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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무한도전>도 괴롭혀... 김태호라 버텼다
"창조경제 다뤄라, 청와대에서 논의하자" 1년간 압박... 김태호 PD "적절하지 않다" 거절
김윤정(cascade) 17.09.14 19:05 최종업데이트 17.09.14 21:04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시사교양PD, 예능PD, 라디오PD, 드라마PD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시사교양PD, 예능PD, 라디오PD, 드라마PD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권우성

MBC조합원들, MB정부 국정원 'MBC장악 음모' 규탄 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열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지켜본 조합원들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MBC장악 음모를 다룬 총파업 특보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MBC조합원들, MB정부 국정원 'MBC장악 음모' 규탄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열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지켜본 조합원들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MBC장악 음모를 다룬 총파업 특보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언론노조 MBC본부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MBC 경영진을 통해 <무한도전>에 '창조경제'를 홍보하는 내용을 다루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14일 서울 상암동 MBC본사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 차 집회는 국정원의 MBC 장악 사례 폭로 기자회견이었다. 이전 정권이 전방위적으로 MBC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한 내용이 폭로된 가운데, 언론노조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 내용이다.  

이날 예능 부문 사례 증언을 위해 참석한 최행호 PD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MBC 경영진을 통해 <무한도전>에서 '창조 경제' 관련 아이템을 다뤄달라면서, 김태호 PD 등과 청와대에서 만나 협의하자는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김태호 PD는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말했다.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는 각종 상품은 물론, 지자체와 정부 기관의 PPL 요구가 줄을 잇는다. '창조 경제'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이기는 하지만, 그저 아이템 제안을 한 정도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담당 PD의 거절 이후로도 약 1년여간 집요하게 요구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김태호 피디와 <무한도전>은 시즌제를 원한다. MBC는 <무한도전>에 왜 자유를 주지 않는 걸까?
▲<무한도전> 김태호 PDⓒ MBC

청와대는 김태호 PD 등 제작진과 청와대에서 만나 관련 내용을 협의하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태호 PD 대신 <무한도전> 담당 국장인 전진수 PD가 광화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MBC 내에서 <무한도전>의 지위는 특별하다.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고, 수익 등에서 여타 프로그램 보다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때문에 경영진도 <무한도전>만큼은 함부로 터치하지 못했고, 그 덕에 억압을 버텨낼 수 있었다고. 14일 발행된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특보에는 "어차피 그들도(경영진) <무한도전>은 함부로 못 해서인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억압은 덜했던 것 같다"는 담당 국장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유시민 작가는 2016년 11월, 뒤늦게 공부에 빠진 어른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MBC 스페셜 <공부중독>에 출연했다. 정치와 무관한 내용이었고, 시청자들의 호평도 이어졌지만, 방송 뒤 김현종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은 '문제 인사를 걸러내지 못했다'며 제작진을 타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란다 쑈> 제작진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칼럼을 쓰고 있다'는 이유로 출연자인 서민 교수를 하차시키라는 압박에 '정치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며 버텼지만, 결국 하차시킬 수밖에 없었다. <듀엣가요제> 담당 PD는 윤도현을 MC 후보로 올렸다가 당시 예능 본부장의 반대로 섭외할 수 없었다. <복면가왕>에 출연하던 스타 작곡가 김형석의 하차 배경에도 그의 문재인 지지 발언과 더불어민주당 총선 로고송 제작 등 정치적 행보가 있었다. 결국 '김태호 PD와 <무한도전>'이라는 특수한 조건이 아니었다면 버텨내기 어려운 압박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MBC <무한도전>.
▲MBC <무한도전>.ⓒ MBC

언론노조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공영방송 MBC에 가해진 수많은 탄압과 간섭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국가 정보기관이 동원돼 군사작전처럼 실행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면서 "청와대가 기획하고 국정원이 연출한 이 군사작전은 MBC 안에서 누군가가 이 작전을 지시받고 실행하지 않았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원의 문건과 블랙리스트는 그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노동조합과 MBC 구성원들은 지난 9년 철저하게 무너진 원인이 무엇인지, 종이 쪼가리가 MBC를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망칠 수 있게 만든 우리 내부의 약점은 무엇이었는지, 내부에서 철저하게 성찰하고 반성하겠다"면서 "다시는 이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와 내부의 문제들도 밑바닥부터 철저하게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김연국 본부장은 "노동조합과 MBC 구성원들은 블랙리스트의 직접적 피해 대상이 된 연예인들과 현재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물론이고, MBC 내부 부역 행위자들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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