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1020305025&code=940202

경찰, 올해 불법선거 막는다며 PC방 찾아 IP 수집
박효재·배문규 기자 mann616@kyunghyang.com

수원 일대서… 경찰 “불법 선거 가능성 있어 단속”

경기 수원에 사는 ㄱ씨는 지난달 27일 수원 연무동에서 PC방을 하는 ㄴ씨로부터 “정치적인 댓글 다는 것을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 인근 파출소 소속 경찰관이 PC방에 들러 IP(인터넷 주소)를 적어가고 “범죄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로 쓰려고 묻는다. 총선과 대선이 가까워져 연무동 일대 PC방을 다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ㄴ씨는 “ㄱ씨가 (PC방에서) 정치적인 글을 많이 올리니까 글이 문제가 돼 IP 추적을 당하게 되면 ㄱ씨나 우리 업소나 곤란해질 것 같아서 미리 귀띔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에서 경찰이 PC방을 돌며 IP를 수집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찰이 인터넷에 정치적 의견을 올리는 시민들을 사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무동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ㄷ씨는 “인근 파출소 경찰관이 지난주 가게를 찾아와 사장에게 ‘내년에 선거가 있어 선거법 때문에 IP를 알아야 한다’며 IP를 적어갔다”고 전했다. ㄷ씨는 “경찰관이 들고 있던 A4용지에 일대 PC방 이름과 전화번호, 업주 이름, IP가 적혀 있었다”며 “종이가 꽤 오래돼 보였다. 현재 가게는 사장이 바뀌었는데 이를 수정해서 적어갔다”고 덧붙였다.

수원 율전동에서도 경찰이 IP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다. PC방에서 일하는 ㄹ씨는 지난달 15일 정복을 입은 남녀 경찰관이 들어와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어 혹시나 모를 불법선거 운동 가능성 때문에 IP를 알아둬야 한다”며 IP를 적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경찰관이 방문했을 때 신분증과 공문을 제시하지 않으면 응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그런데도 다시 방문해 IP주소를 요구했다”며 “근처 치안을 담당하는 사람이라 계속 거부했다가는 좋을 일이 없다고 생각해 알려줬다”고 밝혔다. ㄹ씨는 “경찰은 두번째 방문했을 때도 공문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고는 PC방 내 폐쇄회로(CC)TV 위치와 개수까지 확인해갔다”고 했다.

관할 수원중부경찰서의 김진국 수사과장은 “IP 조사는 개인을 대상으로는 할 수 없지만, 2012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고 인터넷망은 불특정 다수가 접근할 수 있어 불법 선거운동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단속하기 위해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2월 중순 공문을 보냈으며 사건 발생에 대비해 업무협조 요청 성격으로 IP주소를 수집하는 것”이라면서 “업주가 IP주소를 의무적으로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해명했다.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장여경씨는 “PC방의 IP를 사전에 제공받으면 사실상 실시간으로 현장 위치추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이런 식의 조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류제성 사무차장은 “업무상 협조라는 형식을 빌려 실질적으로 사찰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편법적이고 불법적인 조사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도 “사건이 일어나면 그때 수사 협조를 구해 IP를 조사하는 것이 맞다. 미리 IP주소를 조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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