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검찰 채용비리 수사 너무 불성실했다” - 한겨레

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11001.html?_fr=mt2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검찰 채용비리 수사 너무 불성실했다”
등록 :2017-09-14 16:43 수정 :2017-09-14 16:56

<한겨레> 보도 뒤 첫 입장…검사출신 2014년 이후 재임
“국회의원·지역의원 등 직권남용 가능성에 수사 의뢰
중수부에 넘기려다 총선 직전이라 춘천지검에 넘겨”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한겨레> 자료사진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66)이 최흥집 전임 사장 때 발생한 대규모 신입부정 채용사건을 감사한 뒤 당초 대검찰청 중수부에 수사의뢰하려고 검토했다고 14일 밝혔다. “국회의원·공직자의 청탁을 통한 직권남용 가능성” 때문이다. 함 사장은 전직 특수부와 중수부 검사 출신으로 강원랜드 재임 당시 ‘친박 실세’로 꼽혔다.

강원랜드는 2012~13년 1·2차 신입공채로 518명을 뽑았으나 그가운데 493명이 내·외부 지시·청탁에 의해 별도관리된 합격자라고 감사를 통해 분류한 바 있다.

함 사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개인적 친분으로 몇백명이 청탁될 수는 없다. 청탁에 의한 조직적이고 원시적인 범죄로 우리 소관을 넘어 검찰에 넘겼다”고 말했다. 당시 “(외부 청탁자로) 국회 산자위 국회의원, 지역 의원 등이 거명”된 데 따른 조치다. 사실상 권성동·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등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대검 중수부 수사의뢰를 고려하다 “총선 공천 직전이라 접수 사실만으로 엄청난 사회이목을 끌고 영향을 줄 것 같아 춘천지검에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도 비판했다. “최흥집 전 사장을 불러 청탁자가 누구냐 묻는 건 기초인데, 내외부 성명불상의 다수에 의한 청탁이라고만 하니, 너무 불성실한 태도”라는 얘기다. 외부의 압력에 따른 결과로 의심하는 눈치였다. “점수조작이란 게 꼭 붙여야할 불가피한 무엇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며 “수사를 집요하게 해야했다”고 말했다.

함 사장은 “이권 사업, 비리가 인사청탁으로 비롯되기에 근절해야 한다“며 “강원랜드 차기 사장으로 일단은 정치적 목표를 가진 사람이 와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를 두 달 남겨두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겨레> 보도 뒤 강원랜드가 “미개한 범죄가 발생했다”며 사과문을 냈다.
“원래 나는 원시적 범죄라고 표현했다. 대명천지에 이게 가능한 범죄인가.”

- 수사 의뢰를 결정한 이유는 뭔가.
“상식적으로 3~4명, 뭐 10명 정도 (부정청탁, 채용)했다 그러면 사장이 개인적 친분으로 했다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개인적 친분으로 할 수 없다. 외부청탁에 의한 것이다. 처음엔 내부 감사로 끝낼까 하다 (의원 등의) 직권남용 가능성이 있어 넘기기로 했다.”

- 감사결과나 수사 의뢰 전 청탁명단 보고받았나.
“아니다. 감사실장이 보겠냐고 묻긴 했는데 보지 않았다. 외부청탁 가능성이 있으면 그때부턴 더 얘기할 게 없는 거다. 소문 수준이냐 물었더니,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해서 검찰에 넘기자 했다.”

- 의원 이름 등을 들었을 것 아닌가.
“구체적으로는 아니고, 우리가 국회 산자위 산하니까, 또 지역 의원들, 도내 의원들이 거명되었다.”

- 춘천지검에서 했는데.
“대검 중수부로 넘기려고 하다 당시 총선 직전이라 춘천지검에 수사의뢰했다. 중수부는 접수된 사실만으로 엄청난 사회적 이목을 끈다. 선거 직전 그 방식은 아닌 것 같았다.”

- 수사 결과는 기대대로였나. 사장님이 검사 때 수사해도 비슷한 결과였을까.
“내가 두 달 있으면 임기 끝나니 그때 얘기하자. 이건 말하고 싶다. 원시적 범죄, 감히 제정신으로 한 일인가 싶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어쨌건 공직자 직권남용 가능성 때문에 수사 의뢰했는데 검찰은 청탁자를 모두 ‘성명불상의 다수’라고만 했다. 이건 너무 불성실한 태도다.”

- 검찰 수사 의뢰 전후 정치권 압력은 없었나.
“아래 사람들에겐 그런 압력을 직간접적으로 가한 것 같다. 나한테는 없다. 나한테 그런 게 왔다면 어쩔 수 없다고, 당신들은 이대로 대비하라고 설득했을 거다.”

- 검찰엔 누가 압력을 가한 건가.
“그건 검찰에 물어보시라. ‘당신 검사 맞냐,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하냐’ 물으면 발끈하지 않을까.”

- 외부세력에 의해 부정청탁이 넘친 것인데 사장 바뀌었다고 끊어지나.
“노력을 많이 했다. 카지노, 호텔로 들어온 이들이 또 청탁을 이용해서 일반 사무직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처음엔 정말 사정이 있어 그런 줄 알았다. 규정으로 아예 5년내 보직 전환 금지시켰다.”

- 부정청탁 문제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먼저 국민께 죄송하다. 강원랜드 이미지 조금 바꿔간다 싶었는데, 옛날일이 불거져 이렇게 됐다. 유종의 미 대신 이런 인터뷰으로 퇴임하는 게 아쉽기도 하다. 강원랜드 사장으로서가 아니라 정치인, 검사 출신으로 (보면) 이런 공기업 하나둘이 아니다. 인사청탁은 이권 청탁, 사업비리의 시작이다. 일단 강원랜드는 정치적 목표가 있는 이가 사장으로 와선 안된다.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와서 바꿔가야 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