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_w.aspx?CNTN_CD=A0002360147
"김재철 바보"로 잘린 김어준, 울면서 전화한 김제동
[현장] MBC PD들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 증언...MB·국정원·MBC간부 고소·고발 예정
글 김윤정(cascade) 사진 권우성(kws21) 편집 김미선(iosono) 17.09.14 17:01 최종업데이트 17.09.14 18:32
▲ MBC조합원들, MB정부 국정원 'MBC장악 음모' 규탄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열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지켜본 조합원들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MBC장악 음모를 다룬 총파업 특보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가 국정원을 동원해 MBC 등을 관리했다는 내용의 일명 'MB블랙리스트'가 공개된 가운데, 언론노조 MBC본부가 내부 사례를 취합해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4일 서울 상암동 MBC 본사에서 열린 파업 11일차 집회에는 예능·드라마·라디오 부문 현업 PD들이 참석해 피해 사례를 증언했다.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시사교양PD, 예능PD, 라디오PD, 드라마PD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씨 관련 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권우성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시사교양PD, 예능PD, 라디오PD, 드라마PD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씨 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권우성
<오마이텐트> 편성 불발... "제목이 '오마이뉴스' 같잖아"
방송인 김제동 관련, 국정원이 <환상의 짝꿍> MC 교체는 물론, 프로그램 폐지에까지 관여했다는 문건이 공개됐다. 김제동을 메인MC로 파일럿 예능 <오마이텐트>를 제작한 조준묵 PD는 "2009년 캠핑 문화가 시작됐고, 캠핑 가서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처음부터 등산을 좋아하는 김제동을 MC로 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김제동은 KBS 방송대상도 받고, 이런 저런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었기 때문에 섭외가 쉽지 않았다. 조준묵 PD는 수차례 설득한 끝에 김제동을 캐스팅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당시 편성국장이었던 안광한 전 MBC 사장이 '시류를 잘 읽은 기획이다', '김제동을 어떻게 데려왔나', '어떻게 이렇게 좋은 기획을 했느냐'며 칭찬도 했었다고.
하지만 <오마이텐트> 첫 방송을 앞두고, 김제동은 갑자기 KBS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했고, 촬영 하루 전 KBS <해피투게더>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석연찮기는 했지만, 김제동이나 조준묵 PD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조 PD는 오히려 이 같은 논란 때문에 <오마이텐트>에는 관심이 몰릴 것이다, 잘 될 거다, 라는 말로 김제동을 다독였다고 했다. 조 PD의 예상대로 <오마이텐트>는 1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당시 파일럿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정규 편성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튿날부터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협찬 요청이 쇄도했다. 하지만 이후, <오마이텐트>는 '기획이 모호하고 불투명하다', '높은 시청률은 주변 환경덕이었다', 심지어 '<오마이텐트>라는 제목이 <오마이뉴스>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정규 편성에서 제외됐다.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열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준묵 시사교양PD가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조준묵 PD는 "당시에는 외부 인터뷰 자제하고 조용히 있으면 다음 개편쯤에는 편성될 거라고 했다. 그래서 당시에 그렇게 움츠러들어 있었는데, 2010년 봄, 본부장이된 안광환이 부장에게 국제 시사프로그램 <더블유(W)>와 <오마이텐트>를 맞바꾸라고 했다. 그럴 수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조 PD는 "그때만 해도 다들 눈치를 보고 부끄러움을 알 때라, 아무도 '김제동'이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2010년 가을 쯤, '제목 바꾸고 MC 바꾸면 어때?'라는 제안이 왔다. 하지만 김제동이나 <오마이텐트>라는 제목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제동은 조준묵 PD에게 양해를 구한 뒤, SBS로 가 비슷한 포맷의 <힐링캠프> MC가 됐다.
조준묵 PD는 "며칠 전 국정원 문건이 공개된 뒤, 김제동이 내게 전화해 많이 울었다. 당시 내게는 말을 안 했는데, 당시 소속사 대표와 청와대 관계자가 통화했는데 '입장 바꿔 너 같으면 시키겠느냐'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너목들> <미생> <힐링캠프>... MBC 방송될 뻔한 프로그램들
<힐링캠프> 외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MBC에서 편성 받지 못해 타 방송사로 가 대박을 터트린 작품들은 또 있다. 김민식 PD가 박혜련 작가와 기획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김민식 PD가 2012년 노조 집행부였다는 이유로 편성받지 못했고, SBS로 가서 대박을 터트렸다. 또, 김 PD는 윤태호 작가와 웹툰 <미생>의 드라마화를 논의한 뒤 판권 확보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미생>은 tvN에서 드라마화했다. 2016년 총선준비기획단은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의 토론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김장겸 현 MBC 사장(당시 보도본부장)은 '유시민과 전원책은 안 된다'고 잘랐다. 이때는 두 사람이 모두 JTBC <썰전>에 출연하기 전이었다. 김장겸 사장이 이들 대신 추천한 인사는 정규재였다.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열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행호 예능본부PD가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도 지속적인 개입 시도가 있었다. 최행호 예능 PD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MBC 경영진을 통해 <무한도전>에서 '창조경제' 관련 아이템을 다뤄달라면서, 김태호 PD 등과 청와대에서 만나 협의하자는 요구가 있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김태호 PD가 '적절하지 않다'고 거절하자, 담당 부장을 광화문 창조경제 홍보관으로 불러 만나는 등 1년 넘게 요구했다고 한다. <무한도전>은 MBC 내부에서도 함부로 터치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인 탓에 그나마 억압을 버텨냈지만,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견뎌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언론노조 MBC본부는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의 조카인 배우 이하늬와 2012년 파업에 적극 참여한 오상진 전 MBC 아나운서, '친 노무현' 인사인 배우 문성근의 MBC 출연을 방해했고, <복면가왕> 고정 패널이었던 작곡가 김형석 하차의 중심에도 모두 MBC 경영진의 방해 공작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드라마 <퐁당퐁당 러브>의 세월호 추모 장면 검열, 드라마 <앵그리맘>의 대형 재난 묘사 중 정부 비판 대사의 수위를 낮추라는 지시사항, 파일럿 예능 <해피피라미드333>에서 안산이 고향인 배구선수 김연경의 세월호 분향소 방문 장면 삭제 요구 등 세월호·촛불에 대한 금기도 적용됐다.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시사교양PD, 예능PD, 라디오PD, 드라마PD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인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권우성
김미화·김어준의 증언 "김재철 사장 바보 같다 했다가..."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방송인 김미화와 시사평론가 김어준도 이날 기자회견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자신들이 기억하는 탄압 사례를 증언했다.
당시 동시간대 청취율 1위는 물론, 광고까지 완판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였던 김미화는 "새로 온 라디오 본부장이 내게는 분명 '파이팅 하자. 열심히 하시라'고 하고는, 뒤에서는 '그만 두라'고 했다더라. 그러다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김재철 (당시) 사장이 'MBC 다른 프로그램 많으니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보내주겠다'며 하차를 종용했다. 결국 비참하게 쫓겨나느니, 내 스스로 당당하게 내려가자는 마음에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열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재희 라디오국PD가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이와 관련 한재희 라디오 PD는 "국정원 문건을 보면 2010년에 작성된 '특정 연예인 진행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유도', 같은 해 4월 '좌파 연예인 활동 실태' 등의 보고서가 나오는데, 김미화 퇴출 시도는 2008년, 2009년에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때는 보도국 내에서 신경민 앵커 퇴출 압력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기자들의 투쟁이 벌어지고 었을 때였다. 라디오 PD들 역시 김미화 퇴출을 막기 위해 제작 거부 투쟁을 벌였고, 결국 당시엔 신경민 앵커만 경질되는 선에서 수습됐다.
라디오 프로그램 <색다른 상담소>를 진행하다 5개월 만에 하차한 김어준은 "5년 전 일인데도 생생하게 떠오른다"면서 영상 증언을 보탰다. 김어준에 따르면, 방송 첫 주에 출연한 한 교수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자 본부장이 달려와 '절대 정치적 내용을 다뤄선 안 된다'고 했으며, 해당 교수는 더 이상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었다. '<색다른 상담소>는 반드시 녹음을 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한다. 김어준은 "내가 생방송 중 떠들어 댈까봐 그리 요구한 것"이라며 실소했다.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시사교양PD, 예능PD, 라디오PD, 드라마PD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던 '색다른 상담소'를 진행한 방송인 김어준씨 인터뷰 영상이 소개되고 있다.ⓒ 권우성
또, 김어준이 PD연합회 행사 사회를 보던 도중 PD들을 향해 '김인규(당시 KBS 사장)와 김재철(당시 MBC 사장) 중 누가 더 바보냐'는 농담을 했는데, 며칠 뒤 이 사실을 안 MBC 간부들이 김재철 사장에게 사과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했다고 한다. 김어준은 "MBC 프로그램을 통해 말한 것도 아니고, 나는 MBC 직원도 아니다. 자연인으로서 정치적 의사 표현했을 뿐이다. 그게 사규에 어긋나면 나를 잘라라. 하지만 사과는 않겠다고 거절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며칠 뒤 '반드시 사과해 달라'는 요구가 다시 있었고, 김어준은 "그럴 생각도 없고, 난 실제로 김재철 사장이 바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며칠 뒤 담당 PD는 아무런 예고 없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고, 김어준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김철영 편성제작부위원장은 "'블랙리스트 연예인이 방송 출연 많이 하던데?', 혹은 '그래서 세월호 관련 방송이 다 못 나간 건 아니지 않나?' 라는 반응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작동 원리는 이렇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10번의 출연 기회가 있었을 연예인의 기회가 1~2번으로 줄고, 해당 연예인을 쓰기 위해 담당 연출자가 매번 보직자와 갈등을 벌여야 한다면, 당연히 연예인 스스로나 담당 PD 모두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위안부를 다룬 횟수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다뤘는지, 공정한 방식이었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MB정부 국정원 'MBC장악 음모' 기사 살펴보는 조합원들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는 가운데, 조합원들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MBC장악 음모를 다룬 총파업 특보를 살펴보고 있다.ⓒ 권우성
"이명박·원세훈·MBC 경영진 모두 법적 조치할 것"
김연국 본부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문건과 관련해 현재 참여연대에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노조는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문성근, 김미화, 김제동씨 등에게 공동 대응 의사를 타진 중"이라고 알렸다. 이들의 법적 대응 대상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그리고 이를 실행한 MBC의 경영진 등이 모두 포함된다. 김 본부장은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방송법 위반, 형법상 업무 방해 등에 해당되는 혐의에 대해 모두 고소·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국 본부장은 무엇보다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문건 내용을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건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기밀로 보호될 가치가 없다. 언론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기밀 해제 되어야 한다"면서 빠르면 오늘(14일) 중으로 기밀 해체 및 문건 공개(제공) 요구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문건의 내용이 실제 MBC 내부에서 얼마나, 어떻게 실행됐는지를 파악하려면 담당 PD를 비롯한 MBC 구성원들의 확인이 필수적이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나 검찰 측에서 문건 공개 없이 도움을 요청한다면 협조할 생각인지 물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사측은 이 사안에 대해 진상 조사할 의지도 자격도 없다. MBC 안에서 이 문제를 조사할 수 있는 유일한 공적 주체는 노동조합 뿐"이라면서 "그 자료를 우리가 받아서 내부 검토를 하고, 자체 진상 조사를 하는 게 우선이다. 적극 협조하기 위해서라도 문건의 공개, 혹은 제공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김재철 바보"로 잘린 김어준, 울면서 전화한 김제동
[현장] MBC PD들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 증언...MB·국정원·MBC간부 고소·고발 예정
글 김윤정(cascade) 사진 권우성(kws21) 편집 김미선(iosono) 17.09.14 17:01 최종업데이트 17.09.14 18:32
▲ MBC조합원들, MB정부 국정원 'MBC장악 음모' 규탄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열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지켜본 조합원들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MBC장악 음모를 다룬 총파업 특보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가 국정원을 동원해 MBC 등을 관리했다는 내용의 일명 'MB블랙리스트'가 공개된 가운데, 언론노조 MBC본부가 내부 사례를 취합해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4일 서울 상암동 MBC 본사에서 열린 파업 11일차 집회에는 예능·드라마·라디오 부문 현업 PD들이 참석해 피해 사례를 증언했다.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시사교양PD, 예능PD, 라디오PD, 드라마PD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씨 관련 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권우성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시사교양PD, 예능PD, 라디오PD, 드라마PD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씨 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권우성
<오마이텐트> 편성 불발... "제목이 '오마이뉴스' 같잖아"
방송인 김제동 관련, 국정원이 <환상의 짝꿍> MC 교체는 물론, 프로그램 폐지에까지 관여했다는 문건이 공개됐다. 김제동을 메인MC로 파일럿 예능 <오마이텐트>를 제작한 조준묵 PD는 "2009년 캠핑 문화가 시작됐고, 캠핑 가서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처음부터 등산을 좋아하는 김제동을 MC로 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김제동은 KBS 방송대상도 받고, 이런 저런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었기 때문에 섭외가 쉽지 않았다. 조준묵 PD는 수차례 설득한 끝에 김제동을 캐스팅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당시 편성국장이었던 안광한 전 MBC 사장이 '시류를 잘 읽은 기획이다', '김제동을 어떻게 데려왔나', '어떻게 이렇게 좋은 기획을 했느냐'며 칭찬도 했었다고.
하지만 <오마이텐트> 첫 방송을 앞두고, 김제동은 갑자기 KBS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했고, 촬영 하루 전 KBS <해피투게더>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석연찮기는 했지만, 김제동이나 조준묵 PD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조 PD는 오히려 이 같은 논란 때문에 <오마이텐트>에는 관심이 몰릴 것이다, 잘 될 거다, 라는 말로 김제동을 다독였다고 했다. 조 PD의 예상대로 <오마이텐트>는 1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당시 파일럿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정규 편성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튿날부터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협찬 요청이 쇄도했다. 하지만 이후, <오마이텐트>는 '기획이 모호하고 불투명하다', '높은 시청률은 주변 환경덕이었다', 심지어 '<오마이텐트>라는 제목이 <오마이뉴스>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정규 편성에서 제외됐다.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열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준묵 시사교양PD가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조준묵 PD는 "당시에는 외부 인터뷰 자제하고 조용히 있으면 다음 개편쯤에는 편성될 거라고 했다. 그래서 당시에 그렇게 움츠러들어 있었는데, 2010년 봄, 본부장이된 안광환이 부장에게 국제 시사프로그램 <더블유(W)>와 <오마이텐트>를 맞바꾸라고 했다. 그럴 수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조 PD는 "그때만 해도 다들 눈치를 보고 부끄러움을 알 때라, 아무도 '김제동'이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2010년 가을 쯤, '제목 바꾸고 MC 바꾸면 어때?'라는 제안이 왔다. 하지만 김제동이나 <오마이텐트>라는 제목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제동은 조준묵 PD에게 양해를 구한 뒤, SBS로 가 비슷한 포맷의 <힐링캠프> MC가 됐다.
조준묵 PD는 "며칠 전 국정원 문건이 공개된 뒤, 김제동이 내게 전화해 많이 울었다. 당시 내게는 말을 안 했는데, 당시 소속사 대표와 청와대 관계자가 통화했는데 '입장 바꿔 너 같으면 시키겠느냐'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너목들> <미생> <힐링캠프>... MBC 방송될 뻔한 프로그램들
<힐링캠프> 외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MBC에서 편성 받지 못해 타 방송사로 가 대박을 터트린 작품들은 또 있다. 김민식 PD가 박혜련 작가와 기획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김민식 PD가 2012년 노조 집행부였다는 이유로 편성받지 못했고, SBS로 가서 대박을 터트렸다. 또, 김 PD는 윤태호 작가와 웹툰 <미생>의 드라마화를 논의한 뒤 판권 확보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미생>은 tvN에서 드라마화했다. 2016년 총선준비기획단은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의 토론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김장겸 현 MBC 사장(당시 보도본부장)은 '유시민과 전원책은 안 된다'고 잘랐다. 이때는 두 사람이 모두 JTBC <썰전>에 출연하기 전이었다. 김장겸 사장이 이들 대신 추천한 인사는 정규재였다.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열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행호 예능본부PD가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도 지속적인 개입 시도가 있었다. 최행호 예능 PD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MBC 경영진을 통해 <무한도전>에서 '창조경제' 관련 아이템을 다뤄달라면서, 김태호 PD 등과 청와대에서 만나 협의하자는 요구가 있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김태호 PD가 '적절하지 않다'고 거절하자, 담당 부장을 광화문 창조경제 홍보관으로 불러 만나는 등 1년 넘게 요구했다고 한다. <무한도전>은 MBC 내부에서도 함부로 터치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인 탓에 그나마 억압을 버텨냈지만,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견뎌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언론노조 MBC본부는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의 조카인 배우 이하늬와 2012년 파업에 적극 참여한 오상진 전 MBC 아나운서, '친 노무현' 인사인 배우 문성근의 MBC 출연을 방해했고, <복면가왕> 고정 패널이었던 작곡가 김형석 하차의 중심에도 모두 MBC 경영진의 방해 공작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드라마 <퐁당퐁당 러브>의 세월호 추모 장면 검열, 드라마 <앵그리맘>의 대형 재난 묘사 중 정부 비판 대사의 수위를 낮추라는 지시사항, 파일럿 예능 <해피피라미드333>에서 안산이 고향인 배구선수 김연경의 세월호 분향소 방문 장면 삭제 요구 등 세월호·촛불에 대한 금기도 적용됐다.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시사교양PD, 예능PD, 라디오PD, 드라마PD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인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권우성
김미화·김어준의 증언 "김재철 사장 바보 같다 했다가..."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방송인 김미화와 시사평론가 김어준도 이날 기자회견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자신들이 기억하는 탄압 사례를 증언했다.
당시 동시간대 청취율 1위는 물론, 광고까지 완판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였던 김미화는 "새로 온 라디오 본부장이 내게는 분명 '파이팅 하자. 열심히 하시라'고 하고는, 뒤에서는 '그만 두라'고 했다더라. 그러다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김재철 (당시) 사장이 'MBC 다른 프로그램 많으니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보내주겠다'며 하차를 종용했다. 결국 비참하게 쫓겨나느니, 내 스스로 당당하게 내려가자는 마음에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열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재희 라디오국PD가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이와 관련 한재희 라디오 PD는 "국정원 문건을 보면 2010년에 작성된 '특정 연예인 진행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유도', 같은 해 4월 '좌파 연예인 활동 실태' 등의 보고서가 나오는데, 김미화 퇴출 시도는 2008년, 2009년에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때는 보도국 내에서 신경민 앵커 퇴출 압력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기자들의 투쟁이 벌어지고 었을 때였다. 라디오 PD들 역시 김미화 퇴출을 막기 위해 제작 거부 투쟁을 벌였고, 결국 당시엔 신경민 앵커만 경질되는 선에서 수습됐다.
라디오 프로그램 <색다른 상담소>를 진행하다 5개월 만에 하차한 김어준은 "5년 전 일인데도 생생하게 떠오른다"면서 영상 증언을 보탰다. 김어준에 따르면, 방송 첫 주에 출연한 한 교수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자 본부장이 달려와 '절대 정치적 내용을 다뤄선 안 된다'고 했으며, 해당 교수는 더 이상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었다. '<색다른 상담소>는 반드시 녹음을 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한다. 김어준은 "내가 생방송 중 떠들어 댈까봐 그리 요구한 것"이라며 실소했다.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시사교양PD, 예능PD, 라디오PD, 드라마PD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던 '색다른 상담소'를 진행한 방송인 김어준씨 인터뷰 영상이 소개되고 있다.ⓒ 권우성
또, 김어준이 PD연합회 행사 사회를 보던 도중 PD들을 향해 '김인규(당시 KBS 사장)와 김재철(당시 MBC 사장) 중 누가 더 바보냐'는 농담을 했는데, 며칠 뒤 이 사실을 안 MBC 간부들이 김재철 사장에게 사과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했다고 한다. 김어준은 "MBC 프로그램을 통해 말한 것도 아니고, 나는 MBC 직원도 아니다. 자연인으로서 정치적 의사 표현했을 뿐이다. 그게 사규에 어긋나면 나를 잘라라. 하지만 사과는 않겠다고 거절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며칠 뒤 '반드시 사과해 달라'는 요구가 다시 있었고, 김어준은 "그럴 생각도 없고, 난 실제로 김재철 사장이 바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며칠 뒤 담당 PD는 아무런 예고 없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고, 김어준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김철영 편성제작부위원장은 "'블랙리스트 연예인이 방송 출연 많이 하던데?', 혹은 '그래서 세월호 관련 방송이 다 못 나간 건 아니지 않나?' 라는 반응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작동 원리는 이렇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10번의 출연 기회가 있었을 연예인의 기회가 1~2번으로 줄고, 해당 연예인을 쓰기 위해 담당 연출자가 매번 보직자와 갈등을 벌여야 한다면, 당연히 연예인 스스로나 담당 PD 모두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위안부를 다룬 횟수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다뤘는지, 공정한 방식이었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MB정부 국정원 'MBC장악 음모' 기사 살펴보는 조합원들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는 가운데, 조합원들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MBC장악 음모를 다룬 총파업 특보를 살펴보고 있다.ⓒ 권우성
"이명박·원세훈·MBC 경영진 모두 법적 조치할 것"
김연국 본부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문건과 관련해 현재 참여연대에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노조는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문성근, 김미화, 김제동씨 등에게 공동 대응 의사를 타진 중"이라고 알렸다. 이들의 법적 대응 대상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그리고 이를 실행한 MBC의 경영진 등이 모두 포함된다. 김 본부장은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방송법 위반, 형법상 업무 방해 등에 해당되는 혐의에 대해 모두 고소·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국 본부장은 무엇보다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문건 내용을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건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기밀로 보호될 가치가 없다. 언론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기밀 해제 되어야 한다"면서 빠르면 오늘(14일) 중으로 기밀 해체 및 문건 공개(제공) 요구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문건의 내용이 실제 MBC 내부에서 얼마나, 어떻게 실행됐는지를 파악하려면 담당 PD를 비롯한 MBC 구성원들의 확인이 필수적이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나 검찰 측에서 문건 공개 없이 도움을 요청한다면 협조할 생각인지 물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사측은 이 사안에 대해 진상 조사할 의지도 자격도 없다. MBC 안에서 이 문제를 조사할 수 있는 유일한 공적 주체는 노동조합 뿐"이라면서 "그 자료를 우리가 받아서 내부 검토를 하고, 자체 진상 조사를 하는 게 우선이다. 적극 협조하기 위해서라도 문건의 공개, 혹은 제공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진우의 김성주 비난, 노동법으로 따져보니 - 오마이뉴스 (0) | 2017.09.15 |
---|---|
[단독] 국정원의 ‘법정 위증’…3년만의 재수사로 ‘탄로’ - 한겨레 (0) | 2017.09.15 |
박근혜 정부, <무한도전>도 괴롭혀... 김태호라 버텼다 - 오마이뉴스 (0) | 2017.09.14 |
검찰, '5·18 헬기 조종사' 신원 확보..'헬기 사격' 규명될까 - JTBC (0) | 2017.09.14 |
[앵커브리핑] '국정원의 콜라보레이션..그리고 콜라보라시옹' - JTBC (0) | 2017.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