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10709.html?_fr=mt2
MBC 부당노동행위 혐의, 어디까지 인정될까
등록 :2017-09-12 18:46 수정 :2017-09-12 20:40
고용노동부 수사 막바지, 민사 판결문·노동위 판정문 보니 최소 4건 ‘부당노동행위’ 인정돼
‘유배성’ 전보도 법원서 노동자 승소 방문진 이사 등 포함 여부 관심사
김장겸 <문화방송>사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를 받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문화방송>(MBC)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수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수사를 맡고 있는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서부지청)이 누구를 어떤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지 관심이 쏠린다. 서부지청은 지난 5일 김장겸 현 사장과 김재철 전 사장을 소환 조사한 뒤 수사를 마무리하고 송치를 위한 증거관계 검토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한겨레>가 2012년 파업 이후 문화방송 사쪽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언론노조)의 민사소송 판결, 노동위원회 판정 등을 분석해보니, 문화방송 사쪽의 ‘부당노동행위’로 이미 인정된 것만 최소 4건에 이르고, 언론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회사의 전보가 부당하다는 판결도 여러 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사 판결과 노동위원회 판정은 노조나 노동자 개인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노조법상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어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는 수사와는 다르다. 이때문에 이미 결론 난 민사 판결·노동위 판정은 고용부 수사에 있어 주요한 근거자료가 된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6월 ‘부당노동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민사 판결·노동위 판정에서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발견될 경우 근로감독·수사하라고 지침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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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활동 방해 사건】
문화방송 사쪽은 2012년 언론노조 파업 당시 ‘트로이컷’이라는 프로그램을 직원 컴퓨터에 설치해 파업일지와 노조 집행부의 조합활동 관련 개인 전자우편을 몰래 열람했다가 노조에 적발됐다. 노조는 문화방송과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해, 3심까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5월 확정된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트로이컷이 설치된 시점은 노조의 쟁의행위가 한참인 시기였고, 열람한 자료들은 쟁의행위와 관련된 내부정보, 기본적 단결을 위한 조합활동 관련 정보까지 총망라돼 있으므로, 이같은 자료가 회사쪽에 입수될 경우 당시 진행 중인 쟁의행위에 있어서 노조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노동조합 간부의 지도력과 조합원들의 조합활동이 위축되고, 단결력에 장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문화방송의 행위는 집단적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침해했고, 노조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된다”고 판단했다. ‘사용자에 의한 단결권·단체행동권 침해행위’는 노조법이 금지하는 ‘사용자의 노조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를 가리킨다.
노동위원회에서는 노조·조합원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최소 3건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됐다. 지난해 3월 언론노조 집행부 3명에게 서울 상암동 사옥 출입을 금지하고 노보 배포를 막는 등의 행위나, 2015년 9월 최기화 당시 보도국장이 노보를 뭉치째 찢어버리고 쓰레기통에 버린 뒤, 모든 기자들에게 노조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한 행위도 중노위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다. 노보 훼손사건에서 중노위는 “노보를 찢어버리는 행위 자체가 노조혐오 및 노동활동에 대한 강한 부정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혐오를 보여주는 행위는 직원들의 자유로운 노조 가입 및 제반 활동에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며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통제하고 운영에 지배·개입할 목적으로 이뤄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밖에 언론노조에 노조 전임자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시간 면제자’를 부여하지 않은 행위도 부당노동행위로 판정됐다. 지난 3월 중노위는 “사용자들이 그간동의에 따라 부여했던 근로시간 면제를 전면적으로 배제함에 있어 특별한 사정변경 사유를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노조의 교섭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부당전보로 판결한 ‘유배성’ 전보】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피디·아나운서 등을 비제작부서로 발령하는 이른바 ‘유배성 전보’도 법원은 대체로 ‘부당전보’로 판결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문화방송이 <피디수첩> 김환균·한학수 피디를 비롯해,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올린 글에서 회사를 비판했던 권성민 피디, 김범도 아나운서 등을 신사업개발센터·경인지사 등으로 발령하는 등 모두 90명이 부당전보 당했다고 주장한다. 법원은 일부 인원을 제외하고 “업무상 필요성에 비해 노동자들이 입은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전보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된 김환균·한학수 피디 사건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문화방송이 2012년 파업 이후 시용·경력기자 등 68명이 넘는 기자를 채용해 보도국 등에 근무하게 했다는 사실 등을 들어 “문화방송으로서는 이미 기자·피디로 상당한 업무경력이 있던 원고(피디·기자)들을 그대로 취재·프로그램 제작업무에 종사하게 하고, 신사업개발센터나 경인지사에서의 업무에 적합한 인원들을 신규로 채용하는 방안 또한 검토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비해 원고들을 종전 직무에서 배제해 신사업개발센터나 경인지사로 배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안이었다도 평가할 근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범도 아나운서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도 “문화방송은 신사업 개발센터에 아나운서 직무를 수행할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노동력의 적정한 배치를 위해 사전에 희망자를 물색하는 등 조처는 취하지 않았다”며 “아나운서가 필요한 업무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또는 업무능률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노동자간의 인화 등을 고려할 때 김 아나운서가 선택된 사정은 무엇인지 등도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꼬집은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법원이 ‘부당전보’라고 인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당노동행위’로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노조활동에 대한 불이익을 목적으로 전보를 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입증돼야 한다. 다만, 지난 2월23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신임 사장 후보자 면접 당시 권재홍 당시 문화방송 부사장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등의 발언을 통해 전보가 노조에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확인된다.
지난달 16일 언론노조가 공개한 면접 속기록을 보면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유의선·김광동 이사 등은 권재홍 당시 부사장을 면접하는 과정에서 언론노조 소속 기자·앵커·피디의 현업 배제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노조 조합원을) 앵커로도 안 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키고 그렇게 할 만한 여력이나 방법이 있습니까” 등이 주를 이뤘다.
이에 권 당시 부사장은 “부사장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라며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경인지사에 많이 보내놓았고” 등으로 답했다. 권재홍 당시 부사장은 특히 “<뉴스데스크> 기자 90%가 비노조원, 경력기자”라며 “검찰팀이 9명에 (언론노조 소속 기자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검찰에서 이상한 기사가 안 나오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디고 했다. 2014년 부사장으로 선임된 뒤 노조원들을 보도 부문에서 배제해온 사실을 시인한 셈이다.
고용부가 면접과정에서 이런 발언을 한 방문진 이사들을 문화방송 전·현직 경영진들과 함께 ‘피의자’로 올려놓고 수사할지도 관심사다. 부당노동행위의 행위주체가 꼭 노동자들과 고용관계를 맺어야만 하는 것은 아다. 현대차 납품사인 유성기업이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회사쪽에 가까운 제2노조를 설립해 부당노동행위로 항소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는데, 검찰은 유성기업에 ‘제2노조’ 조합원 확대를 채근한 현대자동차 임직원까지도 부당노동행위의 공범으로 봐 기소한 바 있다.
앞서,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MBC 경영진과 논의하여 이념과 성향 등으로 기자, 피디 등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했면 심각한 방송행위 개입이자 노동3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이 될 수 있다”며 “지방관서(서부지청)에서 이사회회의록 등도 분석·검토하고 있고, 이게(혐의가) 확인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MBC 부당노동행위 혐의, 어디까지 인정될까
등록 :2017-09-12 18:46 수정 :2017-09-12 20:40
고용노동부 수사 막바지, 민사 판결문·노동위 판정문 보니 최소 4건 ‘부당노동행위’ 인정돼
‘유배성’ 전보도 법원서 노동자 승소 방문진 이사 등 포함 여부 관심사
김장겸 <문화방송>사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를 받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문화방송>(MBC)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수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수사를 맡고 있는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서부지청)이 누구를 어떤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지 관심이 쏠린다. 서부지청은 지난 5일 김장겸 현 사장과 김재철 전 사장을 소환 조사한 뒤 수사를 마무리하고 송치를 위한 증거관계 검토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한겨레>가 2012년 파업 이후 문화방송 사쪽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언론노조)의 민사소송 판결, 노동위원회 판정 등을 분석해보니, 문화방송 사쪽의 ‘부당노동행위’로 이미 인정된 것만 최소 4건에 이르고, 언론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회사의 전보가 부당하다는 판결도 여러 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사 판결과 노동위원회 판정은 노조나 노동자 개인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노조법상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어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는 수사와는 다르다. 이때문에 이미 결론 난 민사 판결·노동위 판정은 고용부 수사에 있어 주요한 근거자료가 된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6월 ‘부당노동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민사 판결·노동위 판정에서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발견될 경우 근로감독·수사하라고 지침을 내린 바 있다.
*표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노조활동 방해 사건】
문화방송 사쪽은 2012년 언론노조 파업 당시 ‘트로이컷’이라는 프로그램을 직원 컴퓨터에 설치해 파업일지와 노조 집행부의 조합활동 관련 개인 전자우편을 몰래 열람했다가 노조에 적발됐다. 노조는 문화방송과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해, 3심까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5월 확정된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트로이컷이 설치된 시점은 노조의 쟁의행위가 한참인 시기였고, 열람한 자료들은 쟁의행위와 관련된 내부정보, 기본적 단결을 위한 조합활동 관련 정보까지 총망라돼 있으므로, 이같은 자료가 회사쪽에 입수될 경우 당시 진행 중인 쟁의행위에 있어서 노조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노동조합 간부의 지도력과 조합원들의 조합활동이 위축되고, 단결력에 장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문화방송의 행위는 집단적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침해했고, 노조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된다”고 판단했다. ‘사용자에 의한 단결권·단체행동권 침해행위’는 노조법이 금지하는 ‘사용자의 노조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를 가리킨다.
노동위원회에서는 노조·조합원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최소 3건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됐다. 지난해 3월 언론노조 집행부 3명에게 서울 상암동 사옥 출입을 금지하고 노보 배포를 막는 등의 행위나, 2015년 9월 최기화 당시 보도국장이 노보를 뭉치째 찢어버리고 쓰레기통에 버린 뒤, 모든 기자들에게 노조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한 행위도 중노위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다. 노보 훼손사건에서 중노위는 “노보를 찢어버리는 행위 자체가 노조혐오 및 노동활동에 대한 강한 부정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혐오를 보여주는 행위는 직원들의 자유로운 노조 가입 및 제반 활동에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며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통제하고 운영에 지배·개입할 목적으로 이뤄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밖에 언론노조에 노조 전임자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시간 면제자’를 부여하지 않은 행위도 부당노동행위로 판정됐다. 지난 3월 중노위는 “사용자들이 그간동의에 따라 부여했던 근로시간 면제를 전면적으로 배제함에 있어 특별한 사정변경 사유를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노조의 교섭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부당전보로 판결한 ‘유배성’ 전보】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피디·아나운서 등을 비제작부서로 발령하는 이른바 ‘유배성 전보’도 법원은 대체로 ‘부당전보’로 판결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문화방송이 <피디수첩> 김환균·한학수 피디를 비롯해,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올린 글에서 회사를 비판했던 권성민 피디, 김범도 아나운서 등을 신사업개발센터·경인지사 등으로 발령하는 등 모두 90명이 부당전보 당했다고 주장한다. 법원은 일부 인원을 제외하고 “업무상 필요성에 비해 노동자들이 입은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전보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된 김환균·한학수 피디 사건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문화방송이 2012년 파업 이후 시용·경력기자 등 68명이 넘는 기자를 채용해 보도국 등에 근무하게 했다는 사실 등을 들어 “문화방송으로서는 이미 기자·피디로 상당한 업무경력이 있던 원고(피디·기자)들을 그대로 취재·프로그램 제작업무에 종사하게 하고, 신사업개발센터나 경인지사에서의 업무에 적합한 인원들을 신규로 채용하는 방안 또한 검토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비해 원고들을 종전 직무에서 배제해 신사업개발센터나 경인지사로 배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안이었다도 평가할 근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범도 아나운서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도 “문화방송은 신사업 개발센터에 아나운서 직무를 수행할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노동력의 적정한 배치를 위해 사전에 희망자를 물색하는 등 조처는 취하지 않았다”며 “아나운서가 필요한 업무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또는 업무능률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노동자간의 인화 등을 고려할 때 김 아나운서가 선택된 사정은 무엇인지 등도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꼬집은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법원이 ‘부당전보’라고 인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당노동행위’로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노조활동에 대한 불이익을 목적으로 전보를 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입증돼야 한다. 다만, 지난 2월23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신임 사장 후보자 면접 당시 권재홍 당시 문화방송 부사장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등의 발언을 통해 전보가 노조에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확인된다.
지난달 16일 언론노조가 공개한 면접 속기록을 보면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유의선·김광동 이사 등은 권재홍 당시 부사장을 면접하는 과정에서 언론노조 소속 기자·앵커·피디의 현업 배제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노조 조합원을) 앵커로도 안 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키고 그렇게 할 만한 여력이나 방법이 있습니까” 등이 주를 이뤘다.
이에 권 당시 부사장은 “부사장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라며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경인지사에 많이 보내놓았고” 등으로 답했다. 권재홍 당시 부사장은 특히 “<뉴스데스크> 기자 90%가 비노조원, 경력기자”라며 “검찰팀이 9명에 (언론노조 소속 기자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검찰에서 이상한 기사가 안 나오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디고 했다. 2014년 부사장으로 선임된 뒤 노조원들을 보도 부문에서 배제해온 사실을 시인한 셈이다.
고용부가 면접과정에서 이런 발언을 한 방문진 이사들을 문화방송 전·현직 경영진들과 함께 ‘피의자’로 올려놓고 수사할지도 관심사다. 부당노동행위의 행위주체가 꼭 노동자들과 고용관계를 맺어야만 하는 것은 아다. 현대차 납품사인 유성기업이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회사쪽에 가까운 제2노조를 설립해 부당노동행위로 항소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는데, 검찰은 유성기업에 ‘제2노조’ 조합원 확대를 채근한 현대자동차 임직원까지도 부당노동행위의 공범으로 봐 기소한 바 있다.
앞서,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MBC 경영진과 논의하여 이념과 성향 등으로 기자, 피디 등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했면 심각한 방송행위 개입이자 노동3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이 될 수 있다”며 “지방관서(서부지청)에서 이사회회의록 등도 분석·검토하고 있고, 이게(혐의가) 확인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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