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77905&PAGE_CD=N0120

2012년, 론스타와 진짜 한판 승부를 해봅시다
속속 드러난 론스타의 실체와 감독당국의 시인... "싸움은 계속됩니다"
12.01.02 09:26 ㅣ최종 업데이트 12.01.02 09:26  전성인 (news)

▲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위해 국회 당 대표실로 향하며 론스타 특혜의혹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외환은행 노조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 남소연
 
2011년도 어느덧 저물고 2012년이 왔다. 필자에게 2011년은 '론스타와의 한판 승부'로 기억될 듯하다. 돌이켜 생각하면 참으로 먼 길을 왔다. 2007년 3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문제를 처음 제기했을 때는 심지어 은행법에 정통했던 주위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에도 열 번이 넘는 장문의 이메일이 필요했다. 이제는 이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금융주력자 문제가 쟁점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런 진전은 쉽게 얻어진 것도, 필자만의 노력에 의한 것도 아니다. 아래는 2011년 3월의 암담하던 상황에서 연말의 금감원 국회 보고에 이르기까지 론스타 사건과 관련해서 일어났던 중요한 전환점들을 정리한 것이다. 또 12월 들어 추가로 세상에 나온 경제개혁연대의 정보공개청구자료와 금감원의 국회 보고 문건의 의미를 점검해 보기로 한다.
 
2011년 론스타를 둘러싸고 터져 나온 새 증거들
 
2011년 3월만 해도 비금융주력자 문제를 파헤치던 많은 기자들은 이 문제가 지니는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지레 포기하기 십상이었다. "비금융주력자라는 증거가 정말 나오겠느냐?" "설사 비금융주력자인들 이제 어쩌겠느냐?" 이런 반응들이 가장 전형적인 반응이었다.
 
그런데 기적처럼 여기저기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진실과 증거가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2011년 3월에는 수많은 국내외 특수관계인 회사들이 누락된 것이 드러났고, 4월에는 ABN AMRO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5월에는 일본의 골프장 관리회사인 PGM이 터졌다. 이것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불법과 탈법으로 인수한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산업자본 증거였다. 그리고 너무나 명백해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증거였다.(이 보도는 KBS 특종이었다. 그러나 해당 기자에게 그 사실을 전해 준 "커튼 뒤의 인물"은 따로 있었다. 필자는 나중에 론스타 문제가 다 끝난 뒤 그 인물을 역사를 위해 공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때부터 론스타 문제는 완전히 그 방향을 전환했다. 론스타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외국자본의 먹튀"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은행법과 감독체계를 유린하는 "산업자본"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8년이 지난 후 그리고 필자가 산업자본 문제를 제기한 지 4년이 지난 후, 비로소 "시작이 끝나고 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서 자료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먼지에 파묻혀있던 변양호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이 조금씩 햇빛 속으로 나오고, 그 과정에서 론스타의 산업자본 문제는 이미 외환은행 인수 당시부터 심각한 문제였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다양한 법률적 검토를 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론스타에 대한 금감원 차원의 산업자본 심사는 전혀 없었고, 관련 서류는 사실상 금감위가 주도적으로 작성했었다는 점도 밝혀졌다. 거기에 더해 산업자본이 아니라는 유일한 증거로 감독당국이 제시했던 삼정의 확인서가 사실상 아무런 증거능력이 없는 휴지에 불과하다는 점도 보도되었다. 물론 이 사이에 국회 정무위에서는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이 론스타가 엉터리로 승인받은 것도 모자라서 승인 이후 계약종결 직전에 투자자를 또 다시 바꿔치기 했다는 사실도 제기했다.
 
론스타가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임을 증명하는 증거들도 속속 확보되었다. 특히 괄목할 만한 진전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당시에 관한 자료들이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세상에는 아직 론스타의 본색에 대한 자료들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이 인터넷과 외국의 감독당국이었다. 우리나라 감독당국이 엉터리 감독을 하고 법정투쟁에서 승소하지 않는 한 관련 자료를 볼 수 없도록 감추는 것과는 달리, 외국은 제대로 감독도 하고 관련 자료도 다 인터넷에 공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론스타 펀드 3호와 4호가 동일인이라는 증거도 나왔고, 론스타가 자산 기준이나 자본 기준 모두의 측면에서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당시에도 이미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였다는 사실도 명백하게 입증되었다. (이 사실은 참여연대가 12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세상에 공개했다.)
 
12월에 찾아온 산타클로스의 선물들
 
12월이 되면서 두 가지 추가 자료가 세상에 나왔다. 하나는 론스타의 승인심사 과정 및 2006년 상반기까지의 동태적 적격성 심사 자료의 공개를 두고 경제개혁연대가 금융감독당국과 4년 동안의 법정 투쟁 끝에 승소하여 이들 자료가 공개된 것이었다. (이 자료는 12월 15일 경제개혁연대에 도착했고, 그 다음주에는 역시 동일한 자료의 공개를 청구한 우제창, 임영호 의원실에도 도착했다.) 
 
또 다른 하나는 지난 12월 26일에 금융감독원이 론스타에 대한 산업자본 의혹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담은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확인 진행경과 보고>라는 자료를 국회 정무위에 보고한 것이다. 이 자료는 그 내용이 옳건 그르건 간에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에 대한 감독당국의 판단을 담은 최초의 공식적인 문건이다.
 
경제개혁연대의 자료는 서류 높이가 약 30cm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방대한 자료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론스타 문제와 관련하여 핵심적인 자료로 볼 수 있는 것은 몇 개로 압축된다. 
 
승인 신청 당시 제출했던 엉터리 대차대조표 3개, 론스타가 신고시에 포함시켰으나 감독당국이 누락시킨 휴드코 파트너스IV 코리아 엘피(HudCo Partners IV Korea, LP)의 존재, 그리고 유일하게 해외 특수관계인 회사 전체의 제대로 된 대차대조표가 포함되어 있는 2005년 하반기의 심사자료, 그리고 투자자 바꿔치기가 반영된 투자구조도가 포함되어 있는 2005년 하반기 및 2006년 상반기의 심사자료 등은 모두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료들이다.
 
▲ 삼정회계법인의 론스타 영문확인서 가운데 서명부분 발췌. ⓒ 전성인
 
이 중 엉터리 대차대조표의 문제는 MBC가 보도했고, 감독 당국이 누락시킨 휴드코 파트너스(HudCo Partners)의 문제는 경제개혁연대가 보도자료를 통해 거론했다. 그러나 2005년과 2006년의 동태적 적격성 심사 자료에 대한 분석은 아직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문제는 아마도 내년으로 넘어가게 될 것 같다.
 
12월 26일에 금감원이 보고한 론스타의 산업자본 해당 여부에 대한 <진행경과 보고> 자료는,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고 론스타의 논리를 전파하는 잘못된 문제의식과 왜곡된 논리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자료를 해석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별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자료는 두 가지 점에서 매우 귀중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는 삼정의 확인서에 대한 내용이다. 시중에 공개된 삼정의 확인서는 필자가 본지의 독자들에게 지난 11월 중순에 보고했던 '외환은행 해법 제3탄'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 글에서 필자는 2003년과 2010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삼정의 확인서 2개의 서명을 공개하고 이 서명들이 7년의 세월이라는 간극에도 육안으로 볼 때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이번 금감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 확인서의 원본을 보관하고 있으며, 이 두 확인서에 서명한 사람은 서로 다른 실제 담당자였다고 되어 있다. 이에 더하여 권혁세 금감원장은 12월 26일의 정무위에서 두 개 확인서의 서명이 유사한 이유를 묻는 이범래 의원의 질의에 대해 "(실제 담당자가 서로 달랐음에도) 법무법인이 제출하면서 (제대로 하지 못하고) 최초 제출 서류와 동일한 서명을 한 것이 아닌가"라는 알 듯 말 듯한 답변을 하였다. 
 
이 말의 뜻이 시중에 공개된 확인서와 감독원의 원본이 다르다는 것인지, 아니면 나중 서류의 서명자가 서명을 하는 과정에서 최초 승인 서류의 서명과 동일하게 서명을 조작했다는 뜻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소명을 통해 그 진상이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금감원이 준 최고의 선물... "론스타는 산업자본"
 
그러나 금감원이 우리들에게 준 2011년 최고의 선물은 일본의 골프장 관리회사인 PGM에 대한 감독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PGM 및 그 특수관계인을 감안할 때 론스타는 은행법상의 비금융주력자 요건에 해당하지만 몇 가지 가당치 않은 이유를 대면서 이를 이유로 어떤 행정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피상적으로만 보면 감독원은 그 동안에 필자나 각종 시민단체가 주장했던 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게 어째서 2011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은 이 문건이 감독당국이 "2010년 말 현재 론스타가 우리나라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 요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최초의 공식적인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금감위나 금감원은 해외 자료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론스타를 비금융주력자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유지해 왔다. 그런데 금감원이 이 문건에서 이제까지의 입장을 바꿔서 "론스타는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것이다.
 
▲ 금융감독원이 올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확인 진행경과 보고>자료 일부. ⓒ 금감원
 
물론 금감원은 그렇다고 해서 어떤 행정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행정조치를 취하고 말고는 민간 기구인 금감원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합의제 행정기구인 금융위가 결정할 문제다. 금감원의 역할은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을 통해 론스타가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 요건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을 심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심사의 결과는 론스타가 산업자본 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어떤 행정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앞으로 금융위가 결정하면 그만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금융감독당국의 행정처분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금융주력자 여부는 은행법이 규정한 비금융주력자 요건에 해당하는가 여부에만 의존한다. 이 요건에 해당하면 그 누가 무슨 말을 하건, 또는 하지 않건 요건 해당자는 그날로 비금융주력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론스타가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 요건에 해당한다"는 말은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가 되었다"는 말과 완전히 동등한 것이다. 감독당국은 이것을 판정하거나 부인할 권한이 없다. 감독당국은 다만 비금융주력자가 은행법의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때 그에 대한 시정을 명령할 수 있을 뿐이다.
 
론스타가 2011년 말 현재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한다는 금감원의 판단은 앞으로 모든 분야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첫째, 그 이유가 일본의 골프장 관리회사인 PGM 때문인데 이 회사가 문제된 것은 적어도 지난 2005년부터이므로 금감원의 판단은 사실상 "적어도 2005년 이후부터 론스타는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할 경우 금융감독당국이 어떤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은행법 제16조 제1항과 은행법 제16조의2 제1항에 의한 법률적 효과가 자동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이에 따라 론스타는 적어도 지난 2005년 이후 외환은행의 주식을 4%를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었고(그런데 법을 위반하면서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고), 4% 초과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난 3월말의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 천연덕스럽게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 따라서 이런 위법한 행위의 법률적 효력은 이제부터 본격적이고 공식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의결권에 관한 한 외환은행의 제3대 주주에 불과하고, 따라서 외환은행의 경영에 대해 아무런 진술과 보장도 할 수 없는 상태였던 론스타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하나금융지주의 입장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지주는 론스타의 진술과 보장을 믿고 2010년 말 처음으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고, 2011년에는 PGM 문제가 터진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에 론스타와 다시 유사한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고, 2011년 12월 초에 세 번째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외환은행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5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 김앤장 법률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장 법률사무소가 론스타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의 공범"이라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 유성호

그런데 이제 론스타가 이 기간 내내 외환은행의 제3대 주주에 불과했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또 하나금융지주가 그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던 위치에 있었고, 시간적 여유도 충분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계약의 법적 효력과 그에 대한 책임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 
 
론스타와의 한판 승부를 새해에도 해야만 하는 이유
 
이런 문제들은 하나하나가 엄청난 법률적 쟁점이고 금융감독당국과 거래의 실무자에게는 부담하고 싶지 않은 법적 불확실성이다. 이번 금감원 국회 보고 문건의 진정한 의미는 그 경위가 어찌 되었건 금감원이 그 첫 번째 문턱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 문건에서 진정으로 읽어야 할 것은 그 어쭙잖은 변명과 위법한 은행법 해석이 아니라, 마치 진흙속에 숨겨진 진주처럼 그 속에 단 한 줄로 들어간 "론스타는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 요건에 해당"한다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 표현이 그냥 실수로 들어간 것인지, 금감원 실무진의 무한한 저항과 버티기의 결과로 들어간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언젠가 그 진실이 다시 세상에 나올 것이다. 마치 영원히 역사 속으로 묻힐 것 같았던 2003년의 진실이 다시 세상에 나왔듯이. 
 
그날을 오게 만들고, 그 날은 앞당기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모두가 내년에도 "론스타와의 한판 승부"를 줄기차게 이어 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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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성인 기자는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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