 금강이다' 행사 7일째. 지난달 31일 금강 발원지인 전북 뜬봉샘에서 무사 종주 기원제와 함께 출발한 탐사대는 강물을 따라 옛길을 탐사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공연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7일 오전 9시 세종시와 공주시의 경계지점인 금강변 청벽으로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한국예총 오태근 충남연합회장과 최창석 공주문화원장을 비롯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시민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어젯밤에 내린 비로 오늘 가시는 길이 위험하고 미끄럽다. 뱀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인솔자의 통솔에 잘 따라주시고 천천히 금강을 감상하시면서 이동해 달라."

산악인이자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김성선 탐사대 대장의 목소리가 커진다. 오늘은 17년 전까지 옛길로 이동되던 강 비탈을 걷는 코스로, 보트를 타고 이동하여 돌아와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보트를 타고 내린 강변은 온통 풀밭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길에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계 교란종인 환삼덩굴과 미국자리공이 먼저 반긴다. 곱던 모래가 깔렸던 그 길은 질퍽거리는 펄밭으로 변했다. 

 소설 ‘금강’을 저술한 김홍정 작가가 강변 옛길에 스민 이야기보따리도 풀고 있다.
▲  소설 ‘금강’을 저술한 김홍정 작가가 강변 옛길에 스민 이야기보따리도 풀고 있다. ⓒ 김종술

동행중인 김홍정 작가는 "금강 걷기가 절반 정도 온 것 같다. 4대강 사업으로 금산 천내습지를 공사한다는 말에 지역민들이 굴착기 밑에 드러누워서 막아냈다. 그 덕분에 고스란히 자연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강변 옛길에 스민 이야기 보따리도 풀었다. 

"이곳은 어릴 때 소풍도 오면서 가족들과 나들이도 했던 곳이다. 17년 전쯤에는 차량이 다니고 사람이 다니는 옛길이다. 높은 절벽이 있어서 4대강 사업에도 살아남은 바위산이다. 자연은 그냥 둔다면 우리에게 행복을 주지만 자연을 훼손하면 자연은 우리에게 저항한다. 옛 금강 청벽을 노래한 시인들은 항상 청벽의 푸른 벽과 건너에 흰 모래밭이 어우러진 곳에 학이 날고 그 학이 날아가는 것처럼 자신의 시정도 날았다고 표현했다. 지금은 학이 사라지진 곳에 건물이 서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끓어진 지 17년이 지난 충남 공주시 청벽 옛길.
▲  사람들의 발길이 끓어진 지 17년이 지난 충남 공주시 청벽 옛길. ⓒ 김종술

갈대 억새도 보인다. 강물은 탁하고 장맛비에 떠내려온 쓰레기가 간간이 눈에 띈다. 진흙더미 펄밭에는 수달, 고라니, 새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있다. 풀숲에 숨어있던 고라니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서 산으로 뛰어오른다. 

"와 고라니다"
"저놈이 (농작물) 다 뜯어 먹어서 걱정이여."

 사람들의 발길이 끓긴지 17년이 지난 충남 공주시 청벽 옛길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람들의 발길이 끓긴지 17년이 지난 충남 공주시 청벽 옛길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종술

고라니를 보고 좋아하는 참가자와 고라니 때문에 피해를 본 농민의 의견이 엇갈린다. 작은 웅덩이에 웅크리고 있던 물뱀이 스르르 사라진다. 인기척에 놀란 메뚜기도 튀어 오른다. 겉보기엔 건강한 생태계로 보였으나 실상은 4대강 사업에 망가진 모습이다. 

지역에서 참여한 한 주민은 "어릴 적에 여기에서 말조개도 잡았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내 머리만 한 정도였다. 그리고 넓은 백사장처럼 모래사장이 있었다. 여름 장맛비가 내리면 다리가 찰랑찰랑 잠길 정도였는데 4대강 준설로 모래톱은 사라지고 강바닥이 낮아지면서 물 높이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강바닥에 쌓인 펄도 (예전에는) 다 바다로 흘러갔는데 보가 생기면서 강바닥에 쌓이고 있다. 그러니 강물이 썩어서 들어가지도 못하는 곳으로 변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창석 공주문화원장은 "공주사람으로 멀리서 지나면서 아름다운 백사장과 경치만 감상해오다 오늘 청벽 길은 처음 걸었다. 멀리서 볼 때는 아름답게만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걸어보니 너무 많이 자연이 훼손되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어릴 때는 강변 모래밭에서 피라미도 잡고 물놀이도 하면서 놀았는데 강물도 탁하고 오염을 보면서 안타깝다. 가슴이 매우 아프다. 앞으로 어린 청소년들이 이런 현장을 보여주고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 3개의 보가 막히면서 새들목(하중도)로 들어가는 길목이 온통 녹조밭이다.
▲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 3개의 보가 막히면서 새들목(하중도)로 들어가는 길목이 온통 녹조밭이다. ⓒ 김종술

오전 일정을 마친 탐사대는 금강의 마지막 희망으로 불리는 새들목(하중도)로 들어갔다. 새들목은 수십 년 전부터 모래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하중도로,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43호 흰꼬리수리, 천연기념물 제323호 황조롱이, 멸종 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흰목물떼새의 서식지다. 이외에도 멸종 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참매와 매 등 20여 종의 조류 서식지다. 또, 최근에는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이 사는 흔적도 발견됐다.  

2012년 공주시는 시민 공모를 통해서 새들의 쉼터라는 뜻의 새들과 나들목의 어원인 목을 합쳐 '새들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입구부터 강물은 녹조로 덮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모래사장은 온통 잡풀들로 찌든 상태다. 생태계 교란종인 '가시박'이 아름드리 버드나무를 타고 오르면서 옛 명성이 사라지고 있었다. 

 참석자들이 가시박이 뒤덮은 새들목(하중도)에서 그나마 ‘금강의 희망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  참석자들이 가시박이 뒤덮은 새들목(하중도)에서 그나마 ‘금강의 희망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 김종술

인근에 산다는 참가자는 "지난 2009년까지 공주시민의 식수로 사용하던 물인데 더러워서 보지도 못할 지경이다. 녹조가 생기고 똥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누가 알까 두렵다. 결국, 4대강 사업이 비단강의 명성에 똥칠한 것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산악인이자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김성선 탐사대 대장이 풀숲을 헤치며 앞장서고 있다.
▲  산악인이자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김성선 탐사대 대장이 풀숲을 헤치며 앞장서고 있다. ⓒ 김종술

김성선 탐사대 대장은 "오늘이 (탐사) 7일째다. 산길만 걷다가 강길을 걸어보니 행복하다. 처음 금강을 생각했던 것보다 강의 오염이 심각하다.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망가지는 모습을 봤다면 앞으로 우리가 모두 정신 똑바로 차리고 금강 지킴이가 되어야겠다. 강과 관련하여 청소년 체험 활동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봤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금강의 옛길을 걷다 보니 낙석 구간을 지날 때면 늘 걱정했는데 오늘까지 다행히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끝나는 날까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석장리 박물관에서 공연에 나선 웅진문화회 연주자들과 함께했다.
▲  석장리 박물관에서 공연에 나선 웅진문화회 연주자들과 함께했다. ⓒ 김종술

일행들은 석장리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서경오 웅진문화회 대표는 "피아노 연주와 해금, 공주시민 배우들이 오늘 공연의 주제곡인 '엄마야 누나야 함께 살자'라는 공연을 준비했다. 모든 공연은 금강과 어울리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력을 했다. 금강의 잔잔함을 다 함께 감상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행사는 금강변의 문화·예술·인문학·역사적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 기획됐다. 올해 주제는 '금강 따라 걷는 옛길 여행'이다. 종주단과 지역별 20여 명의 탐사대원이 탐사대를 꾸려 참여했다. 소설 <금강>을 저술한 김홍정 작가, 독도 사진 작가인 이정호씨, 금강의 영상콘텐츠를 제작해온 정경욱 감독이 맡아 이번 종주를 기록한다. 

산악전문가 김성선·조수남씨가 탐사대의 안전을 책임진다. 충남문화재단은 주제에 걸맞게 금산 자연의 길 걷기, 세종 조치원 원도심 골목길 투어, 공주 유구천 지천길 걷기, 공주 원도심 투어, 강경 근대문화길 걷기 등 지역별로 주제가 있는 걷기 프로그램으로 행사를 구성했다. 탐사대는 23일 서천하구에 도착할 예정이다.

 일행들은 마지막으로 찾아간 충남 공주시 무릉동 박동진 판소리 전수관을 찾았다.
▲  일행들은 마지막으로 찾아간 충남 공주시 무릉동 박동진 판소리 전수관을 찾았다. ⓒ 김종술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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